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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판결 기사, 법조계 소식. 하지만 흥미 위주의 기사로는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최신 법조계 소식을 쉽게 정리해서 소개합니다.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 법률, 법원·검찰 관련 소식 등 누구나 알아야 할 법률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간추려서 단번에 한 주간 법조계 소식>, 줄여서 <간단한 법>이 법을 보는 올바른 눈을 갖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간단한 법> 열 번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① 성공한 쿠데타는 혁명, 실패한 쿠데타는?
② '전교조 명단 공개'가 침해한 권리는?
③ 배달알바 청소년은 '개인사업자'?
④ 사병이 장교 애인 폭행했다면 상관폭행죄
⑤ 김만복 남북정상회담 회고록 발간 중단 배경은?

① 성공한 쿠데타는 혁명, 실패한 쿠데타는?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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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쿠데타는 혁명으로 추앙받았으나 실패한 쿠데타는 재심에서도 엄벌을 피할 수 없었다. 전자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이고, 후자는 1965년 고 원충연 대령 등이 모의한 '5·16 반대 쿠데타'였다.

원 대령은 1965년 박정희 정권이 5·16 이후 민간에 정부를 이양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파괴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뜻을 함께하는 군인들을 모아 박정희 정권의 주요 각료들을 체포, 감금한 뒤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행 전에 계획이 발각돼 원 대령 등은 반란 모의를 주도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군형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 대령은 이 사건으로 1966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 후 원 대령은 무기징역, 징역 15년으로 감형을 받은 뒤 1981년 대통령 특사로 풀려났다. 그는 고문 후유증을 겪다 지난 2004년 사망했다. 

2014년 유족들은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유족들은 "그 목적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것이었던 이상, 국가변란의 목적을 가진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재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제24형사부 재판장 유남근)은 지난 8일 고 원 대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무력을 동원하여 주요 인물들을 체포, 감금하여 새로운 지도자로 추대할 인물이 선정되기까지 종래 정부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새 인물로 구성된 정부를 출범하고자 모의하였다"고 전제했다.

이어 법원은 원 대령의 행위가 "종래 대한민국의 정부를 불법적인 수단으로 전복하고 무력을 동원하여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임의로 정부를 조직하여 마치 진정한 정부인 것처럼 일반인을 오인시킬 만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그와 같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극도의 혼란과 수습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질서가 파괴되는 결과가 초래되기에 충분하다"며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비록 피고인 등이 당시 정권을 반민주적 세력으로 간주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도에서 저지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지휘하에 있는 병력을 동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루고자 하였다면 그 역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반민주적 세력에 의한 쿠데타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원 대령의 '반5·16쿠데타'가 성공했다면 법적 평가는 어떠했을까. 아니, 지금이라도 냉철하게 역사적 평가를 다시 내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근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도 군사쿠데타로 규정한 5·16이 교과서에서 또다시 '혁명'으로 미화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과연 역사는 진보하는 걸까.

② '전교조 명단 공개'가 침해한 권리는?

전교조 명단 공개 강행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15일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전교조로부터 소송을 당한 정두언·김용태 의원 등 여당 정치인들이 낸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

2010년 4월 조전혁 당시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명단과 소속학교 등을 게시했고, 일부 의원들도 정보공개에 동참한 바 있다. 이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조 의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5년 만에 확정판결을 얻어냈다.

대법원은 헌법상 권리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신념·사회적 지위·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 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며 이것은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1심과 2심은 "전교조 명단 공개로 얻는 이익이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보호받을 수 있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결론을 같이하면서 "설령 정보주체가 스스로 공개할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결정하지 않은 시기와 방법으로 타인이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손해배상 합계액은 약 10억 원이다. 이와 별도로 전교조 조합원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조전혁 전 의원은 3억4천만 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바 있다.   

③ 배달알바 청소년은 '개인사업자'?

A군은 오토바이로 배달하다가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여 중상을 입었다.
 A군은 오토바이로 배달하다가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여 중상을 입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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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전화를 걸지 않고 스마트폰만 누르면 음식을 곧바로 배달하는 배달 앱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만 간다. 전체 배달 시장(약 10조 원 이상)에서 배달 앱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약 1조 원 추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편리함 속에 외면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배달 노동자들이다. 그중에 배달 노동을 하는 청소년들의 지위는 그야말로 '을 중의 을'이다.

이들은 저임금·중노동에 시달리며 게다가 사고 위험에도 노출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기본 권리나 최저임금·휴가·각종 수당도 제대로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배달 사고를 당한 A군도 마찬가지다.     

고등학생 A군은 B씨가 운영하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했다. A군은 학교를 마친 오후 5시경부터 자정 무렵까지 가맹점에서 배달요청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배달을 나갔다. 급여는 건당 수수료를 합산하여 지급받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A군은 오토바이로 배달하다가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여 중상을 입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 A군에게 치료비 등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했다. 그리고 B씨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보험급여액의 50%를 B씨에게 징수하겠다고 통지했다.

이에 B씨가 반발하여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근로복지공단은 A군이 노동자라고 판단했지만 B씨는 이에 수긍하지 않았다. B씨는 "A군이 자신의 지시나 감독과 무관하게 자율적으로 배달하고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관계였다"며 산재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제14부 재판장 차행전 부장판사)은 지난달 17일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마디로 "A군이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법원은 ▲ A군이 가맹점 배달요청이 오면 스스로 배달할지 결정했고, B씨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고 ▲ A군의 업무시간과 근무장소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고, 근무태도에 따라 해고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없었으며 ▲ A군이 다른 배달 업무를 수행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배달을 대행할 수 있었으며 ▲ A군의 수입은 오로지 배달 건수에 따라 산정되고 고정 급여를 받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A군이 B씨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판단했다. 심지어는 A군이 B씨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점도 B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A군은 노동자가 아니고 독립된 개인사업자이다. 패스트푸드점이나 개인 업체에 고용된 청소년들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 그나마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배달대행업체의 비정상적인 고용방식은 업주와 청소년의 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보게 한다. 이번 판결이 고용을 책임지지 않고 푼돈을 주면서 청소년들의 노동력만 착취하는 악덕 업주들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④ 사병이 장교 애인 폭행했다면 상관폭행죄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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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장교와 사귀던 사병이 사석에서 애인인 장교를 폭행했다면 무슨 죄가 성립할까. 대법원의 결론은 '상관 폭행죄'였다.

지난 2월 국군병원에 입원 중이던 상병 C씨는 간호장교 D씨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그런데 C씨는 교제 도중 D씨가 '병원 환자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게 대한다'는 등의 이유로 D씨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폭행했다. C씨는 "헤어지면 가족과 동기를 죽이겠다", "너는 쓰레기다" 등의 폭언까지 하였다.

군사법원은 C씨를 상관 폭행·상관 상해·상관 협박·상관 모욕죄로 기소됐다. 1심은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점을 고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인 군사고등법원은 지난 7월 "C씨가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D씨의 동료 간호장교들에게도 반말하는 등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며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C씨는 "직무수행 중도 아니었고, 형도 무겁다"며 대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상관 폭행·협박·상해·모욕죄 등은 "모두 상관의 신체·명예 등의 개인적 법익뿐만 아니라 군 조직의 위계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도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상관에는 명령복종 관계없는 경우도 포함되고, 상관이 반드시 직무수행 중일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에서는 사형, 무기, 징역 10년 이상이 아니면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상고 이유로 삼을 수 없다. 대법원은 지난 9월 24일 C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C씨는 내년 1월까지 교도소에 복역해야 한다. 사석에서 장교 애인에게 불손하게 행동한 대가는 뜻밖에 컸다. 
 
⑤ 김만복 남북정상회담 회고록 발간 중단 배경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회고록의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정원장 재직 시절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회고록의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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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재직 시절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회고록의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관련 기사 : "자살할 때까지 뿌린다"... 몸캠이 뭐길래).

김 전 원장은 지난 1일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비화를 담은 책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 -10·4 남북정상선언>을 출간한 바 있다.

국가를 대리한 법무부는 "이 책 내용이 전직 공무원인 저자들의 직무상 비밀을 포함하고 있고, 특히 김 전 원장의 경우 국정원장의 사전허가를 얻지 않았다"며 판매금지 가처분을 냈다.

2차 심문기일인 지난 16일 김 전 원장이 재판부에 판매중단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50민사부)은 양측에 화해권고 결정을 보냈다. 결정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을 때까지 이 책은 인쇄·판매·배포가 금지된다. 다만, 양측은 정식 소송을 통해 다툴 수는 있다.

20일 현재 해당 도서는 각종 인터넷서점에서 '절판' 또는 '품절'로 분류돼 판매가 중단됐다. 출간되자마자 사회 분야 베스트셀러(인기도서) 순위 상위권에 올랐던 이 책이 다시 온전하게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 편집ㅣ김준수 기자



태그:#간단한법, #쿠데타, #전교조, #판결,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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