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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만 가는 통장잔고 .
ⓒ 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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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부러 친구들 연락을 피해요. 돈 없어서 못 만난다는 소리는 자존심 상해서 못하겠으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했는데 돈도 한 푼 못 받고. 버스비하고 식비 때문에 오히려 모은 돈 까먹고 있어서 일할수록 마이너스예요."

현재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A군은 '짠돌이'가 되었다. 친구와 맥주 한 잔 하기도 부담스럽다는 그는 버스비 천원을 아끼기 위해 꽤나 먼 거리를 걸어다닌다. 식사는 편의점 김밥으로 때우고, 좋아하던 커피와 영화관도 끊었다고. 인턴 한 달 째, 그가 이렇게 '짠돌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달을 꼬박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장에 입금된 돈은 '0원'이기 때문이다.

A군은 인턴 경력이 대학교 졸업요건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인턴 경력' 없이는 도무지 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무급인턴에 지원했다고 한다. 덕분에 꾸준히 하고 있던 알바마저 그만둬야 하면서 A군의 생활고는 커져만 갔다. 그에게 '무급 인턴 생활'은 일할수록 통장 잔고가 비어가는 딜레마 그 자체였다.

일할수록 통장 잔고가 비어가는 '무급인턴'

사실 '무급인턴'이 논란이 된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2011년에는 희망제작소에서 점심 값 5000원만 제공하면서 정규직에 준하는 업무를 요구해 노동력 착취 논란이 있었고, 2013년 12월에는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고스펙의 무급인턴을 모집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대부분의 무급인턴 채용 기업은 업무관련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말로 비난 여론에 반박하곤 한다. 현행 근로 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어서, '교육을 목적으로 한 무급인턴'은 근로 조건의 규정에 포함되지 않아 법망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무급인턴 경험자 대다수는 "우리가 담당한 것은 '교육'이 아닌 '노동'이였다"고 답한다. 사실상 기업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요구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고, 무급인턴 활동으로 실질적인 이윤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육의 기회'라는 말로 포장 되었을 뿐, 청년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악질 노동착취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취업에 있어 인턴 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인턴 자리를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하다. 따라서 무급인턴이라도 구직자들의 지원이 넘쳐난다. 이에 미국에선 무급인턴 관행이 한창이었고, 연간 인턴직 100만 명 중 절반은 무급인턴이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나 영국 등 현지의 사회 분위기는 무급인턴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2013년 6월, 뉴욕 연방 지방법원이 2년간 무급으로 인턴 생활을 마친 두 명의 소송에 대해 기업의 보상 판결을 내리면서, 무급인턴 관행에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와 관련된 줄소송이 이어지면서 미국 현지 무급인턴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JTBC '썰전'의 한 장면
▲ 열정페이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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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경쟁의 시대, 스펙 '고고익선'의 시대에 취업준비생들에겐 이력서 한 줄이 절실하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 채용에서도 업무 관련 경험이 있는 '올드루키'를 선호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무급일지라도 인턴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다.

청년에게 취업은 곧 '생존권'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악질 기업들은 '열정페이'란 말로 이들의 생존권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A군은 인터뷰 끝에 이렇게 말했다.

"청년들이라고 '열정'만 먹고사는 줄 아나, 우리도 밥 먹고 산다!"

청년들의 밥줄을 쥐고 휘두르는 일부 기업의 '슈퍼 甲(갑)질'에 대한 법적·제도적 제재가 절실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짠돌이라 부르지마 응모글



태그:#무급인턴, #청년인턴, #열정페이, #짠돌이, #짠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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