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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불량 식재료로 인한 식중독 사태가 터지면서 농약과 화학비료, 유전자조작농산물(아래 GMO)까지 허용하는 일반 농산물과 다를 바 없는 GAP(우수농산물인증제) 농산물이 마치 안전한 먹거리인 것처럼 왜곡하는 정부 정책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아래 친농연)는 13일 최근 영등포 선유중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의 식재료 구매지침 변경은 친환경식재료 비율을 낮추고 공공조달 체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아이들의 급식 안전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고 말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교육부, GAP가 안전한 농산물 인양 홍보"에 분노

또 "아이들에 대한 급식의 공공성을 부정하고 민간 급식업자를 대변하고 있는 교육부, 그리고 GAP가 마치 안전한 농산물 인양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올바른 친환경급식의 정착과 확산을 위한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농연은 특히 "지난 11일 영등포 선유중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여 17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병원 치료를 받거나 집단 귀가 조치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은 어떻게 변명하려 하느냐"고 물었다.

농식품부는 요즘 4%에 불과한 GAP 농산물 비율을 3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으로 친환경 인증제보다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농림부의 친환경 농업 정책의 위축은 한미FTA와 한EU FTA 협상 때 빚어진 지방정부의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근거 부재 논란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최근 부쩍 내세우고 있는 GAP농산물은 환경에 기여하는 친환경 농산물과 달리 지원의 근거가 미약하다. 심지어 외국산 농산물과 품질 차별화도 쉽지 않다. 실제로 한EU FTA 협정문에 학교급식 예외규정이 없어 국내산 농산물을 우대 구매할 수 없다는 우려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2011년 5월 "협상 당시 WTO정부조달협정(GPA) 개정협상의 결과를 그대로 적용키로 합의했다. WTO GPA 개정협상에서는 학교 급식 예외조항이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한EU FTA 협정문을 문제 삼는 여론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WTO조항을 들이대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불완전한 답변을 한 셈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해 12월 12일 한국의 유기가공식품 기준과는 다른 GMO와 화학첨가제를 수용하고 있는 자국의 유기식품 기준을 강요하는 한미 유기가공식품 협정 체결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선결 과제로 내세우고 나섰다.

말하자면 친환경인증제와 유기가공식품인증제를 다루고 있는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 지원에 관한 법률에 GMO를 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GMO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우리 먹거리의 마지막 제도의 수단이 사라지는 셈이다. 친환경 유기농업의 후퇴는 불가피한 셈이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문용린 교육감이 친환경 학교급식 식재료 비중을 줄이고 그 대안으로 GAP를 내세운 것이 식중독을 비롯한 친환경 학교급식의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어찌 화학농약과 맹독성 제초제를 사용한 GAP농산물이 이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유기농산물보다 안전하다고 강변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올해 아이들 급식에서 친환경 농산물 (유기 농산물과 무농약 농산물) 권장 사용 비율을 기존 초등학교 70% 이상, 중학교 60% 이상에서 각각 50% 이상으로 낮췄다. 나머지는 GAP 농산물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 비중이 작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학교급식에서 사용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서울시 교육청의 친환경 학교급식에 대한 식재료 사용기준 변화는 학교급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보다 안전한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일선 학교들의 요구에 따라 설립한 서울시친환경급식센터를 이용하는 학교 수는 854개 학교에서 30개 학교로 크게 줄었다. 반면, 서울시 교육청이 권장하는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하는 학교는 지난해 390개에서 1171개로 무려 3배나 증가했다.

입찰방식의 학교 급식식재료 조달, 여러 가지 문제 낳아 

그러나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한 입찰방식의 학교 급식식재료 조달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10년부터 조달청의 '나라장터' 또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등을 통해 학교급식 식자재를 구매할 것을 권고해 왔다.

그러나 전자조달시스템은 가격 위주의 입찰의 공정성은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식자재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었다. 질보다는 가격을 앞세우다 보니 부실업체가 적지 않게 참여했고, 이에 대한 관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 시스템은 원산지 둔갑 같은 부정유통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이다. 실제로 420여 개 학교가 참여하는 인천시학교운영위원연합회는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24일까지 시 교육청에 등록된 125개 급식업체에 대한 현장 실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절반이 상이 위생 불량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친환경급식센터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 농산물보다 GAP를 내세운 서울시 교육청의 조치와 전자조달시스템 권장은 질이 낮은 학교급식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식중독 사태는 필연적인 결과이고 앞으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면밀한 농약 검사를 거치지 않고 있어 학교급식의 농약 오염 또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에 대해 "최근 식재료 공급처를 서울시 산하 친환경유통센터에서 다른 업체로 바꾼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면서도 "가공품인 족발에서 문제가 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급처를 바꾼 것이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그:#학교급식, #GMO, #GAP,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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