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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 당시 모습.
 4.19 혁명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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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가면 4.19혁명기념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1층 로비에는 지금도 4.19혁명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앳되고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는 중학생들이 학생모를 쓰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장면이다.

1960년 4월 19일 서울시민과 학생 10만 여명은 '이승만 하야, 독재 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 이승만은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물러났다. 이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4.19혁명기념도서관 1층 로비 사진 전시실에 가볼 것을 권하고 싶다. 청와대에서 4.19혁명기념도서관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 도서관 1층의 사진 전시실을 꼭 둘러보길 바란다. 그리고 난 뒤 최근에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시국촛불집회를 심도 있게 모니터링해 볼 것을 권한다. 아마도 적지 않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전국각지에서는 마치 4.19의 그날처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대학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현장 집회에는 예상을 뛰어 넘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특히 중고생들의 집회 참여율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과연 학생들은 아무 생각 없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박근혜 정권은 그렇게 믿고 싶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확실히 달랐다. 아무 생각이 없기는커녕 오히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 시국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2008년의 학생과 2016년의 학생

지난 5일 오후 중고생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분노한 중고생 "박근혜 퇴진" 지난 5일 오후 중고생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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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미친소 너나 먹어'라며 광화문으로 뛰쳐나온 학생들과도 차이가 있다. 광우병 파동 때의 학생들은 적어도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하거나, 정치적인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은 당당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및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의 정치의식을 일깨운 것은 아이러니 하지만 박근혜 정권 자신이다.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이 나라가 정치가, 대통령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자각을 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구 여학생 자유발언'으로 인터넷을 달군 한 여고생은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합의, 세월호참사 등 말도 안 되는 정책과 대처로 국민을 농락해 왔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 영상을 놓고, 보수 성향의 지인은 "설마, 그 학생이 그런 문장을 직접 써서 낭독했겠어, 누군가 대신 써준 것을 읽었겠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든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다. 인간에게는 직관이라는 것이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는 순간, 인간은 시각과 청각 등의 감각을 동원해 사태를 주시한다. 급기야 관련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과연 중고등학생들이라고 해서 직관과 통찰력이 없을까.

3.1운동과 4.19 등 역사가 증명하고 있듯이 중고생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젊고 뛰어난 감각을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학생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오는 11월 12일 광화문 일대에는 사상 최대의 민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 된다. 어쩌면 이들 중 적지 않은 숫자는 중고생들이 자치할 지도 모른다. 부디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의 목소리를 헛되이 듣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박근혜 , #4.19혁명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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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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