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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운영중인 투표앱 '엠보팅' 첫 화면.
 서울시가 운영중인 투표앱 '엠보팅' 첫 화면.
ⓒ 엠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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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가장 먼저 타파해야 할 관행은?'
'세종대로 돌길포장 어떻게 정비해야 할까요?'
'망우공원묘지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자 심심찮게 알림이 뜬다. 투표하라고.^^ 서울시가 만든 투표앱 '엠보팅'이 서울시민의 여론을 모으는 공론장이 되고 있다.

'엠보팅'은 서울시가 지난 2014년 3월에 도입한 모바일 투표앱이다. 영어로 스마트폰을 말하는 'Mobile'과 투표를 뜻하는 'Voting'을 합해 만든 이름으로, 말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정책 오류도 막고 시정홍보도 하고 '일석이조'

서울시가 하는 것인 만큼 아무래도 서울시의 각 부서가 소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내용이 가장 많다.

전문가 위원회를 거친 결정이라고 해서 그냥 확정하고 나가기보다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한 번 더 물어보면 여론과 유리된 결정을 내리는 오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시정홍보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최근 너무 잘 파손되고 유지비용이 연 9억원이나 드는 '애물단지' 광화문 세종대로 돌길을 없애고 아스팔트 포장으로 교체하기로 한 서울시 안전총괄본부가 결정 과정에서 엠보팅을 활용한 것이 그런 사례다.

지난 5월 실시했던 엠보팅 투표에서 '아스팔트로 교체'가 61.2%로 '현재 돌포장 유지'(20.4%)나 '돌포장 전면교체'(14.1%)를 합한 것보다도 훨씬 많이 나왔다. 당연히 결론은 아스팔트로 교체하는 것으로 났다.

그러나, 이는 90% 이상이 아스팔트로 교체하는 것을 찬성한 전문가들이나 택시기사·버스기사 등 이용자들의 의견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안전총괄본부 한 관계자는 "돌포장에 대한 어감이나 이미지가 아직 좋아서 그런 것 같다"며 "엠보팅 결과가 아스팔트로 교체해야 한다는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역시 시민들의 생각은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시 어르신복지과가 진행하고 있는 '망우묘지공원 명칭 공모' 역시 일반 시민들의 의견이 전문가들과 어떻게 다른지 보기 위해 엠보팅 투표를 벌였으나 다행히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망우묘지공원이란 이름이 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 공모에는 당초 시민 620명이 참가했으며 이중 심의위가 추린 15건을 엠보팅에 올려 투표를 받은 결과 '망우역사문화공원'과 '망우하늘공원'이 1, 2위를 차지했다. 시는 엠보팅 결과를 참고해서 이들에게 시상할 방침이다.

파손이 잦아 누더기길이 되어버린 광화문 세종대로. 서울시가 엠보팅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본 결과 61%가 아스팔트로 교체해야 한다고 답했다.
 파손이 잦아 누더기길이 되어버린 광화문 세종대로. 서울시가 엠보팅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본 결과 61%가 아스팔트로 교체해야 한다고 답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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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 투표에는 10만명 넘게 참여 '뜨거운 열기'

엠보팅은 공무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알아보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지난 10월 초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엠보팅에 올렸던 '공무원이 가장 먼저 타파해야 할 관행'을 묻는 투표는 1527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무표정한 민원응대, 전화통화시 귀찮은 목소리 등 불친절한 태도'가 1위(17.24%), '공무 국외연수라면서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2위(13.52%)로 나왔다.

감사위원회는 이를 비롯해 10위 안에 든 항목들을 내년도 서울시 업무수첩에 올려 직원들이 이를 가슴에 담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16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투표 결과. 10만 7천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2016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투표 결과. 10만 7천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 엠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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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엠보팅 투표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참여도가 높았던 것은 아무래도 주민참여예산 투표. 작년엔 무려 10만 2천여명, 올해 역시 10만 7천여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자신이 속한 자치구가 받을 예산을 결정하는 투표인 만큼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재작년까지는 시청 강당 같은 곳에 수 천명이 모여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안건도 제대로 못 본 채 투표하는 폐단이 있었으나 작년부터 엠보팅을 활용해 참가자 수도 늘리고 혼란도 줄였다.

주민참여예산 결정에서 엠보팅의 비중이 무려 40%(참여예산위원 40%, 외부 설문 10%)나 차지하고 있어 구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투표를 종용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시는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는 인증절차를 강화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엠보팅 투표가 입소문이 나자 타 기관이 관심을 갖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엠보팅 시스템을 이용해 이달 중에 길음중학교와 안암초등학교 등 2곳을 시범학교로 정해 직접민주주의를 실험해볼 예정이다.

엠보팅 투표는 서울시 공무원들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반 시민들도 자신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을 문항으로 만들어 간단히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을 수 있다.

덕분에 '오늘 점심식사 뭐가 좋을까요?', '영화 <부산행> 천만 넘을까', ''횡적금지'란 말 아세요?' 등등 가벼운 투표들이 엠보팅에 양념이 되어주고 있다.

간편한 투표, 실시간 확인 등 장점... 젊은 세대 '쏠림현상' 우려도

도입된 지 2년 반만에 엠보팅에서 투표에 부쳐진 것은 정책투표 500여개에 시민투표는 4천여개.

엠보팅을 활용해본 서울시 직원들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여론의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르신복지과의 한 관계자는 "엠보팅을 하려면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고 앱도 깔아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참여할지 반신반의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하더라"며 "실시간으로 투표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좋아서 이후에도 많이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에 길고양이 대책과 관련한 투표를 진행했다는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참가자가 많아서 놀랐다"면서도 "일부 동물애호가와 젊은 세대들이 집중적으로 참가해 투표결과가 왜곡되는 쏠림현상이 있어서 이후엔 사용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반면, 감사과 관계자는 "요즘은 나이 든 분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에 의한 쏠림현상은 생각만큼 심하지 않다,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고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만큼 굉장히 활용도가 높다"며 지속적으로 사용할 뜻을 비쳤다.

시정모니터요원으로 활동하며 평소 서울시정에 관심이 많다는 시민 김행수씨(67, 서울시송파구잠실2동)는 "엠보팅을 하다 보면 몰랐던 서울시정에 대해 알게 되고 시민으로서 참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며 다른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또 "시민들이 직접 올리는 투표의 경우, 너무 딱딱할 수 있는 엠보팅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반면 자신만 알 수 있는 내용을 물어봐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태그:#엠보팅, #투표, #주민참여예산, #광화문돌길,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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