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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읍 전경, 이번 6.4지방선거에서 군의원 7명 전원이 교체되었다.
 화천읍 전경, 이번 6.4지방선거에서 군의원 7명 전원이 교체되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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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은 38선 이북지역 작은 산골마을이다. 인구는 고작 2만5000명에도 못 미친다. 5개 읍면(1읍,4면)에 분산해 사는 사람들 다수는 상업 또는 농업에 종사한다.

화천군 전체면적은 909㎢. 서울(605.25㎢)의 1.5배다. 이 중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6%에 이르다 보니 대규모 농업을 하는 사람은 없다. 다수가 소규모 논농사 또는 밭을 경작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6월 4일 지방선거, 강원도의원 화천군 선거구를 비롯한 7명이 선출되는 화천군의회 의원 전원이 바뀌었다. 전국에서 흔치 않은 경우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을까.

지역 출신만 의원이 되어야 한다?

산골마을의 성향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지만, 특히 화천은 전통적으로 학연과 지연, 혈연이 유독 강세다. 원인은 과거를 거슬러 보면 찾을 수 있다. 도로가 생기기 전 화천에서 한양까지의 교통수단은 북한강을 이용한 뗏목과 쪽배가 유일했다. 이 또한 물물교환을 위한 상인들의 전유물이다 보니 도심지 문화유입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이후 38선이 만들어지면서 서울까지 연결된 소로(小路)마저 끊겼다. 이 같은 지역 여건이 '우리'라는 연대의식을 강하게 만들었다. 외지에선 온 사람들을 경계했고 배척했다.

1990년대, 지방자치가 실현되면서 단체장을 비롯한 지역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뽑을 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후보 자격은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만 가능했다.

"그 사람 고향이 어디래? 학교는 어디 나왔고?"

어느 후보가 출마했다는 소릴 들으면, 묻는 수순이었다. 귀농을 한 어느 일류대학 졸업자도 이곳에서 고등학교나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

후보자들은 경조사나 잘 챙기고 '누구네 집 아들'임을 밝히면 그만이었다. 그것으로 족했다. 공약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고 정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번 6.4지방선거에서는 그런 주민들 의식이 바뀌었다. 단 한 명을 선출하는 강원도의회 의원을 비롯한 7명의 군의원 모두가 물갈이 되었다. 3선, 5선, 심지어 전직 의장 출신도 낙선했다. 그렇다면 낙선된 기존 의원들 모두 그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을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부 기대에 못 미친 사람들은 있다고 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어느 유권자는 '다선을 한 의원이 특별히 이루어 놓은 게 없지 않느냐'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그들에게는 권위와 감투만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질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마인드 함양이나 자질을 지녔는지에 대해 검증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공무원 출신은 무조건 당선되던 풍조도 바뀌었다

화천군 나 선거구 이흥일 당선자.
 화천군 나 선거구 이흥일 당선자.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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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 가선거구에서 2위로 당선된 이흥일씨. 그는 화천 출신이 아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읍내에 정착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2010년, 6대 화천군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세 명을 선출하는 선거구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다.

원인은 그 지역출신이 아니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성역이나 다름없던 탄탄한 구조.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달랐다. 개표 내내 선두를 유지하다 2위로 당선됐다. 다수의 주민들이 그의 능력을 평가해보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또 과거엔 공직을 사퇴하고 출마하면 당선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줄곧 그래왔기에 공직자들은 그것을 등식처럼 여겼다. 공직기간 중 출장을 통한 많은 주민들과의 접촉으로 소위 '아는 사람이 많다'는 유리한 조건 때문이었다.

이번 선거에도 두 명의 직전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출마했다. 결과는 모두 낙선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근소한 차이로 떨어진 게 아니다. 상대 후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저조한 득표를 했다.

과거 주민들은 공직자 출신들이 다양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발전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민선 6기 동안 '그래도…'라는 기대를 떨치지 못했다. 그랬던 주민들이 변했다. 이번 선거에서 공무원 출신들의 성적표는 한마디로 초라했다.

경선에 불복하고 출마를 강행한 사람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관대하지 않았다. 군수 경선에서 탈락 후 도의원으로 출마한 A씨의 경우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 오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역발전을 주장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냉담했다. 큰 표 차이로 낙선했다. 

"이젠 과거처럼 '다리를 놓아준다'거나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공약보다 지역발전에 위해 같이 고민하고 소통창구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 다수 주민들의 뜻이다. 또 생색내기와 경조사만 찾아다니며 얼굴만 알리려는 사람도 배제되어야 한다."

읍내 한 식당에서 만난 주민의 말에서 이젠 지방자치에 대한 산골마을 주민들의 의식이 상당히 성숙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천군의회,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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