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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조윤선 장관 수갑 차고 특검 소환 '문화·예술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 '블랙리스트' 조윤선 장관 수갑 차고 특검 소환 '문화·예술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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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소신과 양심을 어겨 가며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23일 특검에 출석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 일성이다. 그는 '윗선'의 지시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참여한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에게 "철저한 면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잘못했지만 위에서 시킨 일을 한 것 뿐이니, 죄를 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혼 없는 공무원 방지법'이 지난 13일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38명과 함께 공무원의 의무에서 상관이 지시하는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직무상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긴 국가·지방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무원법은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복종의 의무를 규정하지만, 위법하거나 부당한 명령에 대한 행동 지침은 명시돼있지 않았다. 그에 따라 이 개정안에는 '직무상 명령이 위법한 경우 복종을 거부해야 하고, 이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새로 포함됐다. 유 전 장관이 언급한 그 제도 개선의 상징적 의미가 더 뚜렷해진 것이다. 대표 발의한 기동민 의원은 이렇게 밝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최순실 예산 편성'과 정유라 학사 비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양심 없는 방조자로 전락했다. 복종의 의무가 대통령과 비선 실시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돼온 만큼, 이번 개정안이 '영혼 없는 공무원'의 출현과 이로 인한 막대한 국가적인 피해를 막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집행에 관여한 '영혼 없는 공무원'들은 향후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문체부는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한데, 문체부의 이날 대국민사과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해선 안 될 처신의 전형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 휘하에서 법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낸 황교안 총리가 "별 일 없이 산다"는 듯이 한 기자회견과 같은 꼴이라고 할까. 

송수근 장관 대행 거취 표명이 먼저 

죄송합니다 지난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 1차관(왼쪽) 등 간부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사건에 대한 유감의 뜻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절하고 있다.
▲ 죄송합니다 지난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 1차관(왼쪽) 등 간부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사건에 대한 유감의 뜻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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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과 국민 여러분께 크나 큰 고통과 실망, 좌절을 안겨드렸습니다."

4명의 전직 장·차관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문체부. 국정농단 사태의 최전방에 있었던 문체부 내부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구속되던 시점까지 현직을 유지했던 조윤선 장관의 거취를 지켜본 끝에 말문을 열었다. 참 빠르기도(?) 한 대국민사과였다. 게다가 그 내용까지 성실(?)하기 짝이 없었다. 내용을 보자.

"진행 중인 특검의 수사 및 재판, 감사원 감사 등의 절차가 종료되면 그동안 논란 경위와 과정, 구체적인 사례들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 '반성의 거울'로 삼겠습니다. 오로지 문화예술의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문체부로 거듭나고자 하는 각오와 노력을 지켜보고 격려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일단, 백배 양보해도 '영혼 없는 공무원' 혹은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이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저 "국민 여러분, 그리고 문화예술인 여러분의 비판과 꾸짖음은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했다. 작금의 사태가 꾸짖음만 받고 끝날 사안인지, 문체부의 사안 판단 자체가 안일하다.

더욱이 사과의 주체인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은 앞서 블랙리스트를 관리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문체부 건전콘텐츠 팀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로 인해 특검팀의 수사까지 받은 인물이다. 사퇴를 할 당사자가 문체부의 자정을 이끌겠다고 나선 꼴이나 다름없다. 조직 와해까지 거론되는 와중에 임시방편으로 직을 맡은 인사에게 문체부의 개혁을 맡길 수 있을까. 이를 두고 이날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독한 논평을 내놨다.

"송수근 차관은 블랙리스트 작성관여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문화체육행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 황교안 총리가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송 차관을 임명했다고 치더라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 죄로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장관이 구속된 상황이다. 황 총리는 책임을 물어야 할 송 차관에게 장관 직무대행을 맡긴 꼴이다."

'영혼 없는 공무원'들에 대한 분노 부른 문체부 대국민사과

이날 문체부는 "자율성을 확립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논의하고, 실행하기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을 언급하며 "'문화 옴부즈만' 기능을 부여해 문화예술 각 분야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부당한 개입이나 불공정 사례들을 제보 받아 직접 점검·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체부는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하여 문화예술의 표현이나 활동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나 개입 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규정의 마련도 검토하겠다"며 "부당한 축소 또는 폐지 논란이 있는 지원 사업 등은 다시 검토하여 문제가 있는 부분은 바로잡겠다"고도 했다.

이미 문체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최순실과 공범들이 곳곳에, 깊숙이 개입한 기존 사업들의 전면 재검토와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바로잡겠다"는 면피용 대책으로는 국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더욱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한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 역시 전무했다. 그저 "특검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내용 외에 두루뭉술한 사과가 전부였다. 

더욱이 문체부의 "조속한 시일 내에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문화행정의 공정성,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들을 관계 부처와 협의, 마련하여 발표하겠다"는 입장 역시 '특검 눈치보기'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마디로, 늦어도 한참 늦었다.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지난 10월 이후, 모르쇠로 일관하며 증거인멸 의혹을 받았던 조윤선 장관의 행태와 다를 게 무엇인가.

문체부의 "우리 간부들은 지금의 사태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우리 실무직원들이 소신 있게 일하고 부당한 간섭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도 만들도록 하겠다"는 다짐 역시 이른바 '영혼 없는 공무원 방지법'이 발의된 이후 나온 '사후약방문' 같은 태도다.

이미 작년 12월 말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했던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에 따르면, 현 문체부 고위 직원들은 전직 문체부 직원들의 잇따른 증언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한다. 유진룡 전 장관이 '영혼 없는 공무원'들을 강하게 질책하는 이유다. 조직 논리와 보신주의를 거론하기에 앞서,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와 같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사태에 동원된 문체부의 안일한 대처는 국민들의 불신과 문화예술인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문체부, 예산집행 하지 마세요"

"모든 직원 총동원하여 객석에 앉혀놓고, 실국장은 연단 뒤에 세워 그림만들어서, 송수근 권한대행이 발표하는 형태의 사과가 현재의 문체부를 규정하는 본질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네요.

첫째. 조직보위논리입니다. 본인이 수사대상이요, 척결대상인데 왜 모든 직원들을 끌어들여서 언론플레이를 하나요? 그냥 자신이 그만 두면 되는 것을요. 둘째. 진상규명 없는 뜬구름 사과입니다. 구체적인 잘못에 대한 언급 없이 무슨 사과?

셋째. 재발방지 약속한 다구요? 문화예술인들과 의논 하겠다구요? 블랙텐트나 한 번 찾아오셔서 그런 말씀하시던가요? 자기들끼리 선언해 놓고 차후에 만나시겠다? 당신들 결정하면 우리는 따라가야 하는 '쫄'인가? 넷째. 향후에 차질 없이 사업하시겠다구요? 부탁인데 하지 마세요. 해선 안 됩니다. 이미 잘못 세워진 사업은 폐기해야죠. 예산집행 하지 마세요."

문체부의 대국민사과 직후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 고영재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체부의 대국민 사과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한독협은 김기춘 전 실장을 비롯해 사태 책임자들의 특검 고발에 동참하는 등 블랙리스트 사태에 적극 대응해 왔다. 고 이사장은 더불어 "자꾸 세월호 때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했던 사과 기자회견이 오버랩되네요. 박근혜가 송수근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하다. 이미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봐 왔다. 대국민사과라는 허울 속에 그럴싸한 수사만 늘어놓는 말의 잔치뿐인 기자회견을 말이다. 박 대통령이 그러했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문체부가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는 한편 '영혼 없는 공무원들', 특히 고위직들은 자진 사퇴를 천명했어야 옳다.

어찌 됐건, 이번 문체부의 대국민사과는 왜 '영혼 없는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는지, 또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실질적으로 부역한 정부 내 고위 인사들에 대한 물갈이가 필요한지 환기시켜줬다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정도 사과와 대책으로 "평창 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외래 관광객 유치 및 수용태세 점검, 강화되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문제에 따른 국내 문화예술 활성화 대책" 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문체부의 환골탈태야말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유린된 정부 조직을 개선하는 시발점이자 본보기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조윤선 장관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기억할 때다. '영혼 없는 공무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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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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