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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초부터 2016년 여름까지 최절정에 달했던 제주 이주 열풍이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전체적인 제주 순증 인구(전입자 – 전출자)는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중이지만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순증 폭이 감소하는 등 분명 예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나 제주 이주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집값 상승과 일자리 부족이다. 특히 집값, 정확히 말하면 주거비의 경우 지난 2015년 말 제 2공항 발표 이후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이주를 계획중인 사람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일자리의 경우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아니,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육지에 비해 단순직 등 저임금 일자리의 비율이 높아 육지에서의 경력을 살려서 이직한다는 것은 아주 힘든 상황이다.

지난 2014년, 폐교 위기에 놓인 송당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건립된 공동임대주택. 아직도 학교살리기 차원의 입주민 모집이 이루어지는 곳도 있다
 지난 2014년, 폐교 위기에 놓인 송당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건립된 공동임대주택. 아직도 학교살리기 차원의 입주민 모집이 이루어지는 곳도 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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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송당초등학교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송당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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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숨막히는 도시탈출을 꿈꾸는 이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전체를 좌절시키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서부터, 그 사건 뒤에 숨어 잠시 잊힌 사회 전반의 문제점들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지옥을 벗어나려는 행렬은 줄을 이을 것이다.

물론 제주 역시 대한민국에 속해있다. 때문에 육지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상당수는 이곳 제주에서도 똑같이 되풀이 된다. 해외로 이주를 하는 것처럼 완벽한 도피는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경쟁의 강도, 좌절의 강도, 갈등의 강도,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간사에 있어 제주는 아직 도시와 비할 바가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사람이 하루하루를 살아감을 느낄 수 있는 곳, 잠시 멈춰서 크게 숨을 들이킬 수 있는 곳이 이곳 제주다.

주거비의 상승과 일자리 부족, 자영업의 과도한 경쟁,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제주 이주를 실행하려는 분들을 위해 이곳에서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이런 저런 현황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도심지, 대단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상승세는 제주도 전체의 땅값과 집값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상승세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도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읍면 단위에 지어진 소규모 공동주택조차 삽만 떠도 분양이 완료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분양가에 있어서도 도심지에 지어진 집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말하자면 도심지와 읍면 지역의 집값이 평준화되는 현상을 보여줬던 것이다.

소규모 공동주택의 상승세도 지난 제주 부동산 시장의 특징 중 하나였다. 육지에서는 찬 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소규모 빌라나 나홀로 아파트 등의 분양가가 대단지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보여줬다.

제주 공항과 인접하여 소음피해가 있음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중인 외도부영아파트
 제주 공항과 인접하여 소음피해가 있음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중인 외도부영아파트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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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제주만의 특별한 상황이 조금씩 정리되어 가고 있다.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읍면 지역 공동주택의 경우 청약이 미달되는 단지가 늘어가고 있으며, 대단지 공동주택과 소규모 공동주택 간의 매매가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육지의 시장상황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규 청약 외에 일반 매매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심지의 매물이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중인데 비해 읍면 지역 공동주택의 경우 조금씩 조정기를 거치며 제 자리를 찾는 모양새다.

결론적으로 끝도 없이 상승하는 제주 부동산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이주 타이밍을 잡던 사람들이라면 한 차례 가격 조정을 거친 읍면 지역의 공동주택을 노려봐도 괜찮을 듯하다. 출퇴근 등의 문제로 도심 한복판에 반드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제주시 바로 외곽의 조천, 애월, 넓게는 한림까지 영역을 확대해보면 신축 2년 이내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옥석 가릴 눈 있다면, 지금이 집 장만 타이밍

제주 부동산이 상승세를 거듭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제주도민도, 중국인도 아닌 육지의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2%대의 저금리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등에 업고 제주 내 부동산 수집에 나섰고, 그 결과 제주도 내 주택 매매 및 임대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구간 풍속(음력 정월 초순경을 이사날짜로 택일)과 년세(1년치 월세를 선불로 납입)로 대표되는 제주 고유의 부동산 문화는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전세와 반전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육지 투자자 중 상당수가 금전적 여력이 크지 않은 개미 투자자들이라는 것이다. 제주 부동산 상승기에 최대한의 은행 대출을 이용해 갭투자에 나섰던 이들 개미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매물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 빌라 밀집촌인 이도 택지지구의 모습. 빌라와 상가 밀집하여 육지의 신도시를 연상시킨다
 대표적 빌라 밀집촌인 이도 택지지구의 모습. 빌라와 상가 밀집하여 육지의 신도시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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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제주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애초에 부동산 시장이란 게 상승기에는 아무리 규제를 해도 올라가고, 반대로 하락기에는 아무리 활성화 정책을 펼쳐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거기에 덧붙여 아직까지도 육지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제주 부동산 시장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다만 전세를 낀 갭투자 매물이 시장에 늘어난다는 것은 큰 돈 들이지 않고 제주에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것을 육지에서와 같이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제주 이주를 준비하며 미리 집 한 채를 마련해놓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지금부터 시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실제 시장에 풀린 갭투자 매물의 경우 가격이 조정되지 않아 헛웃음만 나오는 가격대도 많지만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의 매물도 꽤 눈에 띈다. 옥석을 고를 눈이 있다면 지금이 타이밍일 수도 있다.

고임금 전문직보다는 '투잡'이 나을지도

아무런 정보 없이 제주에 내려와 직장을 구해본 사람이라면 제주만의 임금체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지사 등 지역과 상관없이 일정 임금이 보장되는 직업이거나 건축, 농업, 어업 분야의 일용직 근로자, 혹은 자영업자 등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주 직장인 중 월 200만 원 이상의 임금을 받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제주 내 일자리 중 단순노무직, 단순사무직의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쉽게 말하면 경력직이나 전문직이 필요한 일자리가 거의 없기에 신입이나 경력직이나 차별성이 없다. 때문에 임금은 신입을 기준으로 책정되고, 그 자리에 경력직이 지원한다 해도 회사에서는 높은 임금을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남녀 간의 임금 차이도 거의 없다. 실제 통계에서는 남녀 간의 임금 격차가 큰 것으로 집계되나, 앞서 언급한 특수 직종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서민들이 체감하는 임금의 격차는 크지 않다. 직종, 경력, 성별에 상관없이 월 150~200만 원 사이에 대부분의 일자리가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제주에서 일반적인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시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일자리를 선택할 때는 설사 매일 야근을 해야 하더라도 내 경력을 가장 높게 사 줄 곳을 1순위로 꼽는다. 즉, 나를 가장 높게 사 줄 회사를 선택하고 그 곳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어차피 그런 일자리가 부족한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할 때는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1순위로 삼고, 부족한 임금을 보충해 줄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제주 내 대부분의 회사들이 야근이나 회식을 거의 강요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에 투잡을 갖는 것이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제주에선 제 몸만 부지런하면 굶어 죽진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제주가 좋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제 부지런한 몸을 만들 차례다
 제주에선 제 몸만 부지런하면 굶어 죽진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제주가 좋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제 부지런한 몸을 만들 차례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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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주 이주민들 중 자영업이나 농업,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 투잡을 갖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적성과 취향에 가장 적합하면서 야근이 필요 없는 직장을 선택한 후 부업으로 주말 감귤따기 등의 일당 아르바이트, 혹은 공예품 제작 판매, 글쓰기 등 취미를 부업으로 연결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다행히도 제주에는 일당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은 편이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일에 모든 것을 거는 타입보다는 다재다능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즐기는 타입이 제주이주에는 유리하다. 아니, 비단 제주뿐 아니라 늘어난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인생 자체가 그런 것 같다. 하나의 직업에서 퇴출이 되더라도 또 다른 기댈 곳을 만들어두는 것,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는 사람들이라면 항상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태그:#제주이주, #제주, #집, #투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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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 : 제주, 교통, 전기차,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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