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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시작한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를 100회까지 하는 데 5년이 걸렸다. 그러나 200회까지는 단 1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지난 2014년 대한민국에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인터뷰 200회를 맞아 특별한 인터뷰이를 찾았다. 지난 1월 11일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야권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2010년부터 야권통합을 주장해 온 영화배우이자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아래 국민의 명령)' 대표인 문성근씨를 1월 2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국민의 명령'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에게 야권 재편과 대북 관계에 대한 전망을 물어보았다.

다음은 문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영광 시민기자(오른쪽)가 지난 1월 27일 오후 자신의 200번째 인터뷰로 국민의명령 문성근 대표를 인터뷰하고 있다.
 이영광 시민기자(오른쪽)가 지난 1월 27일 오후 자신의 200번째 인터뷰로 국민의명령 문성근 대표를 인터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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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무> 이후 작품 활동이 뜸하신데 최근 근황이 궁금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촬영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려요. 총선이 내년 4월이라 길게 참여하기 어려워요. 단역 같은 경우, 종종 연락이 오는데 대부분 악역이라 사양하는 편이죠. 왜냐하면, 지난 총선에 영화 <실종>으로 손해를 봐서 악역은 못해요."

- 악역이 몰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악역과 선한역을 구분하지 않는 편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영화라면 악역이라도 즐겁게 일하는 편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악역을 거절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서 자주 몰리는 경향이 있는 듯해요."

- 변희재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1월 승소했는데, 소감은 어떠세요?
"재판부가 (변희재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2013년 말, 이남종 열사가 서울역에서 분신했을 때, 제가 "죽으면 안 됩니다. 살아서 싸워야 합니다. 문익환"이라고 트위터에 올렸어요. 그런데 트위터에 표시된 시간이 '분신 전'이라는 얘기가 있었죠.

그것으로 변희재씨는 '문성근의 기획 분신'이라고 몰아갔죠.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트위터 본사가 미국이라 미국 시각이 뜨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해 줬는데, 정정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소송했어요. 명백한 허위사실이니까 유죄라고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웃음)"

"온라인에 큰 광장 만들어 시민의 다양한 의제에 대처해야"

"정권교체를 위한 제안으로 정당 쪽은 박원순 시장이나 문재인 의원이 주장하듯이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으로 바뀌어야 해요."
 "정권교체를 위한 제안으로 정당 쪽은 박원순 시장이나 문재인 의원이 주장하듯이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으로 바뀌어야 해요."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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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토론회에서 '21세기형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아래 전민련)을 만들자'고 주장했는데 어떤 취지인가요?
"'이명박근혜' 정권 7년 사이에 국민은 고통과 신음을 넘어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2017년에는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해요. 새누리당은 보수 진영의 단일 정당이고 언론과 사법 권력, 뉴라이트 단체 등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또, SNS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홍보하고 있어 결코 만만한 당이 아니에요.

거기와 경쟁해야 하는 민주진보진영은 갑갑한 지경입니다. 정권교체를 위한 제안으로 정당 쪽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문재인 의원이 주장하듯이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으로 바뀌어야 해요. 시민은 시민대로 사안별로 모였다 흩어지지 말고, 꾸준히 연대할 수 있는 느슨한 결사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조직체는 많았지만, 전부 오프라인 개념이었습니다. 이젠 온라인에 커다란 광장을 만들고 시민이 모여서 다양한 의제들에 대처하면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민주진보 진영이 힘을 받아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어요.

지금은 SNS 혁명시대입니다. 시민들이 주체성을 갖기 시작했죠. 그러니 시민사회나 운동권 활동가도 시대 변화에 맞게 '전민련' 같은 전국 조직을 만들어야 해요.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순환하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발상입니다. 하지만 제가 전민련이라고 한 것은 그날 토론회에 참여한 인사들이 당시 전민련에서 활동해서 그렇게 비유한 것뿐이에요. 젊은 세대에겐 '한국형 무브온'을 만들자고 하죠."

- 전민련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1980년대 중반까지는 최대 조직체가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이었고, 1987년 대선 후 구성된 것이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입니다. 직능별, 분야별, 지역별, 세대별 재야단체들이 전국에 수십 개 있잖아요. 그 단체가 연합해서 단일 지휘 체제의 전국 조직을 만든 것으로 이해하면 될 거예요."

- 문 대표 제안에 뭐가 필요하고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의 '무브온', 영국의 노동당 플랫폼이 좋은 예입니다. 영국 노동당은 2011년 총선에서 지고 나서 오바마 대통령과 '무브온'이 한 것을 보고 벤치마킹했어요.

첫째는 서명, 모금, 항의전화 걸기 또는 시위 제안 등을 하는 캠페인 플랫폼입니다. 둘째는 시민과 노동당이 함께 정책을 만들자는 정책 플랫폼, 세 번째는 시민들이 믿을 수 있는 정보도 정리하고 블로거나 1인 미디어의 힘을 묶어내는 플랫폼, 마지막은 앞의 세 플랫폼에 참여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역별 모임을 만들어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이걸 한국형으로 조정하자는 거죠. 그런데 시간이 고민이에요. 전문가들은 설계와 개발에 대략 6개월 정도 걸린대요. 내년 4월이 총선이라 시간이 별로 없어요. 또 다른 문제는 돈이 20억 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거죠."

-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새정치연합 탈당에 대해 문 대표는 "당권경쟁에 이겨 정당을 혁신하도록 응원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스스로 정당 혁신을 할 수 있겠느냐에 의문이 듭니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지만, 전당대회 결과와 그 후 개혁 추진 상황을 봐야죠. 정 전 상임고문과 시민사회도 야권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어요. 새정치연합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한 고민이라 동감합니다.

핵심은 소선거구제인데 이것은 양당제를 강제해요. 우리 역사를 보면 지역당을 제외하고 의미 있는 제3당이 성공한 예가 없어요. 예외가 딱 한 번 있었죠. 양김이 손잡고 민한당(한국 제5공화국 때의 정당, 민주한국당)을 자빠트린 때죠. 그것은 '양김'이라는 대통령 후보가 손잡고 관제 야당을 자빠트린 거라 특수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를 당장 바꿀 방법은 전혀 없어요. 왜냐하면, 지역구도가 살아 있는 한 새누리당은 썩은 막대기를 꽂아도 영남에서 60석 이상을 싹쓸이한단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선거는 40석을 진 상태에서 시작하는데 새누리당이 왜 바꿔 주겠어요? 기껏해야 석패율 제도 정도 받아주겠죠.

참여정부 시절에 '대연정'으로 기억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역구도를 완화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 개편에 동의해준다면 총리와 조각권을 주겠다고 한 거예요. 이걸 듣자마자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거절했어요.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하야'하라면 그것까지도 검토하겠다"고 했어요. 즉, 임기를 줄여서라도 지역 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동의해 달라는 거였는데 거절 당했죠.

이게 바뀌려면 새누리당을 제외한 야권이 총선에서 연대든 연합이든 통합이든 해서 두 번쯤 다수당을 하면 새누리당이 이쪽을 나누려고 동의해 줄 거예요. 지금 나뉜 진보정당들을 하나로 묶는 것에 대찬성이에요. 그러나 일부는 새정치연합에서 진보적인 분들이 탈당해서 진보정당을 강화해 주길 바라는 분들이 섞여 있더라고요."

이영광 시민기자가 지난 1월 27일 오후 자신의 200번째 인터뷰로 국민의명령 문성근 대표를 인터뷰하고 있다.
 이영광 시민기자가 지난 1월 27일 오후 자신의 200번째 인터뷰로 국민의명령 문성근 대표를 인터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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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연합에 기대하는 건 무의미하지 않나요? 당 대표가 바뀐다고 달라질까요?
"현 새정치연합을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우선, 새정치연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봐야죠.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 모순이고 역사의 누적된 결과물이어서 더 심각해요. 또 하나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잔류 민주당이 있었고 그때 양쪽에서 생긴 감정의 골이 깊어요. 그 때문에 지금 새정치연합 구조는 쉽지 않은 상태라는 거죠. 그렇다고 저 당이 없어질 것은 아니에요. 가장 최선은 '개선'이죠."

- 새정치연합이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여론조사가 몇 번 나왔는데 보면 민심과 당심이 판이합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당원들은 멀게는 1971년 대선 때부터 가깝게는 1997년에 입당한 분까지 오래 활동해 오신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 선수들이라 저는 이분들이 전략적 판단을 하셨으리라 믿어요. 결국, 당심이 민심을 의식하면서 따라갈 것이라고 예상해요."

- 문 대표는 '국민의 명령'을 시작할 때부터 야권 통합을 주장했는데 지금 보면 여러 개로 분열될 가능성이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보세요?
"민주당과 (야권대통합추진모임) '혁신과 통합'이 통합을 결정하기 전인 2011년 7월쯤, 박지원 의원을 만났을 때 제 구상에 대해 "정치란 마지막 벼랑 끝에 가서 합의한다, 통합될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어요. 맞는 말이에요. 지금 전당대회에서 네거티브로 시끄러운데, 결과가 나오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모두 협력할 겁니다.

더 큰 관심은 진보진영의 소통합이죠. 어떤 형태로든 진보 소통합을 이뤄야 해요.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과 단일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지금 보면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 법제화를 합의할 것 같잖아요? 그러면 야권의 단일후보 선출 방식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변용한 수준에서 이뤄질 거예요. 지난 총선에서는 당대당 협상을 통해 지역구를 나눴는데, 그런 일은 없고 국민 참여 방식으로 단일후보를 선출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소선거구제 한계 때문에 선거 연대할 수밖에..."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의존도가 저렇게 높은지 몰랐어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의존도가 저렇게 높은지 몰랐어요."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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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지난 총선 때 선거를 앞두고 연대해서 효과가 별로 없었죠. 선거를 위한 연대가 얼마나 시너지를 낼지 의문입니다.
"평소 양측 정책연구원 중심으로 정책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요. 국민에게 성실히 보이고 단순한 연대가 아니라 소선거구제란 한계 때문에 선거 연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하면 연대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사실 피로감이란 게 수구 언론이 덮어씌우는 프레임이잖아요? 문제는 소선거구제입니다. 연합정당을 하면 최선인데 정 싫다면 당당하게 연대해야죠. 어차피 이건 피할 수 없는 과정이잖아요? 어떻게든 해야 하니 그 과정을 지난 번보다 훨씬 더 합리적으로 설계해야지요."

- 아버지 문익환 목사가 통일 운동을 하셨고, 문 대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언론에서는 올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보세요?
"잘 안 될 겁니다. 그냥 만나는 것, 이를테면 이번에 러시아가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했는데 거기서 잠깐 얼굴 마주치는 식으로 하는 건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정상회담까지 가려면 양 정상 간에 토론하고 협의와 협상을 거쳐서 결론을 낼 사안이 있어야 해요.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거죠. 특히 대통령 업무 지지도가 30%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 테니 대폭 개각도 어려워요. 지지도가 반등했던 모멘트는 통합진보당 해산이고 그런 공안 통치만 효과가 있다는 걸 봤어요. 그 때문에 금년 내내 공안 정국을 이어갈 것이라고 봐요."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되어 가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모든 게 예상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의존도가 저렇게 높은지 몰랐어요. 인터넷에 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국무회의를 비교한 동영상이 있어요. 박 대통령은 업무지시는 물론 새해 인사까지 읽어요. 그걸 보면서 의문이 들었죠. 누가 써준 것을 읽는데 누가 그것을 써주었을까.

저는 국가 행정체계가 마비된 상태라고 봅니다. 자르라고 아무리 말해도 안 하잖아요. 총리는 교체했고, 비서실장은 나중에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3인방 권력은 더 커졌잖아요. 그 때문에 이쯤에서 국민이 김 실장과 3인방을 자르라고 하지 말고 내버려 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요. 그들까지 내치면 더 안 될 것 같아요."

-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의 총리 발탁은 어떻게 보세요?
"아마 총리할 사람이 없었을 거예요. 지난번에 다 실패했잖아요. 현역 정치인은 인사청문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유권자 검증이 있었던 사람들이잖아요. 검증해봐야 확실해지겠지만, 국회의원을 임명하는 게 다른 데 있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이라고 봐요."

- 문 대표는 배우면서 정치인인데 뭐가 더 좋으세요?
"그건 말하나마나 배우가 좋아요. 엊그제 영화 <해무> DVD 출시하면서 코멘터리란 것을 했어요. 끝나고 한 잔하며 감독과 배우가 영화 진행 과정과 그 당시 현장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그러나 정치만 생각하면 골머리가 아프고 숨이 턱턱 막혀요. 솔직히 매일 고문당하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민주공화국을 한자로 풀면 시민이 주인으로서 더불어 어울려 사는 나라잖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n.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성근 ,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이영광의 거침업이 묻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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