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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5월 2일 오후 3시 5분]

언제부터였을까요? 제가 국정원에 신고하기 시작한 것은요. 2012년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터넷에서 웹서핑을 하던 도중 속칭 '절대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반국가세력'을 꾸준히 신고를 하면 준다는 '절대시계'.

처음에는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이 이 '절대시계'를 자랑하며 자신을 애국자라고 내세우는데 대한 반발심 때문이었습니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 종북 세력이 절대시계를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라는 심리였죠.

그때부터 저는 국가정보원 홈페이지에 반국가 성향의 글을 신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찾는 것은 간단했습니다. 구글에 북한이 사용할 법한 키워드를 검색해 종북 성향의 글을 찾아낸 것입니다. 의외로 간단한 작업이었어요. 하루에 수 개의 글을 신고할 정도였으니까요.

국정원 초청 메일 사진
 국정원 초청 메일 사진
ⓒ 일간베스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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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자 국정원에서 초청 메일이 왔습니다.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국가안보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신고해 준 것에 감사하며 행사에 초대하고 싶다더군요. 바로 참가하겠다고 답을 하고 몇 주를 기다리니 국정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월 28일 양재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고 하더군요.

당일 양재역으로 나가니 국정원에서 보낸 흰색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탑승할 때에는 신분증과 이름을 확인하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인지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주더군요. 모자라면 더 받아가라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맛있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안내를 맡은 국정원 직원이 초청 강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탈북자 출신의 정성산 감독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한 사람이 "꺅~" 하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입니다. 변희재 대표의 팬이 아니었을까요?

국정원에는 핸드폰과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공항 검색대에서 볼 수 있는 검색대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직원도 기기를 가지고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강연 직전 파트타임 때 변희재씨에게 받은 사인.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강연 직전 파트타임 때 변희재씨에게 받은 사인.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 오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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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관 2층 행사장(강연장)에 착석한 후 과장급으로 보이는 직원에게 설명을 듣고 애국가 제창 및 국민의례가 있은 후 초청 강사들이 강연을 했습니다.

변희재 대표가 첫번째, 정성산 감독이 두번째로 강연을 하였습니다. 변희재 대표의 강연은 강연 이후 경향신문에서 보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변희재 대표가 "박원순, 공지영, 낸시랭은 종북주의자"라고 했다 했었던가요. (관련기사 : [단독]국정원 강연서 "박원순�공지영…낸시 랭도 종북주의자") 글쎄요. 제 기억에 변희재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종북세력의 정의를 '원조 종북세력과 그에 협력하는 사람' 정도로 밝혔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변희재 대표는 이 종북세력의 첫 번째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두 번째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소설가 공지영 씨를, 세 번째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팝아티스트 낸시랭 씨를 들었습니다. 이 내용은 변희재씨가 경향신문 보도를 반박한 한겨레 기사에 자세히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관련기사 : '안티조선 전사' 변희재는 왜 '보수'로 변절했나 그의 준엄한 언어에서 조선중앙통신을 떠올리다) 그렇지만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은 충분히 반발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북 세력이 바로 변희재 대표의 첫 번째 부류니까요.

강연이 끝난 후 강사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지인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변희재 대표의 입장을 궁금해하던 것이 생각나 변희재 대표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일간베스트에서는 5.18을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변 대표님은 5.18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변희재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해 "5.18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며 두루뭉술하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지만원 박사의 주장을 흥미롭게 체크하고 있다. 지만원 박사를 중심으로 이 부분(5.18)을 재논의하는 것은 찬성하고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다른 참가자가 이번에는 정성산 감독에게 5.18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답변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내가 건너 건너서 들었는데 그 사람 아버지가 당시에 남조선 침투하다 죽었다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중식이더군요. 식사는 한 테이블 당 초청자 7명 내외로 합석했습니다. 이때 테이블에는 국정원 직원이 동석해 식사 중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그 직원은 대선개입 사건이 언론에 과장된 것이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 질문하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그 국정원 직원 다시 만나서 다시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식사가 끝난 후 페인트탄 사격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성인들은 실탄 사격을, 청소년들은 국정원 테러정보종합센터로 이동해 관람을 들었습니다. 안보전시관도 견학했습니다.

안보전시관을 견학한 후 참가자들은 다시 강연장으로 이동하여 한 편의 안보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안보 영상, 어디서 많이 봤던 영상이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이전 국가보훈처가 배포해 논란이 되었던 정치 편향 영상이었습니다. (관련기사 : 보훈처, '反유신은 종북' DVD 대량 배포) 영상에 대해 담당 국정원 직원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이 영상, 이전 국가보훈처가 배포해 논란이 되었던 영상 아니냐고요. 그러자 그 직원이 다른 직원과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는가 싶더니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잘 만들어진 영상을 가져와서 상영한 것일 뿐이다'는 취지로 대답해 주었습니다. 만약 이 직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가막힌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정원 안보강연 참가 선물로 받은 소위 '절대시계'
 국정원 안보강연 참가 선물로 받은 소위 '절대시계'
ⓒ 오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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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준비되었던 순서가 끝나자 국정원에서는 소량의 기념품을 참가자 전원에게 주었습니다.​ 내용물은 이미 언론에 알려졌다시피 '절대시계'라 부르는 국정원 로고가 있는 시계, 핸드폰 케이스, 반 전교조 성향의 꾿빠이 전교조라는 책, 그리고 문화상품권 5만 원 이었습니다. 문화상품권은 유용하게 사용하였고 국정원 시계는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궁금하네요. 아직도 국정원 초청행사 진행하고 있을까요? 지난 5월 24일 초청행사 이후로 관련된 소식을 들을 수가 없더군요. 알리지 말라고 한 것인지, 없어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태그:#국가정보원, #국정원, #초청행사, #안보강연, #절대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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