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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5월이다. 산천은 푸른 초목으로 우거지고 임진강의 맑고 투명한 물빛이 햇볕에 반짝거린다. 어디선가 라벤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 향기의 근원지를 찾아 나서본다. 연천군은 3.8선을 넘어선 DMZ가 인접한 땅이다. 임진강 주상절리 적벽이 태곳적 원시시대를 느끼게 한다. 연천은 구석기시대의 돌도끼가 발견된 땅이 아닌가.

라벤더 향기 그윽한 연천 허브빌리지
 라벤더 향기 그윽한 연천 허브빌리지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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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빌리지'라는 이정표를 따라 우정리를 지나 임진교를 건넌다. 진상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태풍전망대 방향으로 달리다가 군남면사무소 삼거리에서 북삼교 방향으로 다시 좌회전을 한다. 은빛 물비늘이 반짝이는 임진강 북삼교를 지나자 라벤더 향기가 더욱 코끝에 와 닿는다.

강변에는 지중해풍의 풍경이 펼쳐진다. 연천에 이런 곳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천혜의 자연 그대로 풍경이 다가온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풍경이다. 소박함은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준다

허브빌리지 정상에서 바라본 임진강
 허브빌리지 정상에서 바라본 임진강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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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삼교를 지나서 우측으로 급회전을 하여 굴다리를 끼어 들어가니 이윽고 허브빌리지가 나타난다. 입구에서부터 라벤더가 마치 장난감 병정처럼 길 양쪽에 도열해 있다. 나는 귀여운 라벤더 병정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허브빌리지로 들어선다.

허브빌리지 입구에 도열한 라벤더
 허브빌리지 입구에 도열한 라벤더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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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 올라서자 보라색 라벤더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보라색 라벤더 꽃들만 보아도 마음이 저절로 진정된다. 보라색 꽃물결 위에 드문드문 피어 있는 튤립의 고옥한 자태도 압권이다. 더욱이 임진강이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풍경은 마치 프로방스의 어느 마을을 걷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름답다.

라벤더와 튤립이 절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허브빌리지
 라벤더와 튤립이 절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허브빌리지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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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푸른 하늘과 임진강물이 서로 빛을 투영하며 하나 되어 흐르는 곳. '허브빌리지'는 임진강 적벽위 1만 7000여 평의 땅에 펼쳐져 있다. 그 언덕위에 펼쳐진 꽃들의 천국은 자연과 문화가 경계 없이 서로 하나로 어우러지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연의 품을 아늑하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산책길이다. 단 하루만 머문다 해도 그 색과 향기를 아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곳이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라벤더는 라틴어의 'lavo' 또는 'lavare(목욕하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라벤더 향기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라벤더 꽃말인 '침묵'도 흥분을 가라 앉히는 진정제 효과가 있는 데서 생긴 꽃말이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라벤더는 <침묵>이란 꽃말을 가진 향기의 여왕이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라벤더는 <침묵>이란 꽃말을 가진 향기의 여왕이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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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향기를 가진 라벤더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여러 포털 백과사전에 따르면 라벤더는 향수와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될 뿐 아니라, 요리의 향료로도 사용되며, 두통을 치료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도 쓰인단다. 라벤더 꽃을 모자에 꽂기만 해도 두통이 사라질 정도로 머리가 상쾌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때문에 과거 고대 로마시대부터 욕조 안에 라벤더를 넣고 목욕을 했으며, 향기가 나도록 말린꽃을 서랍이나 벽장 등에 넣기도 했다. 특히 영국의 엘리자베스 시대에 출판된 가사 책에는 살균·방충용으로 라벤더가 자주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1세가 라벤더로 만든 사탕과자를 좋아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사랑의 연못
 사랑의 연못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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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이 바라보이는 레스토랑에서 허브 비빔밥을 먹었다. 허브향이 가득한 비빔밥에는 예쁜 꽃잎과 각종 채소, 그리고 소고기를 약간 첨가한 웰빙 스타일의 음식이다.

'비스듬히 비추는 한 줄기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나는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처럼 아름다운 풍경위에 드리운 햇살을 바라보며 넋을 잃는다. 하늘로부터 우리에게 보내진 빛이 아닌가!

허브향이 가득한 허브비빔밥(8,000원)
 허브향이 가득한 허브비빔밥(8,000원)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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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초리에서 바라본 임진강
 레스토랑 초리에서 바라본 임진강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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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햇살이 비추이는 임진강에 물비늘이 반짝거리며 떨어진다. 연인들이 손을 잡고 라벤더 정원을 걸어간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정말 아름다움은 인생을 살아볼만한 유일한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정심을 먹은 후 허브가든으로 갔다. 테마에 따라 8개의 정원으로 나누어진 허브정원은 100가지의 허브와 20여가지의 난대수목이 어우러져 있다. 허브가든에 있는 올리브 나무는 약 300년이 된 것으로 국내 올리비나무 중에서는 최고령이라고 한다.

100가지의 허브가 자라고 있는 허브정원
 100가지의 허브가 자라고 있는 허브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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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빌리지에는 숙박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클럽플로라 힐사이드는 30평형의 패밀리형 빌라이고, 클럽플로라 게스트하우스는 13평형의 커플형 숙소다.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라벤더 향기 속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허브빌리지는 허브 찜질방과 체험공방 등 다양한 체험 공간도 운영 중에 있다. 허브빌리지는 그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을 해왔으나, 2013년부터는 국가소유로 귀속되어 현재는 국가기관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태그:#연천 허브빌리지, #라벤더 꽃, #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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