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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결과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진보진영의 참패다. 그런 가운데 지방의원 3선에 성공한 여성 당선인이 있어 관심을 끈다. 통합진보당으로 '창원라' 기초의원 선거구에 출마해 계속 배지를 달게 된 정영주(54) 의원이다.

정 의원은 8년 전 옛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당선해 창원시의회에 입성했고, 4년 전에는 지역구에 출마해 1위로 당선됐다. 이번에 그는 2명을 뽑는 선거구에서 2위를 차지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6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정 의원과 함께 강영희,김석규,송순호 창원시의원과 김주석 함안군의원, 류재수 진주시의원이 그들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이 경남에서만 광역 5명, 기초 25명 당선했던 것과 비교하면 숫자가 1/6로 줄었다.

통합진보당 정영주 의원(창원라)은 지난 6.4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해 이제 3선 의원이 됐다. 사진은 거리에 서서 선거운동했을 때 모습.
 통합진보당 정영주 의원(창원라)은 지난 6.4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해 이제 3선 의원이 됐다. 사진은 거리에 서서 선거운동했을 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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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의원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색깔론'에 시달렸다. 4년 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특히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은 빨갱이니까 찍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공격했다.

"새누리당 후보나 당원, 선거운동원들이 저한테 대놓고 빨갱이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주민들을 만나면 그런 말을 들었다면서 오히려 걱정해 주었다. 상대 후보가 빨갱이니까 찍지 말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저를 걱정해 주는 주민들을 보니 오히려 고마웠다."

정영주 의원은 이런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그는 "주민들한테는 우리가 나라 사랑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말을 하며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흔히 보수 성향을 가진 호국보훈단체들도 그를 도왔다. 선거운동 기간에 회원들이 와서 물도 나르고, 전기선도 이어주면서 도와주었다는 것. 호국보훈단체들이 정 의원을 도운 것은 의정 활동 영향 때문이다.

"제가 창원시의회 경제복지위원장으로 있었는데, 그 때 호국보훈단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평상시에도 그런 분들을 만나면 통합진보당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그렇게 색깔론으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가령 단체의 버스 구입 예산 처리 과정에서 그 분들을 만나 이야기 하면서, 고엽제 전우 회원들의 병원 이용 등 애초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지, 특정 정당을 안 좋게 하려는 행사 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 주기도 했다. 월남전 참전 어르신들도 결국 피해자인 셈이다. 그랬더니 이번에 선거운동기간 사무실을 찾아오기도 하고 격려 전화를 해주기도 했다."

정영주 의원은 평상시 의정 활동을 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엄마처럼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복지위원장 할때 어르신과 장애인, 청소년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온다. 하루는 진주에서도 저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해서 찾아오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하더라. 엄마의 마음처럼 주민들을 대하고, 주민들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 주었던 게 큰 힘이 된 것 같다."

정영주 의원은 "8년전 처음 의정 활동할 때는 공무원 감시와 견제 역할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그렇지 않더라"며 "주민들이 의원을 찾아오는 이유는 대개 악성민원 때문인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과 머리를 맞대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일 경우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자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정영주 의원은 이번 선거에 나오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박근혜정부의 '정당 해산청구'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등이 터지면서 통합진보당에 '종북' 이미지가 씌워진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기도 했고, 헌법재판소에서 출마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결정이 내려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선거에 임하기 전부터 고민이 많았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의원들이 그랬을 것이다. 당이 해체되는 거냐, 무소속으로 나가야 하는 거냐 등등 말이다. 선거에 나가려면 돈도 많이 드는데,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를 끝까지 치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들렸다. 그러나 그것도 하늘의 뜻이려니 생각했다. 선거를 못 치르더라도, 떨어지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자 생각하고 준비했다. 아무리 색깔론이니 종북이니 해도 당을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는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해온 의원들이 낙선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특히 경남도의회 야권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통합진보당 석영철 후보(창원4)가 새누리당 후보한테 아깝게 떨어진 것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정영주 의원은 "누구보다 의정활동을 잘 해온 우리당 의원들이 많이 당선하지 못해 안타깝고, 누구보다 석영철 의원은 당선되어야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그런 후보들이 떨어진 것은 의정 활동이나 선거운동을 못해서가 아니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여론이 많이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영주 의원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 당이 비빌 언덕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선거운동 기간에 많이 도와주었다. 선전전도 같이 벌였다. 표가 나오는 거 보면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가 우리 당에 대해 곱지 않다는 것을 안다.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가 고민이고 숙제다. 진보정치에 언제 편안했던 적이 있었나. 묵묵히 할 뿐이고, 하다보면 국민들도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 믿는다."


태그:#정영주 의원,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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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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