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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쉬했어."

반쯤 열린 안방 문 사이로 다다다 달려 들어와 남편을 깨우는 건 다섯 살 막내(44개월)다.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은 오전 2시 정도 되었을 것이고, 침대에서 쉬를 하고 축축한 기분을 느낀 아이가 일어나 우리에게 온 것일 터. 남편은 들릴 듯 말 듯 짧은 한숨을 뱉어내며 주섬주섬 일어나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다.

이불에 오줌을 싸는 게 일상이 된 아이는 그새 잠이 들고 남편은 아이의 젖은 옷과 이불을 대강 빤 다음에야 잠자리에 든다. 이런 지가 벌써 두 달여. 남편이 매일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다", "피곤해"를 입에 달고 사는 이유다. 지난해 9월 기저귀를 뗀 지 6개월 만에 다시 시작된 '밤오줌과의 전쟁', 지켜보는 나라고 편하지만은 않다. 이런 내 상황을 잠자코 듣고 있던 S가 물었다.

"막내가 처음 이불에 쉬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어?"
"글쎄… 잘 타이르다가 일주일쯤 지났을 때부터는 혼도 내고 화도 내고 다시 괜찮다고 하다가 '깔고 잘 이불 없다'고 협박도 하고…. 그래도 소용없으니 이젠 정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야."
"2주면 끝났을 일인데 초기대응을 잘못해서 두 달로 만들어놨네…. 가만 들으니 6개월은 더 가겠다. 일단 너부터 마음을 편히 갖고 천천히 두고 봐. 아이 마음도 편하게 해주고. 아이에게 '너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다시 기저귀를 하자'고 해보는 건 어때?"
"그건 아가들이 하는 거라고 싫대."
"어쩔 수 없네. 그럼 아이 마음을 일단 편히 해줘. 쉬해도 괜찮다고. 그깟 이불 빨면 된다고. 엄마가 얼마든지 빨아준다고."
"그깟 이불이라고? 언니 매일 빨아봐. 그런 소리 안 나올 걸?"

나라고 왜 "괜찮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괜찮다"를 열 번쯤 하고 나서는 속이 터져서 한 소리, 이러지 말자 또 "괜찮다"를 다섯 번쯤 하고 나서는 이대로 습관이 될까봐 불안해서 또 한 소리. 이게 계속 반복되는 것일 뿐. 이러니 <밤에도 혼자 쉬해요!>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도 혼자 쉬할 수 있을까' 싶어서.

밤오줌과의 전쟁, 함께 자면 달라질까

<밤에도 혼자 쉬해요!> 글 카트린 메스메예르, 그림 클로드 K. 뒤부아
 <밤에도 혼자 쉬해요!> 글 카트린 메스메예르, 그림 클로드 K. 뒤부아
ⓒ 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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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쉬가 마려워 자꾸 일어나는 카롤린. 매일 밤 엄마를 깨워 화장실을 가던 어느 날, 엄마아빠가 말했다.

"카롤린은 다 컸으니 혼자 쉬하러 갈 수 있단다. 베개 옆에다 이 손전등을 놔두렴. 쉬하고 싶을 때 손전등을 켠 다음 조용히 일어나보는 거야."

그날 밤 카롤린은 쉬가 마려워도 엄마를 깨우지 않고 손전등을 켰다. 어둠 속 둥글고 큰 불빛을 따라 화장실을 찾아가는 카롤린. 그런데 왜 밤에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하기만 한 걸까. 카롤린은 혼자서 화장실을 찾아 무사히 볼일을 마칠 수 있을까.

읽는 동안 계속 딴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매일 밤 이불에 쉬를 할까? 카롤린처럼 밤마다 뒤죽박죽 사건들이 생기나? 나도 카롤린 엄마아빠처럼 손전등을 하나 줄까…?'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거의 매일 새벽이면 어두컴컴한 거실을 가로질러 우리가 있는 방으로 오는데, 단 한 번도 어둠 속에서 길을 헤맨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막내는 지난해 큰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언니와 함께 잠자리 독립을 했다).

대체 이유가 뭘까.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 심리적인 요인, 어린이집 스트레스? 고민은 급기야 불안을 낳고 그 불안이 내 영혼을 잠식하기 직전,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너무 이른 잠자리 독립.

생각해보면 큰아이가 7년 만에 잠자리 독립을 한 데 반해, 막내는 고작 3살 때 잠자리 독립을 한 셈이다. 경험상 엄마의 '직감'은 신기하게 들어맞는 경우가 많아서 이게 원인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잠자리 독립 당시 "혼자서는 절대 못 잔다"던 큰아이에게 먼저 의견을 구했다.

"네 동생이 밤마다 왜 오줌을 싸는지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엄마아빠랑 따로 자는 게 원인인 것 같아."
"왜? 엄마아빠한테 관심 받고 싶어서?"
"(헉! 이게 더 정확한 진단일지도) 응? 그럴 수도 있어…. 생각해봐. 넌 7살 때까지는 엄마아빠랑 함께 잤잖아. 그리고 너도 9살 되면 혼자 잘 수 있다고 했고. 동생 침대 다시 엄마아빠 방으로 옮겨도 되겠어? 혼자 잘 수 있겠어?"
"응 좋아, 대신 내 책상도 옮겨줘. 그럼 완전히 내 방이 되니까."

이렇게 해서 꽃놀이 하러 가기 좋은 이 계절, 내겐 대청소라는 숙제가 하나 생겼다.

ps.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읽어요'가 있다. 이제 막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하는 아이 부모가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이다. 살펴볼 일곱 가지 항목 중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다. '평상시에 잘 놀아주고 운동을 시켜 주세요',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실컷 놀아주고 바깥놀이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평일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직장맘이긴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함께 자는 방법과 병행해볼 참이다.

○ 편집|최규화 기자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밤에도 혼자 쉬해요!

카트린 메스메예르 글, 클로드 K. 뒤브와 그림, 다림(2015)


태그:#밤에도 혼자 쉬해요!, #대소변, #밤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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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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