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작 전에] 2주간 기사를 못 올렸던 점 사과드립니다. 봄방학을 맞아 학교에서 가는 오지 캠핑을 다녀왔는데 인터넷은 물론 컴퓨터도 할 수 없는 곳에 갔기 때문에 기사를 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 꾸준히 매주 한편씩 쓰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말  

다양한 운동경기, 아웃도어 활동들을 제공합니다
▲ 체육관 다양한 운동경기, 아웃도어 활동들을 제공합니다
ⓒ St.John's College

관련사진보기


미국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한국 사람들 반응은 어떨까? '와 얘는 집에 돈이 많은가 보네?'하고 생각할까? 아니다. 왜냐면 의문문조차도 아니기 때문이다. "얘는 집에 돈이 많구나"하는 단정문이다. 부정할 수 없다. 사실이라 부정할 수 없다기보단 지금까지 노력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만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미국 여행조차 돈이 없으면 쉽게 가지 못 하는데 미국 대학에 도대체 어떻게 돈 없이 다닌단 말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또한 돈이 많고 적다는 이 개념은 너무나도 애매해서 '애정남'조차도 정해주지 못할 기준이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내가 부자면 빌게이츠는 뭐야? 따라서 난 부자가 아니야" 하고 말한다면 그건 맞는 말이고, 내가 아무리 한국에서 하위 1%에 속하는 거지라도 "난 인도의 거지들보다 형편이 나으니 거지가 아니야" 라고 한다면 이 또한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에 관해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로부터 받는 제일 많은, 그리고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이 재정지원이었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 막연히 미국 유학을 꿈꾸며, 받기 어려웠던 시험점수보다도 오히려 더 크게 넘어야 할 장애물 중 하나가 재정지원이었으니 말이다.

정말로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입장이니 괜히 욕 먹을 수도 있을 재정지원에 관한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엔 쓰기로 결정했다. 돈은 없지만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데, 정보는 부족하고 가정형편은 마땅치 않아 막막함을 한 가득 가지고 있을 나같은 학생들을 위해서.

나는 따지고 보면 한국(서울)에서 사립대학 다니는 것보다 적은 돈을 내고 학교를 다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자신 있게 말하기 위해 열심히 한국과 미국 대학 학비, 생활비 등등을 비교분석해 봤다). 하지만 생활비는 물론 교통비도 사람 씀씀이마다 정말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고정되어 있어야 할 학비마저도 학교에 따라, 계열에 따라, 그리고 학기의 기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하나 하나 정확히 비교를 하고 통계를 낼 순 없었다.

그래도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개인 정보이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내가 세인트 존스에서 받는 재정지원을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그 전에 앞서 이 재정지원은 우리 학교(St.John's College, Santa Fe)의 재정지원 내역일 뿐임을 말씀드린다. 미국이라고 모든 학교들이 이런 것도 아니고, 심지어 우리 학교에서조차도 학생 하나 하나마다 다 다르다는 사실을 미리 밝힌다.

장학금과 재정지원의 차이

우선 많은 한국 학생들이, 그리고 나 역시도 학교에 오기 전에 착각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장학금'과 '재정지원'의 차이다. 장학금은 말 그대로 학교로부터, 아니면 다른 기관으로부터 받는 보조금(Grant)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재정지원은 장학금보다 좀 더 광범위한 개념이다. 재정지원은 장학금(보조금), 대출, 학교 일을 해서 버는 아르바이트 돈까지 포함된 '패키지'기 때문이다. 즉 학비를 낼 수 있도록 이 세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재정지원이다. 따라서 "장학금 받고 학교 다닌다"는 말보다는 "재정지원을 받고 학교를 다닌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럼 이제 제대로 내가 세인트 존스에 내는 학비를 비교해 보자. 하나하나 말로 하면 복잡하니까 표를 만들어 봤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계절 학기(쿼터제)인지 아닌지, 사립인지 국립인지, 기숙사인지, 자취하는지, 집에서 사는지 등등 하나하나 따지자면 밑도 끝도 없고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나름 기준을 정해봤다.

'한국'의 경우는 사립 학교 평균 학비에 아끼며 살았을 경우 드는 경비다. '미국'의 경우는 사립인 세인트 존스 학비에 나머지 경비는 (최소한의 경비로 하는 미국 유학 정보를 찾고 있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 아주 아주 주관적이게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처럼 생활할 때 드는 돈에 맞췄다.


위 표 중 한국에 대한 정보는 읽으시는 분들이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정보인 관계로 두 번째 열, 미국 경비를 설명해보겠다. '방값+식비'는 기숙사에 살고,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경우로 미국 대학들에서는 룸앤보드(Room & Board)라고 부른다.

하지만 심지어 이 룸앤보드조차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기숙사에 사느냐, 밥을 하루 한끼 먹느냐, 두끼, 세끼 먹느냐에 따라 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기숙사에 살지만 이번 학기엔 최소라고 할 수 있는 56개 식권을 구매해서 400만 원쯤이 나왔다(나는 기숙사에 주방이 있어서 음식을 거의 해 먹는다). 또한 기숙사에 살지 않으면 룸앤보드 가격이 아예 빠지게 된다. 방값이 엄청 싸지는 대신 차가 필요해지고, 음식을 직접 해 먹어야 하니 식비가 또 들게 된다.

교통비의 경우 방학 때 집(한국)에 가느냐 마느냐는 아예 제외했다. 비행기표를 추가하면 당연히 돈이 더 많이 들게 되는데 정말 고학생이라면 방학 때도 학교에서 지내면서 일을 찾아 하면서 심지어 돈을 저금할 수도 있다. 그 외 학기 중 교통비 역시 추가하지 않았다. 도시마다 다르고, 우리 학교가 있는 산타페라는 도시는 학교에서 학생을 위한 무료 셔틀도 운행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편도 $1달러기 때문에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기타로 야외활동비가 20만 원 있는데 이건 말 그대로 아웃도어 활동비다. 학교 체육관, 아웃도어 부서에서 학기 내내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해 래프팅, 암벽등반, 하이킹, 캠핑 등등을 가는데 그 활동에 참여하든 말든 모든 학생들이 내야 하는 돈이다(대신 체육관은 학생들 모두 공짜고 야외 활동 역시 대부분이 공짜기 때문에 열심히 이용해주는 게 돈을 버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학교에서 한 학기 돈 내라고 날아온 무서운 고지서의 총 합계는 2720만 원이었다. 한 학기 학비, 생활비가 한국은 비싸 봤자 700만 원인데 비해 미국은 대략 27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학비의 차이가 난다. 이렇게 비교를 해 보면 정말 좌절스럽고 도저히 돈 없는 학생은 유학이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돈 없는 유학생들에게 한줄기의 희망을 주는 것이 바로 제일 오른쪽 열, 재정지원 패키지다.

가난한 고학생들의 희망, 재정지원 패키지

기숙사 벽의 뜻 모를 낙서
▲ 기숙사 기숙사 벽의 뜻 모를 낙서
ⓒ 조한별

관련사진보기


재정지원 패키지를 받으면 아까 말했던 세가지 요소들을 확인해야 한다. 학비 보조금(장학금), 학교 대출, 그리고 학교 알바 비용이 그것이다. 여기선 말 그대로 장학금은 숫자가 높을수록 이익이고, 대출은 낮을수록 이익이다. 나의 경우 처음 재정지원 패키지를 확인하고도 부족했기 때문에 청원서를 써서 보조금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학교에서 나에게 줄 수 있다는 보조금을 최대치까지 올리고 나서 두 번째로 한 일은 학교 대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내 스스로 오로지 학비를 부담하고 부모님께는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학비 마련을 위해 학교를 쉬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내 우선순위가 달랐다. 따라서 현재 부모님의 몫이 아닌 졸업 후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인 대출을 늘리는 것이 내가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였고 동시에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학교 알바비는 학교마다 제도가 다른데 우리 학교의 경우 2주에 한번씩 일한 만큼(우리 학교는 최대 일주일에 10시간) 돈이 나온다. 자기 용돈으로 그 돈을 쓸 수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이 돈은 거의 안 쓰고 최대한 모으고 있다.

이렇게 학비 보조금, 학교 대출, 그리고 알바 비용을 합친 돈(재정지원 패키지 돈)을 한 학기 학비 총 합계였던 2700만 원에서 빼보면 나오는 그 돈이 바로 내가(부모님이) 내야 할 한 학기 학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그 돈이 한 학기에 ± 200만 원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제 또 다시 궁금해지실 만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학비, 방값, 식비, 다 저 돈 안에서 해결이 된다면… 과연, 정말로 그 외에 또 드는 돈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책 값은 물론이고(미국 대학들은 대학 책값이 상상 초월의 가격이다) 그 외 생활 필수품, 빨래 값, 그에 더해 좀 더 부차적인 것들(친구들과 사교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돈, 기분이 꿀꿀할 때 마시고 싶은 커피 값, 가끔 시내에 나가서 쿨하게 쓰고 싶은 돈 등)까지 합치자면 돈이 당연히 부가적으로 들 수밖에 없다.

학교 알바로 번 용돈으로 이 부차적으로 드는 지출을 메울 수도 있지만, 나는 언급했다시피 학교에서 번 돈은 다음 학비로 보태기 위해 스크루지 영감처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끔씩이라도 친구들과 밖에 놀러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 가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그래서 또 다른 알바를 하게 된 것이다. 학교 알바는 모으는 돈, 그 외 알바는 내 부차적인 용돈인 셈이었다. 그 용돈을 위해 개 산책, 집 보기, 아기 보기, 과외, 번역 일, 그 외 등등 온갖 종류의 알바를 해 봤다. 학교 외 알바를 많이 할수록 내가 쓸 수 있는 용돈이 많아지니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말은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나는 미국에 용돈 벌러 온 게 아니라 공부하러 온 학생이기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서 공부와 알바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또 미국에서 인터네셔널 학생들이 '학교 외 알바'를 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막무가내 범법자가 되지 않고, 양심에 덜 찔리며 용돈을 벌 수 있었는지, 어떻게 공부 시간과 알바의 균형을 맞췄는지는… 다음 편에 계속 하겠다! 

덧붙이는 글 | 개인 카페 (http://cafe.naver.com/nagnegil)에도 연재중입니다.



태그:#세인트 존스 대학, #ST.JOHN'S COLLEGE, #고전 공부, #리버럴 아츠 칼리지
댓글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