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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 기초의회의 임시회 모습.
 사진은 한 기초의회의 임시회 모습.
ⓒ 강서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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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31일 전국 광역 및 기초의원 의정비 인상 마감시한을 앞두고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의회가 의원 연봉을 일제히 인상했다. 연봉을 동결한 지자체는 경기도 용인시, 경남 고성군, 부산 해운대구 등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인상폭은 최소 5%에서 최대 131%에 달했다.

인상폭 1위의 불명예는 인천광역시 옹진군이 차지했다. 옹진군 의회는 의원 연봉을 2304만 원에서 5328만 원으로 무려 131%를 인상했다. 전남 여수시는 2740만 원에서 4800만 원으로 75.2%, 경남 함안군은 2157만 원에서 3772만 원으로 74.9%, 경기도 여주군은 2250만 원에서 3900만 원으로 73.3%를 올렸다.

서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의 구의원 평균 연봉은 3377만 원에서 5292만 원으로 평균 56.8%가 인상됐다.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강동구는 2868만 원에서 5400만 원으로 무려 88.2%를 인상했다. 2위는 종로구로 3054만 원에서 5700만 원으로 87%를 인상했다. 기초의원의 연봉이 가장 높은 구는 종로구, 도봉구, 송파구로 각각 5700만 원이었으며 강서구 5688만 원, 노원구 5600만 원, 마포구 55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강남구는 애초 2720만 원에서 무려 124% 오른 6100만 원으로 잠정 결정했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56% 인상한 4236만 원으로 결정했다. 송파구도 3720만 원에서 6076만 원으로 올리려다가 주민의 반발 때문에 5700만 원으로 결정했다.

여야가 따로 없는 연봉 '담합'

2005년까지 지방의회 의원은 기본적인 의정활동비만 받는 명예직이었다. 2006년부터 의정활동비 외에 월정수당을 추가로 받는 유급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2006년 1월 31일 국무회의는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지역의 재정,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지방의원의 연봉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 시켰다.

지방의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월정수당, 의정활동, 여비 등으로 나뉜다. 개정안은 의정활동비와 여비는 상한성 범위 내에서 지급수준을 결정하되 월정수당은 상한선 없이 매년 의회에서 조례를 통해 확정하도록 했다.

그러자 유급직으로 전환된 지 불과 1년도 안 돼 거의 모든 지방의회가 의원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2007년 9월10일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는 충남 천안에서 전국시도의회 운영위원장단 회의를 열고 지방의원 연봉을 공무원 2급(이사관급) 연봉 수준인 6천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전국 15개 시·도별협의회에 기초의원 연봉을 해당지역 부단체장급으로 인상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대외비로 된 이 문서에는 인구 15만 명 미만 지역은 3776만 원에서 6497만 원, 인구 15만 명 이상은 4770만 원에서 7100만 원으로 연봉을 인상하라는 구체적 액수까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이 수준으로 연봉을 인상했다. 이 때문에 연봉 담합 의혹까지 불거졌다.

지방의원들에게는 연봉 외에 국민연금, 건강부담금을 포함한 4대 보험과 상해보험까지 지급된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년에 100여만 원의 국내출장비와 200여만 원의 해외출장비도 지급된다. 해외출장비는 말이 좋아 출장비이지 사실상 해외 휴가비나 다름없다. 이외에도 의원 1인당 연간 500만 원 안팎의 업무추진비가 따로 지출된다. 이 같은 비용까지 포함하면 지방의원에게 지급되는 세금은 훨씬 더 늘어난다.

2008년 서울 강북구 주민들은 '19세 이상 주민 총 인구 50분의 1 이상 서명을 받으면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조항을 근거로 주민 56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의정비 삭감 조례안을 제출했다. 이 주민 조례안에 구의원 14명 전원이 마지못해 찬성해 5495만 원이었던 구의원 연봉은 4268만 원으로 20% 이상 삭감됐다.

하지만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강북구의회 최선 의원은 동료의원들에게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한다. 강북구 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지방의원의 연봉이 삭감된 사례는 거의 없다. 최종적으로 지방의회의 결의가 없이는 연봉삭감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6·4 이후 '연봉폭탄' 또 터지나?

지방의원의 연봉은 해당 지자체의 재정으로 지급된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전국 244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1.4%에 불과하다. 2012년 52.3%보다도 1% 가량 낮아졌다.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는 220곳으로 전체 지자체의 90%가 넘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원 연봉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기초단체 중 전국에서 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 강남구도 재정자립도가 75.9%에 불과하다. 가장 낮은 기초단체는 전남 강진군으로 불과 7.3%였다. 경북 영양과 전남 함평이 각각 7.7%, 7.9%로 뒤를 이었다.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기초단체는 모두 13곳이었다. 민선 1기였던 1995년 지자체의 평균재정자립도는 63.5%였지만 1999년 60% 미만(59.6%)으로 떨어진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자체의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방만한 예산운영으로 적지 않은 지자체가 부도 위기에 놓여 있다. 2012년 현재 지자체의 총 부채는 47조7395억 원이었다.

물론 높은 연봉이 문제는 아니다. 지자체의 재정이 풍부하고 지방의원들이 받은 만큼 일을 한다면 유권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업무량에 비해도 지방의원의 연봉은 턱없이 높다.

지방의회의 공식 의정활동일수는 120일이다. 근무일수를 고려하면 실질연봉은 1억 원이 훨씬 넘는 셈이다. 게다가 지방의회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2010년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초의원 1인당 평균 조례발의 건수는 1.2건에 불과했다. 조례 한 건당 5000만 원 이상의 세금을 지출하는 셈이다.

지난 5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 선거를 마친 후 의정비를 정하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심의, 의결됐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의원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는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 미치고 무분별한 전시성 사업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매년 인상이 추진돼 재정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이에 의정비 결정 주기를 4년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취지는 좋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에 통과된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은 또다시 의정비의 대폭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임기 중 한 번 밖에 연봉을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올해 연봉 인상을 추진할 것이다.

지방의원의 연봉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이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으로 추천 받은 사람 중 각각 5명씩 뽑아 총 10명으로 구성된 의정비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공청회와 주민의견조사 등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10월말까지 결정된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자치단체장과 자신의 밥그릇이 달려 있는 지방의회 의장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연봉을 스스로 결정하는 셈이다. 그리고 자신의 연봉을 삭감할 만큼 양심적인 정치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나홀로연구소> http://blog.naver.com/silchun615에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지방의원 연봉, #의정활동비, #업무추진비, #6.4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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