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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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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격식을 차리려 하지 않았다. 교수나 정치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위주의적 태도도 없었다. 27일 오후 만난 그는 서울시 마포구아트센터 앞 공원 벤치에 편하게 걸터앉아 자신이 중시하는 교육가치에 대해 풀어나갔다. 오는 6·4 지방선거에 서울시교육감 민주진보 단일 후보로 나선 조희연(59) 현 성공회대 교수 얘기다.

조 후보는 최근 보수 성향의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문제를 놓고 연일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홈페이지 등을 통해 후보자간 편지 형식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네거티브전'라는 비판도 나왔다. 고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라며 조 후보를 27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교육감 후보의 미국 영주권 유무가 유권자들이 꼭 알아야할 정보라는 입장이다. 조 후보는 "교육감 같은 선출직의 경우 자질 검증제가 없어 유권자가 직접 검증하기 어렵다, 미 영주권 유무를 아는 건 유권자의 정당한 알권리"라며 "척박한 한국 교육현실을 모르는 이가 서울 교육감으로 적합한지 여부는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는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신설하겠다고 밝힌 '교육·사회·문화 등 비(非)경제정책 분야 총괄 부총리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불통정부'라 불릴 정도로 권위주의적인 성격이 짙다"면서도 "(부총리직 신설은) 늦었지만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공약인 ▲일반고 전성시대·자율형사립고 개혁 ▲사람을 중시하는 '착한규제' 강화 등에 대해 설명했다. 조희연 후보는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좋은 삶이 무엇인지, 교육은 어때야 하는지 근원적 질문을 던졌다고 본다"며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미친 경쟁'을 이제는 깨뜨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이제는 비용절감보다 학생안전 우선 할 때"

- 현재까지 여의도 백화점과 대학로 혜화역, 어린이 대공원·홍대입구 등 다양한 유세지역을 다녔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시민분들이 일주일 전만 해도 사실 냉랭하셨던 게 사실인데, 최근 들어 많이 알아보시고 인사해주신다. 제 손을 잡고 '반드시 될 겁니다' 이렇게 확신을 주는 분도 계신다. 초중고등학교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엄마들이 주로 인사해주시고(웃음)... 최근에 신촌에 갔었는데 대학생들은 좀 알아보더라. 다들 잘 될 거라고 성원해주신다."

- 직업이 대학교수다. 성공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당시 파격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학생들과 별칭으로 서로를 불렀다던데.
"저는 수업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상징이 언어라고 본다. 그 중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호칭 습관이어서, 이걸 바꾸면 어떨까 했다. (돌아가신) 제 친어머니가 '은'씨니까 부모님 성을 따서 '조은(희연)'이라고 학생들에게 불러달라고 했다. '조은, 내일 숙제가 뭐예요' 이런 식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대학원생들은 이걸 쉽게 못 하는데 학부생들은 쉽게 부르더라.

교실은 평등한 공간이다. 저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정치 평등을 향해서 문화적 평등이 필요했듯, 지금도 그렇다고 본다. 일상에 녹아있는 문화적 권위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 삶에 내재해있는 권위주의를 없애려는 작은 실천들이 필요하다. 별칭을 부르는 건 그런 실천 중 하나였다."

- 공식일정 첫 행보를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시작했다. 문용린 후보는 강남 사거리, 고승덕 후보는 노량진 고시촌에서 시작했는데. 분향소에서 첫 시작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한국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며, 현재도 이로 인해 한국교육이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본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들에게 좋은 삶이 무엇인가, 교육은 어때야 하는지에 근원적 물음을 던졌다. '가만히 있으라'는 모습으로 상징되는 한국 교육에 대해 깊은 성찰이 생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 분향소를 먼저 방문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 희생자가 대부분 학생들이다. 결국 세월호는, 우리 교육이 아직도 학생들의  안전과 환경보다 비용절감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아프게 보여줬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성해야 할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학교 앞에 반교육적 관광호텔을 짓는 걸 허용하겠다고 하지 않나. 저는 이 또한 정부가 학생들보다 기업을 우선시하는 거라고 봐서 비판하는 거다."

-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하는 등 최근 고승덕 후보와 공방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미 영주권 유무가 교육감 선거와 무슨 관련이 있냐며 '네거티브'라고도 비판하는데.
"교육감 같은 선출직의 경우 자질 검증제가 없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교육감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저희는 이 문제를 유권자의 '정당한 알권리'라고 봤다. 한국의 척박한 교육현실을 모르는 분이, 이 땅에서 아이들을 교육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분이 서울교육감으로서 적합한가를 물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고 후보는 여기에 크게 반발하기도 했지만(※고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조 후보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고발했다- 편집자 주) 검증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판단은 결국 유권자들이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 교육감 후보로서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다.
"박근혜 정부는 일종의 신권위주의적 성격이 있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불통정부'라 불리는 등 국민과의 소통이 적고 권위주의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정부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글을 게재한 교사들에 대해 징계를 강행한다는 방침인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표시를 했다고 징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사회학자 입장에서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보수 집권 여당의 상징적인 군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정부부처가 마치 대통령을 '보위'한다는 관점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건 1960·1970년 대의 잔재일 뿐이다. 과거와 달리 대중의 다양한 의견에 열린 정부, 소통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자사고 개혁은 교육 공공성의 문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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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27일) 오전 박 대통령이 교육·사회·문화 등 비(非)경제정책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직을 신설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우리 사회가 너무 경제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도 그랬지만 토건 경제 중심, 일종의 개발 중심 시정을 했던 거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 등이 나오면서 탈토건 경제로의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이건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이제라도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강조하면서 부총리직을 신설해 격상하는 것은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본다.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 함)이지만, 긍정적이다." 

- 자사고를 개혁하고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게 조 후보의 주요 공약이다. 자사고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저는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고 본다. 결국 자사고·일반고 문제는, 교육의 공공성을 중심으로 갈거냐 아니냐에서 갈린다. 자사고는 말하자면 돈이 있어야 가는 학교로, 문용린 후보는 '사학은 개인 돈으로 운영하니 놔두자'는 건데 이건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논리다. 결국 고등학교도 준 의무교육 기관인 걸 감안하면 평등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번 세월호 사고는 좋은 삶에 대한 우리네 감수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강요되는 학력경쟁, 관행적으로 유지돼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미친 경쟁'을 깨야한다. 혁신이라는 대명제가 한국교육이 맡아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본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 그 변화에 저 조희연이 앞장서겠다."  


태그:#서울시교육감 후보, #조희연 후보, #일반고 전성시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세월호 침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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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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