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 ⓒ 이선필


"전작 <황해>와 <추격자>는 매우 명확한 영화였죠. 이 작품은 다릅니다."

영화 <곡성>을 두고 언급한 나홍진 감독의 말이다. 국내에서 지난 11일에 개봉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는 이곳 칸영화제에서도 화제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간) 관객에게 최초 상영된 이후 호평과 함께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19일 팔레 드 페스티벌 인근의 한 호텔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은 칸에서의 경험보다 오히려 국내 관객들 반응에 신경 쓰는 모양새였다. 예를 들면 이런 것. <곡성>을 여러 번 본 관객들이 저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을 내놓고 있을 때 나 감독은 "블로그글도 그렇고 흥미롭게 읽고 있다"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까지 짚는 분도 있고 참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과 위로에 대하여

 <곡성> 포스터

ⓒ 20세기폭스 코리아


'믿음과 의심에 대한 영화', '종교에 대한 영화'... 그 모든 해석을 나홍진 감독은 열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나홍진 감독의 의도 중 하나는 '위로의 영화'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든 끔찍한 사건과 사고에 의해 피해를 당하신 분들, 그러니까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하고 싶었다"고 나홍진 감독이 말했다. 그걸 위해 그는 종교와 신을 바라보는 그만의 관점을 진하게 동시에 진정성 있게 녹여내려 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있잖아요. 천우희씨의 모습을 통해서 위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후반부 골목길에 천우희가 쭈그리고 앉아 있잖아요. 그게 바로 현재 신의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관객은 대체 무명(천우희 분)의 정체가 무엇이냐 질문하기 시작할텐데 이 영화가 신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 신은 저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존재죠. 제 바람은 신이 다시 예전과 같이 가까이 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아무리 그 뜻이 좋아도 설득시키지 못하면 소용없는 법. <곡성>은 그래서 치밀해야 했고, 동시에 아름다워야 했다. 나홍진 감독은 "무신론자마저 설득시켜야 했다"며 "세상엔 정말 다양한 종교가 있으니 그들을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면 이런 이야기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개봉 첫 주 기록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죠. 관객은 짐작하면 안되는 사람들입니다. 어마어마한 생명체들이에요. 이 생명체가 어떻게 움직일까요. 제가 쫓아가서 붙잡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그냥 제가 선택 당하는 입장이죠."

"정말 사력 다해 관객에게 손 내민 작품"

나홍진은 "드라마 등을 보면서 혹은 내 작품을 보면서 감정이 복받치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내게 눈물이 맺히게 한다"며 남다른 애정이 있음을 밝혔다. 6년 만에 보인 작품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홍진이 느낀 감정의 정체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황해>가 혼자 골방에서 담배를 뻑뻑 피게 만들게 하고픈 작품이었다면, <곡성>은 정말 사력을 다해 관객 향해 제가 손을 내민 작품이에요. 제가 칸이 세 번째잖아요. 전에는 흥분되고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는데, 이번엔 차분했어요. 단순히 칸에 여러 번 방문해서? 그런 건 아닌 거 같습니다.

몸은 칸에 있지만 계속 신경은 한국 관객에게 쏠려 있어요. 그걸 보고 느꼈죠. 제가 정말 한국 관객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는 걸요. 그 마음이 지금 가장 큰 거 같습니다."

그의 간절한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물음에 나홍진 감독은 조용히 웃어보였다.

어쨌든 그는 작품을 내놓았고,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마치 좋은 작품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영화 <곡성>의 주역들. 왼쪽부터 배우 쿠니무라 준, 천우희, 곽도원, 나홍진 감독

영화 <곡성>의 주역들. 왼쪽부터 배우 쿠니무라 준, 천우희, 곽도원, 나홍진 감독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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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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