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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는 그냥 애정행각? 이런 심오한 뜻이 있습니다
 '키스'는 그냥 애정행각? 이런 심오한 뜻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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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저것들 또 그런다. 요즘 것들은 어째 틈만 나면 저 **이냐?"

아흔이 넘은 J할머니는 70대인 며느리, 40대 중반인 손자며느리와 함께 일상적으로 TV 드라마를 시청하곤 한다. 고부 3대의 이목이 드라마에 집중될 때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를 빼곤 거실이 조용하다.

TV 앞 고부 3대의 서로 간 침묵이 깨지는 건, 보통은 드라마 주인공들의 노출 심한 복장이나 남녀 주인공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접할 때이다.

"아유~, 어머니. 젊은 애들이 어머니 때와 같은가요? 그러는가 보다 하시면 될 것을 매번 그냥 못 넘어가시고…."

40대 손자며느리는 말이 없다. 그러나 얼굴이 살짝 발그레해지며 웃음기가 감돈다. 시어머니가 시할머니에게 말대꾸하는 건, 자신이 무안을 탈까 봐 배려해서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드라마 주인공의 키스 장면을 무덤덤하게 보고 있는 자신을 시할머니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사람처럼 여길지 모른다는 생각을 매번 떨쳐낼 수 없다.

남녀 간의 '뽀뽀'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사회에서 세대 차가 상당한 '문화' 가운데 하나다.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사실 키스는 문화권에 따라 수용도가 뚜렷이 갈리는 '현상'이다. 대체로 서구 사회에서는 TV 중계 테니스 대회 등에서도 관중석 '키스 타임'이 있을 정도 개방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회교 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키스가 처벌의 대상이다.

그러나 세대나 문화권의 차이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키스가 애정을 표하는 행위라는 정도의 인식은 있다. 키스 대신 뽀뽀로 흔히 표현되듯, 젖먹이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에게 대한 애정의 입맞춤은 문화권이나 남녀노소를 떠나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이를 눈 흘겨보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이 예쁜 나머지 진한 키스를 퍼붓는 이들도 적지 않다.

키스는 하지만 묵시적으로 혹은 그저 막연히 생각하듯 사랑 혹은 애정의 단순한 표현만은 아니다. 생물학적 또는 화학적 관점에서, 키스는 '검사' 행위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키스의 생물학적 기원은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탐구에도 불구하고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어미가 먹을 걸 씹어서 잘게 나눈 뒤 이를 새끼의 입속에 넣어주는 행위에서 키스의 기원을 찾기도 한다. 단순한 사랑을 뛰어넘어 지극한 정성이 입맞춤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한데 생리학자들의 관심은 어미-새끼의 입맞춤보다는 이성 간의 애정 표현 행위로써 키스에 모인다. 최근 들어 침 속에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침 속의 테스토스테론과 관련해 일부 생물학자들은 이 남성호르몬이 여성의 성욕 등을 촉발하고 이에 따라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과 같은 다른 주요 호르몬의 분비를 연쇄적으로 불러온다고 추정한다. 이 가운데 이른바 '러브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옥시토신은 오르가슴 때 다량 분비되며 여성의 옥시토신 분비는 엄마와 아동의 결속을 증진시킨다고도 알려져 있다.

키스가 남녀 모두에게 애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는 점은 과학적으로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의 작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남녀의 키스는 서로 다른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는데 남성의 키스는 '구애적' 성격이 농후하다.

반면, 여성에게 키스는 상대 남성이 자신에게 적합한 배우자인지를 테스트하는 '시험적' 측면도 적지 않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여성들에게는 침의 교환 등을 통해 키스 상대의 면역적 특징을 가려낼 수 있는 내재된 능력이 있다. 면역력이 강한 후손, 즉 이런저런 환경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후손을 갖기 위해 여성 자신과 면역력 측면에서 조화가 잘 이뤄지는 남성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키스를 정색하고 공공에 노출돼서는 안 될 행위로 여기는 할머니들이나, 공공장소에서 법으로 키스를 금지하는 문화권에서는 역설적으로 키스의 이런 막중한 숨은 의미를 잠재적으로나마 크게 의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남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성질의 행위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공공장소에서 키스가 적절한지, 보다 더 개방적으로 키스 문화가 수용돼야 하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키스 자체가 과학적으로 무척 심오한 행동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덧붙이는 글 | 땅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인터넷 까페(cafe.daum.net/yourlo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키스, #남성,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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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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