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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달리기 시합을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한 사람이 빠르게 앞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쏜살같이 달려 결승점을 통과한다. 이겼구나 하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니 희한한 광경이 보인다.

뒤따라오던 사람이 마치 춤을 추듯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승점을 통과하며 외친다. "내가 이겼다~" 하고 말이다. 먼저 뛰어온 사람이 어이없어 묻는다. 내가 먼저 들어왔는데 왜 당신이 이긴 거냐고. 그러자 이 사람이 그런다.

"내가 더 아름답게 뛰었기 때문에 내가 이긴 거다."

나를 포함한 요즘 사람들을 보면 조급증 환자 같다. 무조건 빠른 결과를 원한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빠르기만 하면 된다. 그 중 한 가지가 독서다. 마치 누군가와 경쟁하듯 읽는다. 무조건 빨리 읽고 많이 읽는 독서를 한다.

어떤 책을 왜 읽었고 왜 유익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는다.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서 읽는데도 말이다. 음미하며 읽지 않는다. 한 번 읽어낸 것으로 만족한다. 그래서 책꽂이로 향해버린 책은 다시 볼 일이 없다. 속도전에 잠시 참여한 책일 뿐이다.

물론 모든 책을 시집을 읽듯이 그 향기를 음미하며 읽을 필요는 없다. 책마다 독서법을 달리해서 읽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책을 달리기 하듯 빨리 읽어내는 독서가 유익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권수만을 채우는 독서가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책을 한 번 읽어내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이렇게 따지고 들면 과연 책을 읽는 것이란 무엇이며 왜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독서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최종규 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최종규 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 스토리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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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읽다가 이런 생각을 해본다. 시골에서 책을 읽으면 뭐가 다를까? 시골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제목이 주는 의문이다. 그래서 이런 제목을 가진 책이 있다고 가정해 봤다.

<도시에서 빠르게 책 읽기>. 이렇게 놓고 보니 알겠다.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은 느림의 책 읽기, 풀내음 나는 책 읽기, 여유 있는 책 읽기, 아름답게 사는 책 읽기와 같은 말들을 떠올린다. 속도에 강박관념을 가진 도시인의 책 읽기와 바로 대비된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말이 '책은 도끼다'라는 말이다.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은 속도에 조급증을 가지고 살던 나의 생각을 깨는 도끼 역할을 했다. 우리는 사람과 삶,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런데 매일 같이 눈 앞에 보이는 신간들을 볼 때마다 강박관념을 가지고 책을 손에 넣고 바쁘게 독서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내면을 살찌우는 책, 나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따라하기 독서를 해온 게 아닐까.

저는 시골에서 살며 책을 읽습니다. 제가 읽는 책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으니, 먼저 종이로 된 책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숲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 마음이라는 책이 있어요. 덧붙여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P.8)

여유로움이 한껏 느껴지는 시골길을 걸어본 적이 있다면 거기서 느꼈던 편안함을 온몸이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읽고 있으면 그런 경험이 절로 떠오른다. 마치 시골 마을에 들어와 한껏 여유로움을 안고 책을 읽는 느낌이다.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에서 도서관학교 숲노래를 꾸리고 있는 저자가 그곳에서 살며 사랑하며 느끼며 읽었던 책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여기에 종이로 된 책뿐 아니라 숲이라는 책, 마음이라는 책, 이야기라는 책 이야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분주하고 틀에 박힌 도시 삶을 떠나 시골에 자리잡은 저자 일상에 대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이어지는 책 읽기에 대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책이다. 시골 향기가 가득한 책이고, 풀냄새 바람냄새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책이다. 어린 시절 시골길을 뛰어다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이제는 저자와 똑같이 여유로움 속에서 책을 읽을 기회를 갖기는 힘들지만 책 읽기가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내면을 풍요로움으로 채워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이 책으로 그나마 배우게 된다.

빨리 달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어떻게 달리느냐가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얻은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얼마나 책을 많이 읽고 얼마나 빨리 책을 읽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일상이 곧 독서와 같을 수 있고 독서가 곧 일상이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배우게 된다. 우리 일상과 우리 삶과 상관없이 무심하게 하는 독서는 그냥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사는 방법, 그 속에서 올바른 독서의 길을 찾는 방법을 이 책을 읽는 동안 배우게 된다.

백 권을 읽든 만 권을 읽든, 책읽기는 삶읽기로구나 하고 늘 깨닫습니다. 삶을 읽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많다 싶은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읽기'아닌 '훑기'를 한 셈이요, 삶을 읽을 수 있으면 한 권이나 열 권을 읽었다 하더라도 사랑과 꿈을 가슴에 품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P.155)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 시골에서 책을 고르고.읽고.쓴다는 것

최종규 지음, 스토리닷(2016)


태그:#시골에서책읽는즐거움, #최종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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