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의 배우 곽도원.

영화 <곡성>의 배우 곽도원. ⓒ 이선필


"박수 소리가 너무 간절했다"고 이 덩치 큰 사내가 말했다. 14년의 영화 경력을 지닌 그도 관객의 사랑을 늘 갈급해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원이 지난 18일 밤(현지시간) 칸영화제에서 이뤄졌다.

영화 <곡성>의 시골경찰 종구로 첫 단독 주연을 맡은 것도 영광이겠지만, 무엇보다 전 세계 관객이 함께 웃어주었고 함께 박수쳐주었다. 하루가 지난 19일 오전 팔레 드 페스티벌 인근 호텔에서 만난 그는 "배우가 가장 행복할 때가 칭찬받을 때"라며 한껏 고무돼 있었다.

선물 그리고 반성

"제가 칸을 다 오다니요. 고등학교 때부터 극단생활을 했고 청소도 하고 그랬는데, 사실 배우 입장에서 커튼콜을 할 때 박수 소리에 차이가 나면 마음이 참 힘들거든요. 다른 배우 보다 박수 소리가 작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안 좋을 수가 없어요. 그만큼 박수 소리가 간절했습니다. 뤼미에르 극장에서 그런 박수를 받아보니 마음이 뜨겁고 감사했어요."

칸영화제 첫 경험이었지만 곽도원은 내심 영화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각 나라 영화 포스터들이 해변에 걸려있는 부산영화제와 달리 칸에는 그런 게 없어서 우릴 무시하나 생각도 들었다"며 그는 "영화만 일단 공개돼봐 다 끝났어!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는 말했다. 다만 곽도원은 "영화를 대여섯 번 봐도 매번 내 새로운 단점이 보인다"며 "앞으로도 칭찬도 받고 욕을 먹기도 하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오히려 아쉬워하기도 했다.

"너무 잘했다 혹은 진짜 같았다. 이 말이 사실 칭찬이죠. 배우가 다음 작품 하는데 있어서 심리적으로 답이 없잖아요. 이렇게 인정받으면 '아, 내가 하는 게 오답은 아니구나!' 느끼게 됩니다.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반성하며 가야해요. 그렇게 자신을 되돌아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설 때 반성하게 됩니다. 웃음과 비평으로 평가해주니까요."

이번 칸영화제 참여를 두고 곽도원은 "<곡성>을 통해 얻은 일종의 별책부록이자 사은품 같은 것"이라 표현했다. 선물 같은 시간에서 그는 한 번 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충하는 것보다 영화 현장에서 죽도록 하는 게 낫습니다. 나중에 관객들에게 창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분들의 귀한 시간을 낭비시킬 수 없잖아요."

당장 그는 20일 한국으로 돌아가 다음 작품 <특별시민> 촬영에 들어간다. 그의 당당한 뒷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렇게 간절했던 그에게 마음껏 박수를 쳐줄 수 있게 돼 기쁜지 아니한가.

▲ 칸영화제 관객들에게 박수 받는 영화 <곡성> 배우들 18일 밤(현지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 <곡성>이 상영됐다. 나홍진 감독, 배우 곽도원, 천우희, 쿠니무라 준 등이 관객의 환호를 받고 있다.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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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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