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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관을 택배에 빗대어 모독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양아무개씨의 선고공판이 열린 대구지법 서부지원 32호법정과 공판안내문.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관을 택배에 빗대어 모독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양아무개씨의 선고공판이 열린 대구지법 서부지원 32호법정과 공판안내문.
ⓒ 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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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관을 택배에 빗대어 모독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에게 명예훼손죄 대신 모욕죄가 적용됐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5형사단독(부장판사 조은경)은 19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모욕 혐의로 일간베스트 저장소(아래 일베) 회원인 대학생 양아무개(20)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양씨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으나, 양씨가 올린 사진은 희생자의 관 상자가 택배와 같이 보이도록 정교하게 합성하지 않아 일반인들이 볼 때 관 상자가 택배 상자로 착각할 수준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하며 "검사가 제출한 근거(일베 게시물)만으로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양씨가 조롱한 사망자는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일반 시민이어서 사회적인 의미나 피해가 크지 않아 정치적 패러디라고 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의 모습을 왜곡시키고 희화화하면서 피해 유족들을 경멸하고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모욕죄는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대법원 판례에도 주로 긴 글을 통해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 한 사례는 있으나 사진과 단문 2문장으로 명예훼손으로 판단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과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것을 정상참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선고가 내려지자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및 부상자회와 유가족들은 "벌금형이 안 내려진 것만 해도 어디냐"라며 안도하면서도 "죽은 사람을 또 죽이고 유가족 가슴에 다시 대못을 박은 꼴"이라며 피의자를 질타했다.

이동계 5·18구속부상자회 사무총장은 "벌금형이 선고되면 어쩌나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예상했다"라면서도 "집행유예 처분은 젊은이들이 광주의 민주화정신에 대해 왜곡된 역사관을 갖지 않도록 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또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2의 피고인이 나타나 역사를 왜국하고 우리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없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 사무총장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내려진 것은 법률자문을 거쳐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전했다.

"제2의 피고인 없기를... '명예훼손 무죄'에 대해선 항소여부 검토"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피고인이 쓴 반성문을 꺼내 보이며 “국선변호사가 쓰라고 지시해서 쓴 것”이라며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피고인이 쓴 반성문을 꺼내 보이며 “국선변호사가 쓰라고 지시해서 쓴 것”이라며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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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 40여 명은 이날 선고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오전 9시에 전세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대구까지 달려왔다. 법정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리던 유가족 이근애(76)씨는 "대학을 다니던 아들이 5·18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가 그만 세상을 떠났다"라고 아들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피의자를 향해 "어디 감히 관을 택배로 비유할 수 있냐, 본인 부모가 죽어도 택배로 비유할 거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광주와 관련된 일이니 광주에서 하지 왜 대구로 왔냐"라며 "대구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광주사람의 심정을 어떻게 알겠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저 놈(피의자)을 우리 새끼 묘 앞에 세워서 고개 숙이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유가족 임근단(83)씨의 아들 고 김경철씨는 1980년 5월 19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공수부대에 의해 구타를 당했고, 광주적십자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임씨는 "그때 우리 아들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고 즈그 새끼가 태어난 지 100일 됐을 무렵이었다"라며 "그 어린 것을 두고 어째 갔을까"라고 눈물을 흘렸다.

임씨는 또 피고인을 가리키며 "5·18 민주화 영령들을 한번에 모욕한 것"이라면서 "그동안 유가족들이 얼마나 심적 고통을 당하며 살았는지 아느냐"라고 말했다.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피고인이 쓴 반성문을 꺼내 보이며 "국선변호사가 쓰라고 지시해서 쓴 것"이라며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으면서 검사한테는 '유족에게 전화했다'고 거짓말했다"라며 지적했다. 정 회장은 "그때부터 괘씸해서 밤에 잠도 못 잤다"라고 말했다. '항소할 계획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광주 가서 논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양씨는 지난해 5월 일베 게시판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희생자의 관 앞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에 택배 운송장을 합성해 게시했다. 이에 광주지방검찰정은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 양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광주지방법원은 "거주지인 대구로 관할지를 옮겨달라"는 피고인 요청에 따라 해당 사건을 대구지법 서부지원으로 이송했다. 지난달 29일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양씨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태그:#일베, #광주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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