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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는 2016년 8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참여연대와 함께 '나는 자영업자다' 특별 기획보도로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힘겨워하는 자영업자들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특별 기획보도에 참여한 자영업자 시민기자들은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고발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폭리, 가맹점주에 대한 압박 등을 '다시 보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재조명합니다. [편집자말]
프랜차이즈 피자집을 열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피자집을 열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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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E프랜차이즈 가맹점을 2008년 12월 15일 양수해 2015년 10월 31일까지,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열심히 운영했습니다. 제 남편은 오른팔에 장애가 있음에도 성실한 가장으로 살아왔는데 다니던 직장이 어려워져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하다 결국 그만두게 됐습니다. 부모님 도움으로 1억2000만 원이라는 목돈을 투자해 'E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인수해서 자식들 교육과 부모님 봉양할 미래를 위해 조그마한 월세방에 살면서 가게에 매달렸습니다.

장사를 시작하고 15일 뒤인 2008년 12월 31일. 남은 것은 없고 본사에 지불해야 할 물류비 몇백만 원만이 쌓여 있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처음 하는 장사라서 그런가?'

해가 바뀌고 새벽부터 나와 늦은 밤까지 열심히 장사하고 2009년 1월 31일 정산을 했습니다. 역시 남은 것은 본사에 지불할 물류비밖에 없었고, 곧바로 본사로부터 물류비와 광고비 독촉 내용증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당황해 본사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본사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비슷했습니다.

"사장님. 처음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
"손님 응대를 좀 더 신경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사 매뉴얼 대로 해보세요."
"조금만 참고 해보세요."
"다른 점주님들은 모두 수익이 나는데 사장님만 수익이 안 나네요."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장사를 했습니다. 점차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에 수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일도 익숙해지고, 수익에 대한 기대로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몇 년 후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일했습니다.

불공정한 가맹계약서의 '덫'... 그리고 '제재'

매출은 증대했지만, 일반 공산품마저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공급한 것만 사용하도록 강제돼 있는 가맹계약서는 가맹점주에겐 '덫'과 같았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독특한 노하우와 전혀 무관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마저도 시장 가격에 비해 눈에 띄게 비싸게 사서 써야만 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몸은 고되고 수익은 생기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가맹점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나 계약을 연장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자영업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잘못된 선택이면 어떡하지' '부모님께 빌린 돈은 어떻게 갚아야 하나' 불길한 예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 지속됐습니다. 늘어난 부채와 이자 그리고 목돈 투자금 때문에 부부가 함께 가게에 나가 365일 일해야 하는 암담한 현실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채, 그 후에도 6년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았습니다.

E프랜차이즈에서 공급하는 식재료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식재료 가격(식자재 업자들이 판매하는 금액)을 비교한 표. 이중에는 동일한 제품도 다른 제품도 있다. 본사 측은 "다른 제품의 경우 함량이나 성분이 다르다"라고 주장하지만, 가맹점주협의회는 "사실상 같은 재료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E프랜차이즈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를 정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E프랜차이즈에서 공급하는 식재료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식재료 가격(식자재 업자들이 판매하는 금액)을 비교한 표. 이중에는 동일한 제품도 다른 제품도 있다. 본사 측은 "다른 제품의 경우 함량이나 성분이 다르다"라고 주장하지만, 가맹점주협의회는 "사실상 같은 재료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E프랜차이즈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를 정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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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싸게 구할 수 있는 물건임에도 '프랜차이즈' 상표가 붙으면 시중가보다 30~40% 비쌌습니다. 점주들은 '물류비 인하'를 요청하기 위해 늦은 밤 모여 회의를 했고 지난 4월 가맹점주협의회를 발족해 본사에 '물류비 인하' 요구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본사는 이 일에 남편이 적극 참여한 것을 알고나서 제재를 가했습니다.

지난 5월 급작스러운 '내부 점검' 당시 모습. 본사에서 나온 사람들은 우리 가게를 탈탈 털었다.
 지난 5월 급작스러운 '내부 점검' 당시 모습. 본사에서 나온 사람들은 우리 가게를 탈탈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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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어느날이었습니다. 5명의 본사 직원들이 '내부 점검'이라면서 예고 없이 찾아와 매장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말이죠. E프랜차이즈는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정기 점검을 합니다. 저희 매장은 2015년 봄에 상반기 점검을 원활하게 받았고, 통과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급작스럽게 내부 점검이 이뤄진 것입니다.

그들은 마치 범죄 현장을 수색하듯 냉장고 뒤지기에 혈안이었습니다. 저는 마치 발가 벗겨진 채 그들 앞에 서게 된 것 같아 참담하고 비참했습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만 흘러내렸습니다.

그래도 가맹점주협의회 구성원들은 '물류비 인하'를 계속 요구했습니다. 결국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해 여름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폐점 내용증명'이 도착했다... 고소장이 날아왔다

며칠 뒤 온갖 구실이 붙은 내용증명이 이틀에 한 번씩 왔고, 급기야 지난해 9월 '폐점 내용증명'이 날아왔습니다. 남편은 본사에 찾아가 도와달라고 부탁도 하고, 나이가 어린 본사직원에게 굽신거리면서 애원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본사 직원은 "그러게 겁도 없이 가게를 걸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 본사에 대항하느냐" "당신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 등 비아냥 섞인 말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의 삶의 시간은 멈췄습니다.

몇천만 원이라도 받고 양도양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의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피눈물을 토하는 심정으로 가게 문을 닫기로 결정했습니다. 폐점확인서를 쓰지 않은 채 지난해 10월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내 손으로 본사의 폐점 지시를 인정하곤 싶진 않았습니다. 전재산이 눈앞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전재산이 날아간 상황. 저희는 폐점 경위를 알리고, 단골 고객들에게 대한 감사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가게 앞에 걸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현수막의 내용을 트집 잡고 저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더군요. 지난 1월 고소장을 받았습니다. 이젠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더군요.

가맹계약 종료를 통보한 E프랜차이즈 본사, 이들은 내용증명으로 '문을 닫으라'는 말을 보내왔다. 문서 상 기재된 '물류비 미납'은 본사가 제시한 기일 내에 물류비를 내지 못한 것을 뜻하는데, 우리 부부는 기일이 지난 뒤 모두 입금했다. 우리 부부는 폐점 시 물류비 15만 원이 미납됐다는 본사의 설명이 있어 그 금액까지 모두 냈다.
 가맹계약 종료를 통보한 E프랜차이즈 본사, 이들은 내용증명으로 '문을 닫으라'는 말을 보내왔다. 문서 상 기재된 '물류비 미납'은 본사가 제시한 기일 내에 물류비를 내지 못한 것을 뜻하는데, 우리 부부는 기일이 지난 뒤 모두 입금했다. 우리 부부는 폐점 시 물류비 15만 원이 미납됐다는 본사의 설명이 있어 그 금액까지 모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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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내용증명을 받은 뒤 우리가 가게 앞에 내건 현수막. 이 현수막 때문에 E프랜차이즈 본사는 우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폐점 내용증명을 받은 뒤 우리가 가게 앞에 내건 현수막. 이 현수막 때문에 E프랜차이즈 본사는 우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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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죄인'이 되다

어머님께는 지병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희에 대한 걱정으로 다시 모실 날을 보지 못하시고 지난해 1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님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님조차 마음 둘 곳 없어 치매 증상과 신경 예민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들 대학 등록금조차 낼 수 없어 '등록금 대출'로 사회인이 되기도 전에 아이들을 빚쟁이로 만들었습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아이들 앞에 저희는 죄인이 됐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강제 폐점 당한 뒤 저는 우울증이 생기고, 8년간 쉴새없이 달려온 탓에 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허리디스크 협착증과 두 무릎 연골이 파손돼 관절경 시술도 했지만, 현재까지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합니다. 이런 현실은 감내하기 참 힘듭니다.

저는 이 순간에도 외치고 싶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주를 옥죄는 일을 그만두고, 가맹점주들과 진정으로 상생하라고 말입니다. 입으로만 외치는 상생이 아니라 가맹점주의 삶과 동행하길 바랍니다. 저희 다음 세대라도 프랜차이즈 본사에 '갑질'을 당하면서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1년 365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했다. 그리고 마음고생하면서 폐점 내용증명까지 받았다. 몸도 상해버렸다.
 1년 365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했다. 그리고 마음고생하면서 폐점 내용증명까지 받았다. 몸도 상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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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16년 9월 6일 발행된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 공모글입니다.



태그:#가맹점주, #강제폐점, #본사폭리물류, #본사갑질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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