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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친환경 농업 보급과 교육을 책임지는 농촌진흥청이 유전자조작농산물(GMO) 보급에 앞장서고, GMO를 친환경 농산물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해 소비자·농민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슬로푸드문화원·우리농전국도시생활공동체대표자협의회 등 18개 단체가 모인 GMO반대 생명운동연대는 지난 12일 GM작물 개발과 상용화에 앞장서는 농촌진흥청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농촌진흥청이 GM작물 개발과 상용화에 앞장서고 GM작물을 친환경 관련 법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GMO반대 생명운동연대는 "농촌진흥청이 농민들로부터 종자주권을 빼앗아 갈 GM개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농촌진흥청을 폐지하려 했을 때 돈벌이 연구가 아니라 농민을 위한 기술개발과 보급이라는 공익성을 고려해 폐지반대운동을 벌였던 소비자 농민 단체들이 이번엔 전면에 나서 농촌진흥청 폐지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단체들의 비판도 있었다. 지난 10일 한살림연합·iCOOP생협사업연합회·두레생협연합회·전국귀농운동본부·한국유기농업협회 등 39개 단체가 연대한 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국민 건강 위협하고 식량주권 강탈하는 GM작물을 친환경 작물인양 호도하는 박수철 단장을 파면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친환경 유기농업에 찬물을 끼얹는 유전자조작 작물을 친환경 유기농 기준에까지 넣겠다고 하는 농촌진흥청 공무원의 발언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라면서 "그 배후에 몬산토나 듀퐁·카길을 비롯한 거대 식량 기업의 권력과 자본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이들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의 육성과 생태계 보전의 공공 가치를 지켜야 하는 본연의 업무를 망각한 농촌진흥청은 'GM작물실용화사업단을 해체하고 GM작물을 친환경 관련 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망언을 일삼은 박수철 단장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슬로푸드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과거 소의 GMO성장호르몬을 개발한 몬산토에 이어 한국의 LG생명공학이 이를 상용화하고 수출에 나서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문제삼은 대만과 달리 한국은 어떠한 문제제기도 할 수 없었다"며 "GMO쌀을 한국 기업이 상용화하면 친환경 농업 붕괴는 물론 미국과 중국의 GMO쌀 수입도 막을 명분이 사라진다"라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몬산토는 GMO 보급 확대를 위해 다른 나라의 GMO개발을 부추켜 GMO반대의 명분을 차단하고 있다. 몬산토는 특히 특허권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가 GMO보급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GMO개발과제를 발굴해 지원하는 농촌진흥청 GM실용화사업단의 운영방식은 이런 몬산토의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1년 GM작물 연구를 위해 농촌진흥청 산하에 꾸린 기관인 GM작물실용화사업단은 지난 2월 17일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농업생명공학응용국제서비스(ISAAA) 글라이브 제인스 회장을 초청해 미디어 간담회를 갖고 최소한 올해안에 4종이 2016년 상용화를 목표로 심사받고, 2020년까지 20종의 GM 작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바이러스저항성 고추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고, GM품종의 벼 2종 또한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박수철 GM작물실용화사업단장은 "현행 친환경 관련법에 포함되지 않은 GM작물이 상용화 하면 친환경 관련 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GM작물은 해충, 병해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 농약을 가장 적게 사용하며 이제껏 생태계 변화를 가져온 적이 없으며, 환경 위해성이 있었다면 우리보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깐깐한 미국에서 GM작물을 재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푸드앤드워터워치는 지난해 9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자료를 조사해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해당 국가의 학자 언론인 정부관료 등으로 구성된 유전자조작농식품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외교 끄나풀망(cables)이 113개국에 걸쳐 926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기밀 또는 상위 등급으로 분류된 끄나풀방으로 제외한 것으로 실제의 10%에도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의 생명공학관련 외교 끄나풀망은 다른 종류의 끄나풀망에 비해 지속적이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농업지식과학개발기술평가(IAASTD)는 지난 2009년 농업 종자가격과 제초제 사용, 잠재적인 먹거리의 위험성 등으로 인해 GMO는 제3세계 국가에 적합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몬산토는 최근 GMO밀 개발을 놓고 미국의 유기농생산자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3일 나탄브라운 몬타나주 유기농협회 의장은 <그레이트폴스트리뷴>을 통해서 "몬산토가 지역에 GMO밀 연구개발 시설 설치를 추진하며 지역의 유기농업을 위협하고, 식품체계속에 GMO밀을 이식하려 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기업 자율규제에 맡겨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북서부 GMO밀이 문제가 됐을 때 지역 생산자단체가 1개 농장에 대해서만 검사하고 한국과 일본에 수출한 밀은 GMO가 아니라고 통보했다"며 "몬타나주는 수천에이커에 걸쳐 밀 농장들이 즐비한데 어떻게 GMO검사를 하고, 검사비용은 어쩌란 말이냐"고 따졌다.

농촌진흥청의 GMO의 친환경관련 법 삽입 주장은 한미 상호동등성 유기가공식품 협정 체결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선결 과제로 지목한 미국이 올 4월 협상을 앞두고 GMO와 화학첨가제까지 포함된 자국의 기준을 받아들이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나온 것이라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유기식품 기준을 수용할 경우 국내 친환경 농업정책의 후퇴는 물론, 소비자들이 앞으로 GMO를 가려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먹을 권리를 사실상 잃게 된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자료에 따르면 2월 28일을 기준으로 한국은 113종의 GMO식품을 승인했다. 그중 국내에서 생산된 품목은 2011년 6월 승인된 CJ제일제당의 GMO미생물 식품인 L-아라비노오스이성화효소 단 1종 뿐이다.


태그:#GMO,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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