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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자존심 때문에'라는 내용의 기사를 공모한다. 사실 자존심 문제로 이래저래 사연을 겪은 사람은 꽤 많을 거다. 나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라 하겠는데, 오늘 겪은 일은 자존심 때문에 망신당한 일이라 하겠다.

오랫동안 교회를 다니다 보면 예배 때마다 교회를 가는 것이 습관처럼 된다. 대형교회의 경우 주일 대예배, 저녁 찬양예배, 수요 기도회 등 큰 예배만 세 건이 있다. 그 외에도 새벽기도회, 월요기도회 등 자잘한 것들도 있고​…. 아무튼 그래서 나는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수요 예배에 참석하러 갔다.

미리 변명하는 것이지만, 예배를 다녀온 사람은 아마 경험해 봤을 거다. 목사의 자장가와 같은 설교로 잠이 오는 일 말이다. 심지어 오늘은 재직 수련회가 겹쳐 예배당에 사람이 꽉 들어차 온도가 올라간 데다, 겨울이라고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대는 바람에 숙면을 취하기 정말 좋은 환경이 됐다.

그렇게 잠에 취해 꾸벅꾸벅 조는 나에게 "일어나십시오"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루한 설교가 끝나고, 마무리 순서에 접어들었던 것이다. ​찬송가를 한참 부를 즈음, 갑자기 헌금함이 사람들의 손을 거쳐 돌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며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교회에서는 암묵적인 헌금 액수가 있는데, 청소년은 천 원, 가정 예배는 오천 원, 정식 예배는 만 원을 넣는단 거다. 일종의 축의금과 같은 느낌으로 내는 건데, 사람들이 돈을 넣으면 뭔가 나도 넣어야 할 것 같아 넣는 식이다.

망설이다가, 통 크게 지갑을 열고 만 원을 넣었다. 마침 용돈도 빵빵했고. 자존심이 있지, 청소년 벗어났는데 뭔 천 원이야. 그런데 돈을 넣으니까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거다. 뒤에 있는 권사님이 나를 향해 물었다.

"잤죠?"

​알고보니 헌금함이 돈 이유는 그곳에 교회 재직 수련회와 관련된 쪽지를 넣는 것이었다. 거기에 멀쩡한 만 원짜리 지폐를 넣는데 이상하게 볼 만한 일이었다. 나는 쑥쓰러움에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 조금 피곤해서…."

​예배를 마치자 마자 빠르게 예배당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옷에 달린 모자를 쓰고. 부끄러운 일이 또 하나 늘어난 날이다.

덧붙이는 글 | '자존심 때문에' 응모글입니다.



태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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