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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는 이른바 '괸당 배틀'이 한창이다. 제주도 말로 '괸당'은 친인척을 뜻한다. 인구 60만에 불과한 제주도에서 '괸당'의 범위가 확장돼 혈연, 학연, 지연 중 무엇 하나라도 도지사, 교육감, 지역구 도의원 후보들과 걸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괸당' 두 글자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 제주도의 선거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 의석은 정당 득표율로 배분되는 비례대표 도의원이다. 이들은 전체 정수 41명 중 7명이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5명, 새정치민주연합 7명, 통합진보당 1명, 정의당 2명, 녹색당 1명, 새정치국민의당 1명 등 총 17명이 도의원 비례대표에 입후보했다. 도내 언론사들이 지난 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도는 새누리당 37.1%, 새정치민주연합 18.5%, 통합진보당 1.8%, 정의당 0.8%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무려 42.0%에 달했다는 점에서 군소정당들은 막바지까지 정책 홍보에 바쁘다.

투기자본으로 인한 난개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에서 도정의 의미있는 감시자 역할을 하는 제주 녹색당이 있다. '제주말'로 내세운 공약에서 재치와 재미가 보인다. 또, 선거 감각도 다른 군소정당에 비해 눈에 띄이는가 하면 환경 보전에 대한 의지도 돋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 제주도당은 1명의 도의원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바로 한제순(여, 33, 전 녹색당제주도당 창당준비위원장) 후보다. 그에게 녹색당 제주도당의 정책과 공약에 대해 들어봤다.

"도민여러분, 제주녹색당은 정당투표 5번! 입니다"
▲ 한제순 제주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도민여러분, 제주녹색당은 정당투표 5번! 입니다"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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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권력욕에 기반해 나온 거 아닙니다"

녹색당은?
녹색당은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득표율 2% 미만인 소수정당이라는 이유로 해산된 바 있다. 정당 등록 취소 후 동일 당명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정당법에 따라 녹색당 더하기라는 이름을 가졌다가 신생 정당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위헌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소원을 통해 지난 1월 녹색당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지역과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기치 하에 밀양 송전탑을 막기 위한 연대활동, 동물보호법 개정운동, 방사능 학교급식조례 제개정운동 등 사회적인 현안들에 대응해왔다.
-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배경이 있으신지.
"투표용지에 녹색당 이름 석 자를 새기고 싶었어요.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나온 거죠. 이번 선거 도의원 109명의 후보 중 최연소이기도 해요. 적어도 자기 권력욕에 기반해서 나온 건 아닙니다. 정치적 야심 같은 건 없어요.

- 녹색당 제주도당 창당 멤버이시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고, 양봉가라는 이력도 특이하다. 진짜로 벌을 치는가?
"제주도 환경운동연합에 가입한 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어요. 충격이 굉장히 컸어요. 내 아이는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를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했죠. 그러다 2011년 말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희망을 느꼈습니다. 녹색당 창당까지 함께하게 됐어요.

초보 양봉가지만, 벌을 키우면서 배운 것이 있어요.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 식탁에 놓인 사과 한 조각, 우유 한 컵도 꿀벌의 날갯짓과 무관하지 않아요.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 끊임없이 확장되는 도로와 송전탑, 유전자조작식품 등이 꿀벌 군집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더라고요."

- 제주 녹색당 핵심 정책이 '탈토건'인데?
"제주도 사람들은 외지 투기자본과 도정에 의해서 자연이 파괴되고 난개발이 심각해지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주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요. 지금 강력하게 제동을 걸지 않으면 제주도의 생태환경은 무너지게 돼요."

- '탈토건'을 포함해 제주 녹색당 10대 공약과 정책을 제주도 사투리로 표현한 것이 있던데, (기자는) 제주 이민자로 잘 알아듣지 못하겠더라. '빈고래질 허민 숭년든다', '한라산이 돈이라도 질빵 어시민 못지곡 바당물이 죽이라도 숟가락 어시민 못먹나', '업은 아기 밤새낭 촞나' 등 풀이좀 해 달라.
"'빈고래질 허민 숭년든다'(빈 맷돌질만 하면 흉년이 든다)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허황된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제주도개발특별법을 폐지 시키고 제주도보전특별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관광객 1000만이 넘어서도 도민의 삶과는 상관없는 빈고래질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흉년이 깊어지기 전에 물줄기를 돌려놓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라산이 돈이라도 질빵 어시민 못지곡 바당물이 죽이라도 숟가락 어시민 못먹나'(한라산이 돈이라도 줄이 없으면 못 짊어지고, 바닷물이 팥죽이라도 숟가락이 없으면 못 먹는다)는 이런 뜻입니다. 관광객이 아무리 들어와도 도민들에게는 남의 일 입니다. 생활의 불편이 가중되고 제주도 땅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걸 감수할 만큼 삶의 질이 좋아지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도민들에게 구체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관광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아야 합니다. 도민의 질빵, 도민의 숟가락을 만들어야 합니다.

'업은 아기 밤새낭 촞나'(등에 업은 아기를 밤새도록 찾는다)는 이렇습니다. 제주의 미래는 바로 제주자연입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고 부수지 않아도 여기 우리 등에 업혀있는 애기가 바로 제주자연이고 제주의 미래입니다. 업은 아기 찾는다고 자꾸 부수고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제주도민과 예부터 함께 존재하던 제주의 자연환경이 우리 등에 업혀있는 복덩이입니다."

- 우근민 현 도지사가 추진중인 노형동 초고층 드림타워 건축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던데. 최근 정의당과 함께 드림타워 부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했더라.   
"드림타워가 들어서면 문제가 너무 많아요. 전임 김태환 도정 때 일시적으로 고도완화 특혜를 받은 건물입니다. 교통대란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시내 한복판에 카지노가 생기는 겁니다. 근거리에 있는 남녕고 학생들을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카지노가 전국에 18개가 있는데 그 중에 8개가 제주도에 있어요. 더 이상 카지노가 생길 이유가 있나요? 드림타워와 카지노 허가 여부는 주민 투표로 결정되야 합니다. 주민투표가 발의되지 않는다면 청원운동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지난 5월7일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부지 앞에서 녹색당과 정의당이 주민투표 발의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5월7일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부지 앞에서 녹색당과 정의당이 주민투표 발의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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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민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
"우리 제주 말로 된 정책기조를 한번 들어봐주시라.

어떵 살아사 잘 살아점고랜 허카마씀?(어떻게 살아야 잘 산다고 할까요?)
돈이나 하영 벌민 될건가마씀?(돈이나 많이 벌면 될까요?)
행복허덴 허는게 돈도 중요허주만은 건강도 해사되곡, (행복하다는게, 돈도 중요하지만 건강도 해야되고)
건강허젠허민 자연환경도 좋아사되는거 이젠 다덜 알아점수게(건강하려면 자연환경도 좋아야되는거 이젠 다들 알잖아요)
사실 귀눈이 왁왁해점수다(사실 정신이 없네요)
큰질 빠문 좋댄 허당보난 너미 하영 빼영, 좋음이랑말앙 더 고곱해져 부렀수게(도로 개설하면 좋다고 했는데 너무 많이 개설해서, 좋기는 커녕 더 갑갑해졌네요).
빌딩 지성 발전햄댄 허당보문 한락산 뵈리지도 못허게 높아져가난, 어싱게 더 낫지 안헐건가허는 조바심도 생겸수다(빌딩 짓고 발전한다고 하다보니 한라산을 보지도 못하게 높아져만 가니, 없는게 더 낫지 않을건가 하는 조바심도 생기네요).
군불때는 옛날이 마음이야 펜안했주만은 옛날로 돌아갈수도 어신 노릇이곡,(군불때는 옛날이 마음이야 편안했지만 옛날로 돌아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경허염댄 영 매가리어시 앉앙이성 되쿠과게(그렇다고 이렇게 맥없이 앉아있어서야 되겠나요?).
아무도 국민덜 돌봐주지 안허는 시상, (아무도 국민들 돌보아주지 않는 세상)
아기 업엉 바띠 가던 우리 어멍 마음모냥 느영나영 어르고 달래멍 힘들어도 웃으멍 어떵어떵 해봐사 헙주마씀(아기 업고 밭에 가던 우리 어머니 마음처럼 서로서로 어르고 달래면서 힘들어도 웃으면서 어떻게 해봐야 되겠지요).
지킬건 지키곡, 버릴건 버리곡, 힘 실어줄건 힘 실어주곡(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것은 버리고, 힘 실어줄건 힘 실어주고)
경허당보민 내일 제주도가 어서진댄 허여도 어떵어떵 맘이라도 펜안해지지 안허카마씀?
(그러다보면 내일 제주도가 없어진다해도 어떻게 맘이라도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녹색당 도당의 10대 공약은 ▲ 제주도개발특별법 폐지 및 제주도보전특별법 제정 추진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해체 및 제주도보전센터 설립 ▲ 향후 10년간 신규도로건설 금지 및 해발 600m 이상 개발제한 ▲ 기초자치제 부활 및 주민참정권 강화 ▲ 해군기지 건설중단 ▲ 제주도 전지역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추진 ▲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구체적 실현방안 마련 ▲ 학교급식 유해물질 상시 검사체계 구축 ▲ 장애인 및 사회적 약자 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제정 ▲ 제주전지역 버스공영제 및 저상버스·리프트 의무화 등이다.


태그:#제주도, #녹색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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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는 서울처녀,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http://blog.naver.com/hit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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