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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향림옹기박물관 5주년 기획초대전, '옹기, 그림을 만나다 Ⅱ'
 한향림옹기박물관 5주년 기획초대전, '옹기, 그림을 만나다 Ⅱ'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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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세이온(Museion)은 원래 학예(學藝)를 관장하는 아홉 여신(女神) 뮤즈(Muse)를 모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오늘날 뮤지엄(Museum)은 모든 시민을 위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위함이지요.

기원전 3세기경 무세이온은 알렉산드리아에 고대 이집트의 유물들을 수장(收藏)하고 학자들을 초청하여 연구하던 왕실부속연구소였습니다. 오늘날 뮤지엄은 유물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연구하고 조사하며 전시하고 교육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지중해 세계, 오리엔트 세계, 인도 세계의 지혜를 한 곳에 모으려 했다. 물론 서적을 모아 놓으면 지식인들도 모이게 되므로 무세이온(Museion)이라는 연구시설도 건설했다. 아마도 자신과 국가의 영광을 높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디지털에 빠진 사람들, 카맡타 히로키 저, 참솔)"

알렉산드리아는 헬레니즘(Hellenism)시대 학문 연구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헤이리에는 현재까지 19개의 뮤지엄과 58개의 갤러리가 지어졌습니다.

헤이리의 한향림옹기박물관
 헤이리의 한향림옹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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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평이라는 땅위에 창조적 유물이 집적되고 있습니다. 기원전 3세기의 알렉산드리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자신과 국가의 영광을 위해 뮤세이온을 건설했다면 오늘날의 컬렉터는 무엇을 위해 뮤지엄을 지을까? 10여 년 동안 헤이리의 컬렉터들을 지켜보면서 광기의 열정을 확인하게 됩니다.

한향림옹기박물관의 이정호․ 한향림, 타임앤블레이드박물관의 이동진,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의 이영진,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의 최봉권, 화폐박물관의 박용문같은 이들입니다.  

#2  

헤이리내에 옹기박물관과 현대도자미술관 등 2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향림세라믹뮤지엄'의 한향림관장
 헤이리내에 옹기박물관과 현대도자미술관 등 2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향림세라믹뮤지엄'의 한향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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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한향림옹기박물관에서 '옹기, 그림을 만나다 Ⅱ'전시 오픈이 있었습니다.

2004년에 헤이리에 문을 연 한향림세라믹뮤지엄(옹기박물관+현대도자미술관)의 옹기박물관은 2009년에 경기도 등록박물관으로 변신하여 옹기소품에서 대형항아리까지 지역별, 기능별로 분류 전시되어있습니다. 

너무나 가까워서 간과했던 옹기의 기능적 과학성과 심미적 우수성을 이 옹기박물관을 통해 거듭 재발견하게 됩니다. 때때로 열리는 특별전을 통해 마치 21세기의 알렉산드리아에 발붙이고 있는 즐거운 환영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박물관에서는 기존에 실용에만 국한되었던 관심을 확장하여 옹기의 조형성에 주목했습니다. 2004년에 옹기를 그림에 접목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그것은 화가의 심미적 안목에 기댄 옹기의 재발견이었습니다. 형태의 다양성, 비례감, 문양 등에 주목한 조형성을 표현함으로서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예술성에 눈길을 돌리게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3

10년 만에 이루어진 2번째 전시에는 석철주, 고재권, 안창표의 세 작가에게 그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이 세 작가는 기왕에 옹기를 화폭에 도입한 작업을 해온 화가들입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이 세작각의 뚜렷한 개성의 관점과 표현이 옹기라는 친근한 대상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재발견하게 하는 기쁨을 선사합니다. 

석철주 작가는 옹기의 차용을 넘어 21세기적 해석을, 고재권 작가는 옹기가 입체가 아닌 곳에서의 색감과 질감이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 지를, 안창표 작가는 옹기가 놓인 공간을 포괄한 조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전시 오프닝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작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컬렉터, 뮤지션, 애호가, 학생, 주부, 주민……. 

인왕산 자락의 누하동에서 나서 자란 석철주작가가 기억의 문을 열었습니다.

"내 어린 시절 항아리의 기억은 흰색 무명옷을 입으신 어머님이 장독대에서 주발에 물을 담아 놓고 두 손을 모아 비손하던 모습이다. 내 그림속 하얀 주발이 바로 그 어머님의 모습이다. 숨바꼭질하다 빈항아리속으로 숨어들었다가 잠이 들었던 유년시절과 자배기 안쪽에 진흙을 바르고 자갈을 깐 다음 불을 피워 고구마를 구워 팔면서 자활을 해야 했던 청소년시절의 기억도 옹기 속에 박제되었다."

어릴적 옹기와의 친화적 기억을 화폭에 담고 있는 석철주작가
 어릴적 옹기와의 친화적 기억을 화폭에 담고 있는 석철주작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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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권 작가가 옹기에 매료된 것은 '크기와 모양이 각기 다른 형태와 토질과 굽는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르게 생성되는 미묘한 색상의 탄생, 대칭인 듯하면서도 비대칭의 자연스러움'때문이었습니다. 

"도공들의 손으로 거칠게 표현된 사물의 구상성과 추상성, 기하학적 문양의 회화성, 옹기의 입체에 유약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공간성까지 옹기에는 많은 심미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재권작가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어머님'을 옹기를 통해 기억하고 있다.
 고재권작가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어머님'을 옹기를 통해 기억하고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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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표 작가는 장독대에서 '소우주'를 발견합니다.

"장독대는 고래로 우리 삶의 갖가지 형상들이 존재하는 풍속의 공간이다. 숨을 쉬는 장독은 소통이고, 음식이 담기는 것은 사랑이며, 뚜껑을 덮는 것은 서로를 감싸는 용서이다. 나는 장독과 장독대에서 오늘날 엷어진 삶의 덕목들을 발견하고 그것에 함축된 상징에 주목한다."
 
안창표작가는 고려청자와는 달리 '서민적인 소박한 모습으로 비가 오나 눈이오나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독대'에 주목한다.
 안창표작가는 고려청자와는 달리 '서민적인 소박한 모습으로 비가 오나 눈이오나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독대'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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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향림 관장은 사립박물관으로서의 설립과 운영의 노정에 겪은 지난 10여 년간의 어려움을 숨기고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한' 세 작가를 모신 기꺼운 마음만 청중들에게 전했습니다.

사설박물관의 운영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안목과 열정뿐만 아니라 뚝심과 뒷심까지 필요한 일이다.
 사설박물관의 운영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안목과 열정뿐만 아니라 뚝심과 뒷심까지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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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얄 싱어즈가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habanera)'를 열창한 직후 헤이리의 노을동산 중턱의 헤이리가 한 눈에 조망되는 박물관 데크에서 기원전 300년 알렉산드리아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착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 로얄 싱어즈의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열창 전시와 음악은 마치 한 몸처럼 잘 어울린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전시오프닝을 음악회장으로 만든 로얄 싱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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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를 헬레니즘 세계의 중심으로 이끈 무세이온. 헤이리 한향림옹기박물관에서 한 뮤지엄이 발하는 문화적 현상에 일렁이는 마음으로 주목합니다.
한향림옹기박물관 5주년 기획초대전
옹기·그림을 만나다 Ⅱ
□ 주      최 | 한향림옹기박물관
□ 참여작가 | 석철주, 고재권, 안창표
□ 기      간 | 2014. 7. 18(금) ~ 8. 24(일)
□ 장      소 | 한향림옹기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6-43
□ 전시문의 | 070-4161-7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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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헤이리, #한향림옹기박물관, #한향림옹기박물관 5주년 기획초대전, #옹기·그림을 만나다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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