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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SNS다, 유튜브 생중계다, 홍보 채널이 다변화됐지만, 여전히 TV 광고는 각 당의 노선과 이미지, 전략 유권자 층을 한 눈에 확인시켜주기에 안성맞춤인 시청각 자료다. 정확히 8년 전인 18대 총선 당시, <영화 기자가 본 총선 홍보영상... 정당 이데올로기가 보인다>란 기사를 통해 여당인 한나라당을 비롯해 각 정당의 TV 광고로 전파를 타는 홍보영상을 둘러본 바 있다. 그 기사엔 이렇게 적혀 있다.

"도무지 답이 없다. 사실 선거에 관련된 정치 영화를 소개코자 했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러 한가, 현실이 영화를 뛰어넘는 초현실주의의 시대 아닌가. 안 그래도 정치혐오증에 걸린 이들이 한둘이 아닌데, 정치영화를 보다가는 투표소로 가는 이들의 발길을 끊어 버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싶었다.(중략) 

예술과 정치가 원래부터 평행선을 달리기 마련이라지만, 4월 9일 투표일까지 정치 영화는 되도록 보지 말 것을 권한다.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관건인 시대니 만큼 정치영화 대신 차라리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를 권한다."

변한 게 별로 없다. 정치혐오 분위기나 2030 투표율 강조는 10여년이 지난 지금이나 판박이다. 다른 게 있다면, 당시 여야인 새누리당과 통합민주당 외에 소수정당으로 창조한국당과 친박연대,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랄까.

특히나 국밥을 말아먹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게 하는 재래시장 할머니를 내세운 한나라당과 더불어 현 박근혜 대통령을 있게 한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친박연대는 "원칙과 정의가 무너졌습니다"라며 '박근혜'만을 원칙이요, 정의라 내세우는 연설 장면을 삽입한 바 있다. '진박'으로 승부를 거는 2016년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었다고나 할까. 자, 그럼 이번 20대 4.13 총선에 임하는 각 정당의 영상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까.

[새누리당] 열심히 뛰며 일하기에 버거워 보인다



"손을 맞잡고 함께 뛰는 새누리당 의원들, 공천 과정의 분열은 끝났다며 '화합'을 이야기합니다. 공천 직전 파동을 패러디한 '무성이 나르샤'도 내놨습니다. 갈등을 유쾌하게 반성한 겁니다.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일하겠다는 의미를 이번 총선 광고에서도 강조했습니다."

지난 5일, <MBC 뉴스데스크>의 <1분 TV광고에 선거 전략 담았다> 보도 중 일부다. 이번 총선에서 '편파 보도'로 수차례 지적을 받아왔던 MBC는 꽤나 호의적으로 봤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쩌나. 새누리당의 '손에 손잡고 뛰뛰빵빵' 이란 2분 30여 초짜리 뮤직비디오는 "유쾌한 반성"이나 "화합"이란 메시지는커녕 끝까지 봐주기도 버거울 만큼 안쓰러움의 연속이다.

일단, 뛰뛰빵빵 동요에서 따온 노래 중간에 등장하는 랩 자체를 노년의 국회의원들이 부르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이에 비하면 JTBC <힙합의 민족>의 할매들은 진정한 '래퍼' 맞다. 또 가사에 맞게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의원들이 뛰기도 하는데, "일하는 국회"라는 메시지와 가사와는 달리 저들이 일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힘겨워 보인다. 그나마 고속 촬영으로 영상 속도를 늦췄으니 망정이지. 무엇보다 정책이 실종됐다.

'슈퍼맨'을 연상시키듯 점퍼를 벗으면 공약이 나타난다는 발상은 이해가 가는데, 거기에 담긴 실제 정책 문구는 읽을 새도 없이 흘러가 버린다. 마치 "우리 공약은 읽을 필요도 없어요"란 의도로 읽힐 지경이다. 전체적으로, 출연진도, 노래도 올드한 새누리당의 뮤직비디오는 "노인을 위한 정당"이란 메시지가 강하게 읽힌다. 그런데, 랩이라니. 랩이라니. 공식 뮤비보다 옥새 파동을 셀프 패러디한 '무성이 나르샤' 가 더 인기 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물론 의원들이 직접 춤을 춘 '픽미업'을 본 이들의 "이 영상 안 본 눈 삽니다"란 원성이 빗발쳤지만. 

[더불어민주당] 뭐지, 이 혼란스러움은



이에 비해, 역시 같은 국회 본청 계단을 주요 배경으로 스포츠 야구 응원 콘셉트를 차용한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임대주택 더 80만호, 노인연금 더 30만원, 등록금 덜 1/3" 등 주요 정책을 뮤직비디오 앞머리와 중간에 자막으로 삽입했다. 작곡가 김형석이 재능기부했다는 '더더더송' 은 '더더더'가 계속되는 가사로 공개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후크송'의 특징을 차용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정신이 없다. 편집이 현란(?)하다 못해 거의 따라 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혼란스러움이 총선 국면에서 비례대표 갈등과 야권 분열,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로 나뉜 유세 등 더불어민주당의 혼란상을 예견하고 반영한 것이라면 가히 탁월한 선택과 편집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이들부터 노인 김종인 대표까지, 장애인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계층과 소수자들까지 화면에 담아 내려한 흔적은 평가할 만하다.

[국민의당] 안철수를 위한, 안철수에 의한



역시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당답다. 친숙한 만화 주제곡 <로보트 태권V> 와 가수 이한철의 <슈퍼스타> 를 개사한 국민의당의 로고송은 모두 안철수 대표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대로 내보내면서 시작한다. 특히나 <슈퍼스타>는 '안철수가 슈퍼스타'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파하려는 듯, 안 대표의 활동을 이어 붙인 1인 뮤직비디오나 다름없다.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무성의하거나.

<로버트 태권V>의 경우 안 대표와 더불어 국민의당 후보들이나 의원들의 모습이 함께 담겼지만, 일반인이 만든 유튜브 동영상 수준의 이어붙이기 편집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새정치를 내세우고, 청년층과의 호흡을 이야기하는 제3정당의 수준치고는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수준으로 보일 지경이다.

도대체 원내 교섭단체 구성으로 지급받은 73억의 총선보조금은 다 어디다 쓴 것일까. 국민의당 TV광고 역시 안철수 대표의 연설로 시작해, 녹색 바탕에 단조로운 정책 문구들을 나열하는 식이다. 적어도 '새정치'를 내용으로 보여주기 힘들다면, 적어도 이러한 대외적인 광고나 로고송 등은 조금 더 차별화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군계일학 노동당과 웃음제조기 '힐러리'



진보정당 중에서 군계일학은 바로 노동당이다. 노동당은 '권력을 바꿔라' 라는 2분여의 힙합 창작곡 속에 강렬한 가사와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상파 화면으로 전해지는 세월호 리본과 용산참사 비판, 기본 소득 등과 같은 내용들은 눈과 귀에 쏙쏙 들어올 수밖에 없다.

지지자들에게 "음원공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한 노동당의 '권력을 바꿔라' 영상은 아마도 한국 정치 역사상 가장 '힙'한 동시에 내용과 형식을 모두 충족시키는 전무후무한 정치 광고로 기록될 것이다.

반면 정의당의 로고송 4종 세트는 국민의당보다 더한 아마추어 수준이라 언급을 자제하고 싶다. 다만, 한국사회의 현실과 이를 타파하려는 정의당의 정책을 차분히 설명하는 "정의롭지 못한 이야기" 영상은 평이한 수준이라 할 만하다. 안타깝게도, 녹색당은 홍보 애니메이션인 '투표로 만드는 녹색 세상' 외에 주요한 홍보영상이 존재하지 않았다.

노동당을 제외하고, TV 광고와 뮤직비디오, 로고송 등 각 정당의 홍보영상들은 8년 전과 비교해도 전체적으로 나아진 바가 없어 보인다. 그건 두 가지를 의미한다. 그 만큼 우리 정치의 발전 속도가 더디거나, 각 정당이 이러한 영상을 소비하는 유권자들에게 관심이 없거나.

이제 4.13 총선 당일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다. 홍보영상들로 정당의 정책이나 이미지를 모두 평가할 순 없겠지만, 투표할 후보나 정당을 이미 선택한 유권자라면 이 영상들 마저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를 일이다. 행여 아직도 갈등 중이라면 이 영상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소중한 선택에 도움을 받으시기를. 아, 웃음이나 완성도가 부족했다면 '힐러리' 더민주 이석현 후보의 '붐바스틱' 유세 영상이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할리우드 스타들의 '투표하세요' 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래시길.


태그:#4.13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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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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