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글 창제 572돌 기념식에서 구은희 단장이 창작한 '한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
▲ 한글날 기념식에서 '한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 한글 창제 572돌 기념식에서 구은희 단장이 창작한 '한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
ⓒ 구은희

관련사진보기


매주 화요일 밤 모든 수업이 끝난 강의실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한국어로만 노래하는 외국인들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모여든다. 이들은 얼굴색도 모국어도 다른 비한국계 미국인들이고 직업도 회사 매니저부터 엔지니어 간호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그렇게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찾는 단 한 가지 이유는 한국어 노래 연습을 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프로그램 재학생이거나 혹은 졸업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름도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이다. 사실 중창단 이름을 정할 때도 중창단의 특성을 나타내는 이름을 지으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본교 이름을 따서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또한 다양하다. '개구리와 올챙이', '고향의 봄' 등 한국 동요부터 '아리랑'과 같은 한국 민요, 그리고 '내가 만일', '사랑을 위하여' 등 한국 가요, 그리고 '이 믿음 더욱 굳세라' 등과 같은 성가곡, 그리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같은 가곡을 부르는데 원곡이 어느 나라 곡이든 꼭 한국어로 부른다. 또한 '한글 노래', '직지를 찾아서', '아이 러브 김치 송' 등 한국 문화 관련해서 창작한 노래들도 부르는데 이는 필자가 '한글날 기념식', '김치 만들기 행사 아이 러브 김치', '직지의 날' 등 행사에 맞춰서 만든 노래들이다.

이들이 한국어로 노래하기 시작한 것에는 케이팝의 영향이 매우 컸다. 슈퍼쥬니어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중국계 미국인 주유진 씨부터 노래방에 가면 한국 노래로만 두 시간 내내 끊이지 않고 부를 수 있는 백인 신니모 씨와 가나 사람 성아름 씨 등은 케이팝 열성 팬들이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게 되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 발짝 더 나아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반 이상이 악보를 보지 못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항상 연습 시간에 자신의 파트를 핸드폰으로 녹음을 하고 그것으로 일주일 동안 들으면서 연습을 해서 그 다음 주에는 완벽히 자신의 파트를 소화해낸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이들이 처음으로 마련한 음악회는 전곡 한국어로 부른 노래로 꾸몄는데 음악회에 참석한 한인 청중은 "40년 전 처음 이민 왔을 때는 영어를 못 하고 미국 문화를 몰라서 서러운 일을 많이 겪었었는데 이제 한국이 많이 발전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노래를 배워서 부르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복을 입고 족두리와 사모를 쓰고 한국어로 부르는 외국인들의 모습에 무척 감명을 받으신 것 같았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를 좋아하고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며 한국 사람들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미국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민족적인 것으로 비쳐질 수 있으므로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되며 다문화 사회에서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며 특히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문화를 전파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외국사람들로 구성되었으나 한국어로만 노래하는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은 미국 주류사회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훌륭한 도구로 쓰임 받을 것이다.

오는 토요일에 있을 외국인들을 위한 설날 잔치에서는 새롭게 편곡된 '아리랑'과 율동까지 곁들인 '당신을 향한 계획' 연습을 위해 이들은 다시 발걸음을 학교로 향할 것이며 그들의 한국 문화 사랑의 울림은 널리 퍼져 나갈 것이다.


태그:#어드로이트, #한국어교육재단, #한국문화, #케이팝, #한국 노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