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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시민을 폭행한 노인(좌측 첫 번째 검정 군모)이 서울역사와 연결된 에스컬레이터 주변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함께 "박근혜 하야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40대 시민을 폭행한 노인(좌측 첫 번째 검정 군모)이 서울역사와 연결된 에스컬레이터 주변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함께 "박근혜 하야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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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보수 단체 노인들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시민들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하던 전훈진(49·사업가)씨가 26일 밤 10시 20분경 박근혜 대통령 퇴진반대 집회에 참석한 60대로 보이는 노인에게 폭행을 당했다.

충남 천안에서 상경한 전씨는 '제3차 대통령 하야반대 및 안보 지키기 국민대회'를 마친 노인 30여 명이 서울역사와 연결된 에스컬레이터 주변에서 "박근혜 하야반대", "빨갱이 문재인 구속" 등의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이들 옆에서 '박근혜 퇴진'이란 손팻말을 들고 잠시 서 있었다.

시민들이 "경찰 수십 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보수단체 노인들의 폭행을 수수방관했다"고 항의했다.
 시민들이 "경찰 수십 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보수단체 노인들의 폭행을 수수방관했다"고 항의했다.
ⓒ 전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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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남녀 노인 4~5명이 전씨에게 몰려와 "빨갱이 ××" 등의 욕설을 하며 삿대질을 했고, 검정 군모를 쓴 60대 남성 노인이 전씨의 멱살을 잡고 전씨의 정강이를 발로 차는 등 5분가량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 노인들의 욕설과 폭행은 주변 시민들의 항의와 경찰의 개입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앞선 오후 8시 30분경 30대 여성도 같은 장소에서 보수 집회에 참석한 노인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에너지경제>는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귀가 중이던 30대 여성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자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주먹으로 여성의 팔을 때렸다고 보도했다.

남대문경찰서는 전씨를 폭행한 60대 노인과 30대 여성을 폭행한 70대 노인을 폭행 혐의로 조사했다. 경찰은 이 노인들을 폭행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강력한 처벌 요구할 것"

보수단체 노인에게 폭행 당한 전훈진씨가 피해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현장에는 '최순실건으로 박대통령 모함하는 검찰관들도 구속 수사! 비상 계엄하라!'는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었다.
 보수단체 노인에게 폭행 당한 전훈진씨가 피해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현장에는 '최순실건으로 박대통령 모함하는 검찰관들도 구속 수사! 비상 계엄하라!'는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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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훈진씨는 남대문경찰 조사에서 가해자인 60대 노인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경찰 조사를 마친 전씨는 기자에게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 노인들의 폭력성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사업 때문에 경찰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게 어렵고 힘들겠지만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노인의 폭력에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보수 노인들의 빨갱이 등의 욕설과 폭력에 똑같이 대응하면 박근혜 정권퇴진이란 시민의 정당한 요구가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참았다"고 말했다.

전씨와 함께 상경해 폭행사건을 목격한 전혜리(38·회사원)씨는 "당시 현장에는 박근혜 퇴진 반대를 주장하는 노인과 박근혜 퇴진 찬성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숫자가 비슷했다"면서 "박근혜 퇴진 찬성 시민들은 폭력과 욕설을 하는 보수 노인들에게 물리적 대응을 하지 않고 항의만 했다"고 밝혔다.

"경찰 있었는데 폭행 수수방관"

이석면(54?건설업)씨는 "동료의 폭행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서울역파출소를 찾아갔는데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항의했더니 경찰이 업무방해죄로 체포하겠다면서 수갑까지 꺼냈다"고 경찰의 고압적인 태도에 항의했다.
 이석면(54?건설업)씨는 "동료의 폭행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서울역파출소를 찾아갔는데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항의했더니 경찰이 업무방해죄로 체포하겠다면서 수갑까지 꺼냈다"고 경찰의 고압적인 태도에 항의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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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했다. 전훈진씨는 "주변에 1개 소대 정도의 경찰이 배치됐는데도 보수 노인들의 폭행을 수수방관했다"고 말했다. 전혜리씨는 "전훈진씨가 피해자 처벌 등을 요구하자 경찰들은 뒤늦게 개입했다"며 늦장 개입에 불만을 표시했다.

전씨는 또한 "보수 단체 노인들의 폭력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경찰의 개입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노인들이 법질서에 대한 경시와 불감증을 갖도록 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30대 여성의 폭행 피해 현장에 있었던 신보훈 <에너지경제> 기자는 "주변에 경찰이 많이 배치돼 있었지만 폭행 현장을 외면했다"면서 "피해 여성의 남편이 112에 신고하면서 경찰이 출동해 70대 노인을 서울역 파출소로 연행했다"며 경찰의 늦장 대응을 지적했다.

전훈진씨와 함께 상경한 이석면(54․건설업)씨는 "동료의 폭행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서울역 파출소를 찾아갔는데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항의했더니 경찰이 업무방해죄로 체포하겠다면서 수갑까지 꺼냈다"면서 "용무가 있어 방문했으면 용건을 묻는 게 아니라 고압적인 태도로 위협했다"며 경찰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서울역 파출소 관계자는 27일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들은 교대한 상태여서 답변하기 어렵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2차사고 예방과 도주 등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태그:#보수단체, #보수 노인,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광화문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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