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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 서울특별시 서남병원서 개최
ⓒ 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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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병원 환자들의 솔직함에 모두가 놀랐다. 그리고 자신들의 권리를 확인하면서 환자들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이름은 '환자권리교실'이지만 선생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환자들 스스로 권리를 깨달아가는 자리였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이 주최하는 제3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토크로 마주하는 환자권리 토크의 줄임말)' 행사가 지난 21일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서울시는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불만 해소와 권리 보호를 위해 환자권리옴부즈만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환자고충상담 콜센터 운영과 함께 서울시립병원에서 매월 '환자권리교실 토마토'를 열어 환자들의 권리의식을 높이고 민원을 예방하는데 힘쓰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서울특별시 서남병원에서 열린 제3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가 최현정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지난 4월 21일 서울특별시 서남병원에서 열린 제3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가 최현정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 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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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최현정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준식 서남병원장, 안기종 환자권리옴부즈만 위원, 최심영 간호부장, 백지선 사회복지사와 김미경 시민참여위원회 위원이 토크 패널로 참여해 환자 및 보호자, 직원 등이 환자 권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했다.

첫 번째 토크는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환자고충상담 콜센터 문의가 들어와 이슈가 되었던 '독거노인 나 홀로 병원에 입원하기'라는 주제로 시작했다.

이 주제는 지난 2월 26일 서울시립 동부병원에서 열린 제2회 '환자권리교실'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 참석했던 많은 수의 고령 환자들이 이 주제에 크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열린 세 번째 '환자권리교실'에서도 역시 고령 환자들의 높은 관심이 모아졌다. 토크가 시작되자 많은 환자들이 해결책을 기대하는 표정으로 토론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곧 병원 측 패널인 백지선 사회복지사의 입에서 명쾌한 답변이 나왔다.

"저소득층에 홀로 사는 환자분들이 입원할 때 가장 곤란한 부분은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하는 부분입니다. 모든 병원이 병원비를 담보할 수 있는 보증인 설정을 요구하기 때문인데요. 저희 서남병원은 아프신 환자분들이 우선적으로 입원하실 수 있게 '연대보증인 제도'를 철폐했습니다. 아프면 주저하지 말고 오세요."

이어 김준식 서남병원장은 고령 환자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말로 지원사격을 했다. 그는 "나이 드신 환자분들, 일단 부딪혀보셔야 됩니다"라며 첫마디를 꺼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정말 생각보다 의료복지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면 그냥 병원 오시면 되요. 설마 아프다는데 내쫒겠습니까?"라며 병원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지난 4월 21일 제3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에 60여명의 환자 및 의료인들이 참석했다.
 지난 4월 21일 제3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에 60여명의 환자 및 의료인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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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토크는 '직업, 학력이 문진 시 필요한가요?'라는 주제였다. 첫 회 '환자권리교실'에서부터 토크 패널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음에도 환자들은 선뜻 토론에 참여하지는 못했던 주제였다. 하지만 세 번째 '환자권리교실'에서 처음으로 환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이어졌다.

한 60대 여성 환자는 "아는 형님이 자꾸 거울 앞에서 옷을 갈아입기에 어딜 가시냐고 물었더니, 병원에 좀 멋을 내고 가야 촌사람이라고 무시 안 당한다고 해서 그 이후로 병원 갈 때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첫인상을 정말 좋게 남기고 싶은데 우리나라는 학벌, 인물, 몸매 전부 중요하다"며 "학력 문진도 본인이 만약 중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다면 정말 거짓말이라고 하고 싶을 심정일 것"이라고 환자들의 심경을 토로했다.

최심영 서남병원 간호부장은 "사실 아직도 우리 병원 문진표에 학력란은 있습니다. 하지만 진료과정에서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고, 매번 묻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할뿐"이라며 환자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했다. 

환자들이 김준식 서남병원장에게 직접 병원의 불편한 점에 대해 목소리를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가장 인상적인 불편 사항은 다름 아닌 '와이파이(WiFi)'를 개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부부가 둘 다 건강이 안 좋아 서남병원에 자주 동반입원을 하는데 스마트폰 게임을 좋아하는 아내가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지하까지 내려가 게임하는 것을 보고 남편인 환자가 속이 상했던 것. 김준식 서남병원장은 와이파이 때문에 멀리 떨어져있어야 했던 부부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적극 통신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는 '의사와 환자는 대화가 필요해'라는 토크가 이어졌다. 

먼저 안기종 환자권리옴부즈만 위원이 운을 뗐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의사는 '하이파이브'하는 의사입니다. 진료가 끝나면 그냥 가라고 하는게 아니라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하는데 저는 이런 스킨십이 너무 좋더라고요"라며 좋은 기억을 남겼던 의사를 소개했다.

최현정 아나운서도 의사·환자 간 스킨십에 관련해 기억나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녀는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돌아온 친구가 말하길, "여기 의사 선생님들은 내가 아프다고 말한 곳을 한 번도 만지지를 않아, 너무 이상해"라고 했다며, 의사·환자 간 스킨십이 신뢰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한 여성 환자는 꼭 얘기하고 싶은 의사가 있다면서 손을 들었다. 환자는 "제가 그 의사 선생님 보고 여기 병원으로 왔어요. 작년에 다른 병원에서 너무 잘 치료해주셔서 그 선생님 따라 온 거예요"라며 서남병원의 한 의사에 대해 깊은 신뢰와 애정을 표현했다. 

김미경 시민참여위원회 위원도 서남병원을 이용해온 환자로서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했다. 그녀는 "지난 3월 골절상을 입어 서남병원에 입원했는데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너무 친철하게 대해줬다. 일주일 내내 침대에 누워있어 우울증이 생길 것 같았지만 그 선생님을 대할 때마다 엔도르핀이 솟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소감을 말했다.

김미경 위원이 말한 의사와 공교롭게 앞서 여성환자가 밝힌 의사는 동일 인물이었다. 이날 해당 의사는 칭찬세례와 함께 실명까지 공개되며 많은 환자들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김준식 서남병원장은 행사 후 인터뷰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자유롭게 토론하며 환자 권리를 위해 소통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 서남권 대표 공공병원이자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최상의 진료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권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태그:#환자단체연합회, #환자권리교실, #토마토, #환자권리옴부즈만, #서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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