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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목 죄는 '손배 소송 삼각동맹'] '경찰과 회사, 법원' 그리고 노란봉투 가수 '이효리'가 '손배 소송'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모금사업 '노란봉투'에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자, '손배 소송'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더불어 모금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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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 엄마의 4만7천 원이 제게 불씨가 됐듯 제 4만7천 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 -가수 이효리- 

억대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돕고 싶다는 한 아이 엄마의 생각이 손배 소송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모금운동, '노란봉투' 사업으로 발전됐고 유명 연예인도 여기에 화답했습니다.

가수 이효리씨가 보낸 편지는 많은 시민들의 '어깨를 두드렸고', 그 결과 모금 시작 15일 만에 목표금액 4억7천만 원을 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파업 후 손해배상 소송·가압류·해고 등으로 고통을 겪고있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노란봉투'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2월 15일 이효리가 직접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 이효리가 보낸 손편지 파업 후 손해배상 소송·가압류·해고 등으로 고통을 겪고있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노란봉투'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2월 15일 이효리가 직접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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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쌍용차 노조의 손배 액은 약 47억 원. 한 사람당 4만7천 원씩만 낸다고 해도 10만 명의 기부자가 필요합니다.

회사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쌍용차 지부를 포함해 총 17곳. 회사가 청구한 손배 금액을 모두 합하면 약 1235억 원이며, 사업장 별 가압류 금액을 더하면 약 182억 원에 달합니다.

회사별로 손배 청구액을 정리하면 현대자동차가 가장 많은 금액의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대차는 울산·전주 공장 비정규직 지회에 각각 약 225억 원과 약 25억 원, 아산 공장 사내하청지회에 약 16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습니다.

두 번째는 코레일로 지난 겨울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을 벌였던 철도노조에게 약 227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쌍용자동차는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약 143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습니다. 개개인이나 단체의 변상 혹은 기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곽승희 오마이TV 기자가 파업 및 해고노동자들에게 지워진 총 손배 청구액을 기업별로 정리해 설명하고 있다.
▲ 기업별 손배청구액 표 곽승희 오마이TV 기자가 파업 및 해고노동자들에게 지워진 총 손배 청구액을 기업별로 정리해 설명하고 있다.
ⓒ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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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이들을 돕기 위한 범사회적인 기구,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아래 손잡고)가 지난 2월 26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출범했습니다.

학계·시민사회·정치권 등 각계 인사 약 400명이 모인 '손잡고'는 노란봉투 기금 및 자체 모금액을 모아 손배·가압류 피해자들의 생계비·의료비를 지원하고 손배·가압류 관련 법률과 판례를 바꾸는 활동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손잡고' 피해 사례 보고자로 나선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은 2011년 파업에 나선 후 지금까지 회사와 국가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며 회사를 상대로 복직 소송을 진행 중인 해고자입니다.

회사는 파업 후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 공장 두 지부와 홍종인 지회장을 포함한 집행부 13명에게 손해배상 약 40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40억이라고 하면 제가 당시 연봉이 3900만 원이었어요, 세금 빼면 얼마 가져가지도 못하지만 그거의 몇 배인지…. 만화 영화 보면 갑자기 뒤통수 맞았단 표현으로, 이만한 해머로 10톤, 100톤 막 때리잖아요. 딱 그 느낌일 것 같아요. 그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윤현미(홍종인 지회장 부인)] "처음에 직장폐쇄 되던 날, 저희 남편을 비롯해서 조합원들이 요구한 게 '밤에는 잠 좀 자자'… 아주 쉬운 걸 요구했거든요? 그게 그렇게 잘못한 것인지, 그 대가가 이렇게 큰 '40억'이라는 걸 해야만 하는 건지 저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하죠." 

홍 지회장은 '회사가 먼저 공장을 폐쇄해 기계 작동을 멈춘 결과 손해가 대폭 늘었다'며 법원이 인정한 피해액 약 20억 원 중 약 12억 원을 노조가 갚아야 한다는 판결에 억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 "(먼저) 직장폐쇄한 것은 사측이고 직장폐쇄에 따라 생산라인 끊기는 건 당연한 거고…. 만 5일 동안 (공장) 점거하며 있으면서도 기계 하나 안 건드렸어요. 억울했죠, 가슴에 억장이 무너질 정도로 억울해요."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발족식에 참석해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실상에 대해 참가자들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실상을 얘기 중인 홍종인 지회장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발족식에 참석해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실상에 대해 참가자들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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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소송은 회사만 제기한 게 아닙니다. 파업 당시 노조의 행진을 막은 경찰은 충돌로 인해 인력과 장비에 손상이 생겼다며 민주노총 소속 지부 7곳과 조합원 24명에게 약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노조원들 재산에 일정 부분 가압류가 된 상태에서 아직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홍 지회장의 부인 윤현미씨는 소송에 휘말린 남편 대신 힘들게 가정을 꾸려오고 있습니다.

[윤현미(홍종인 지회장 부인)]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고싶다는 거예요, 그때가 너무 뜨거운 여름이었거든요. 근데 (아이한테) '엄마가 힘들게 한 달을 생활해야 하니 매일 먹을 수는 없고 엄마가 월급 탈 때만 사줄 수는 있어' 그랬더니 아들이, '엄마 우리 돈 없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죠."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 "손배가 딱 닥쳐버리니 '내 인생 어떻게하지'가 아니라 '내 가족은? 지금 막 자라나는, 좀더 가르쳐야 하는 내 자식은? 그리고 와이프는?' 이 생각밖에 안 들어요." 

홍 지회장은 회사가 손배 대상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어용 노조 가입을 권유했으며 그 결과 기존 노조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 "(회사 어용 노조로) 어쩔 수 없이 가야했던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진짜 미안합니다, 진짜 미안합니다…. 내 마음은 진짜 남아있고 싶은데 집안 형편이, 가정사가 그래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번 손배 대상에 내가 있는데 집이 가압류 들어왔어요'… 그럼 제가 이 사람을 잡습니까. 잡을 수가 있겠어요? 절대 못 잡아요." 

오마이TV는 지난 2월 20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의 자택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과 아내 윤현미씨 오마이TV는 지난 2월 20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의 자택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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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전문가들은 회사의 손배 청구액이 과도하게 계산되며 법원이 노동법적 특성을 무시한 채 그 추정액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OECD 국가 같은 경우에는 노동조합원 수에 따라서 한도를 정합니다. 또는 불법파업이라 하더라도 여기에 동원된 폭력이나 방화가 행사된 경우에 한해서 손해배상을 인정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손해배상의 범위를 줄이고 손해배상 액수를 낮추는 거죠. 우리는 그 범위와 손해배상의 고저가 아무런 제한이 없다, 몇백 억도 가능한 거죠." 

손해배상액 산정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현대차는 파업기간동안 매출이익에 해당하는 금액과 지출된 고정비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라며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심지어 홍익대는 청소노동자들에게 파업 중 교직원들의 회식비까지 손해배상액에 포함시킨바 있습니다.

[권영국 변호사] "노동법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판결을) 해야 하는데 사실은 손해 입증이 매우 불투명한 상태인 경우가 참 많아요,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손해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불문하고 무조건 손배가압류를 한다는 겁니다. 가압류 같은 경우에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없기 때문에 단순히 그럴 만한 소명이 있다는 것을 주장만 하면 법원이 그걸 너무 쉽게 받아주거든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법 조항 자체를 비롯해 사법부의 잘못된 법 해석이 손배·가압류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판례는 노동조합 파업이 경영권에 개입하게 되면 무조건 자동적으로 불법이 됩니다. 정리해고, 구조조정 이런 문제에 대해 반대한다고 하면 그게 바로 불법입니다. 준법투쟁이란 게 있는데 법을 다 지켜서 파업을 해도 결과적으로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게 되면 불법이 됩니다. 어떤 목적·수단에 있어서 합법의 범위를 좁혀놨기 때문에…." 

[권영국 변호사] "법원도 이젠 노동법이 민사상의 책임을 제한하기 위해서 노동 3권이 만들어져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취지를 적극 반영해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우리 법원은 노동법의 특별법적인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일반화돼 있어요. 그래서 손해가 있으면 다른 일반적인 손해와 똑같이 취급하는 데서 실제로 이렇게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합법 파업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에서 검찰과 경찰이 노조를 상대로 공권력을 남용하거나 회사 봐주기식 처분을 내린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수사기관이 유성기업 파업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라'며 회사 측에 권유했다고 합니다.

합업 파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를 무시한 채 파업에는 엄정 대응, 회사 손배 요구는 쉽게 인정하는 사법부. 홍 지회장은 우리나라에 노동 3권이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고 자조했습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 "너 돈 많아? 돈 많으면 내고 없으면 죽어. 기어. 이 얘기로밖에 안 들리는거예요…. 우리나라에 노동 3권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겠어요, 저는." 

2012년 '손해배상청구 요건과 범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기업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하라고 권유했고 법원은 총 1235억 원의 청구액 중 현재까지 약 320억 원 이상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시민들이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6억여 원을 모았습니다.

이제 국회가 대답할 차례입니다.

오마이뉴스 곽승희입니다.

(영상 취재 - 강신우 / 편집 - 최인성·강신우 기자)


태그:#손잡고, #손배, #가압류, #노란봉투,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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