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의 중인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 북한연구소 소장.
 강의 중인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 북한연구소 소장.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가 주최한 44회 인천마당이 지난달 29일 오후 8시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북한의 현재, 그리고 남북경협의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 북한연구소 소장이 강연했다.

안 소장은 "북한의 최근 경제 상황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다"며 "남북한이 상호 발전하려면 세계화·혁신·협력·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안 소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북한 교통체증 늘고 있다

지금 북한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북의 경제가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평양에는 차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북엔 핸드폰이 400만대 보급됐다. 5명당 1명꼴로 가지고 있다. 평양에는 상시적으로 교통체증이 있을 정도로 차가 많다. 예전에는 차로 멀지 않은 집과 직장만 다녔는데 지금은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하러 이동하느라 교통이 혼잡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초등학생들의 가방에 '미키마우스'가 새겨진 것이 많다. 미 제국주의의 물건이라고 거부했을 북한에 이런 현상은 엄청난 변화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굶주린 얼굴이 아니라 밝고 천진난만한 얼굴이며, 치아 교정기를 차고 있는 아이도 있다.

평양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을 만나는 건 남한과 흡사하다. 평양에 있는 커피숍은 남한과 비슷하게 핸드드립 커피에서부터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캬라멜마키아또 등, 다 있다. 수요가 있다는 거다. '그 나라의 경제를 보려면 옷의 색깔을 본다'는 말이 있는데 평양시민들의 옷 색깔이 알록달록하다. 원산이나 청진, 나선(나진ㆍ선봉) 지역에는 화려한 고층아파트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북한의 경제 발전을 과소평가한다. 북의 시장경제 흐름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북의 경제성장률을 1%로 추정하지만, 5%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옥수수나 감자 등의 농업생산량은 감소했지만, 돼지 중심으로 축산업생산량이 증가하고 어업 수산물도 생산 호조로 경제력이 늘고 있다.

그러나 배급경제가 어려워져 비공식적인 시장경제가 확대되고 있다. 함흥 장마당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개개인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 주민 상당수의 비공식 수입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10~15명이 한 조로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3~5명을 한 단위로 영농제를 하고 있다. 일정량을 당국에 내고 나머지는 개인이 소유하니까 생산량이 많아진다.

신흥자본세력 등장, 시장경제 모습도 보여

경제가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지만 지역·계층간 양극화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월평균소득 차가 18배로 남한보다 심하다. 아시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보다 명목소득이 낮다. 여전히 식량은 부족하다.

공장을 가동하는 데 당국이 주는 원자재는 46%이고, 나머지 54%는 개별 공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배급경제가 많이 무너졌다.

사람들의 인식도 변했다. 배급을 줬을 때는 다음날 또 주니까 그냥 처리했다. 그런데 배급이 원활하지 않으니까, 예를 들면 밀가루를 받으면 그걸 아껴 빵을 만들어 팔아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중국도 1970년대에 농민에게 농지점유권을 허용해, 작물생산량이 급증했다. 북한도 이런 패턴의 초기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 '돈주(錢主)'라는 신흥자본세력이 등장했다. 상인 간 자금 융통 공급자와 상인 간 신용거래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했다. 상품의 공간 이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보관ㆍ하역ㆍ가공과 같은 새로운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여러 곳에서 시장경제 초기 모습이 나타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쌀 때 사다가 보관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가공하면서 이윤을 남긴다.

당국은 시장 확대의 위험성을 우려해 규제를 하지만, 체제 위험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한숨을 돌리게 한다는 점에서 그냥 두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인센티브제도를 확대한다. 직장에서 재정을 고시하는데, 상금이나 장려금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을 유발해 부가생산을 늘린다.

낭만적 남북경협 아닌 조화롭고 혁신적인 협력이 되게

지금까지는 남북 경협을 낭만적으로 평가한 게 많다. 북한을 젖과 꿀이 흐르고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이 무진장해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위험하다. 북한이 어려울 때마다 중국에 지원을 요청하고 협조를 부탁한다. 모든 기준이 중국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통일 이후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우리는 교통과 관련한 네트워크 산업이나 환경과 연계한 패키지 전략을 추진해야한다. 전력ㆍ통신ㆍ가스ㆍ철도 등을 묶어 경협을 해야 경제적이다. 단발성이거나 일회성인 남북경협이 아닌, 인프라 구축과 연결한 방법이 필요하다.

남한은 북한과 연결되지 않으면 대륙과 떨어진 작은 섬나라와 같다. 소련이나 중국에 비행기와 배로 가야한다. 지도에서 북한을 지우면 답이 안 나온다. 이래서 북한과 협력이 필요하고 통일이 필요하다. 북한과 교류 없이 일본이란 섬나라와 중국ㆍ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남한의 미래는 없다.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화ㆍ협력ㆍ혁신ㆍ조화가 핵심이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인천마당, #인천사람과문화, #남북경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