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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2월17일) 00초등학교 강당에서 첫째딸의 졸업식이 있었다. 첫째딸(1월생)이 태어나고  1년후 딱 지금의 시점일때 시한부 교사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는 열심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적고 있었다. 결과는 구하지 못했다. 집안일과 육아는 내 몫이 되었다. 한사람(아내)의 수입으로 대출이 절반이상인 아파트에 살기에는 경제적으로 버거웠다. 그래서 아내의 직장이 가까운 시골마을로 전세를 얻어 이사를 하였다. 육아는 만만치 않았다. 아침에 아내가 출근을 하면 정말 시계만 보면서 퇴근시간을 기다렸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아이를 재워야 한다'는 얄팍한 이기심에 나는 꾀를 내었다. 많이 움직이게 하여 지치게 만들자라는 계획이었다. 3살짜리 딸과 무작정 집에서 나와 걷게 만들었다. 3살짜리에게 볼 것(소, 닭, 멍멍이, 고양이 그리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르는 꽃들)은 많았다. 둘만의 동네 놀이터(그 마을에 유아는 몇 명 되지 않았음)에서 "아빠 잡아봐라"하면 딸은 나를 쫓아오고 나는 잡힐듯 잡힐듯 숨을 헉헉거릴 정도로 딸을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내 계획대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하루 하루 딸의 체력이 좋아졌다. 이제는 그렇게 놀고 집에 와도 잠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땀을 흠뻑 흘리고 돌아온 날 제대로 씻기지 않고 이불도 없이 둘은 잠들었고 아이는 심한 감기에 걸렸다. 다음날 아내가 출근을 하고 아픈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온 후 아파서 칭얼대는 아이를 6시간 안고 있었다. 내려 놓으면 계속 울었다. 강가에 데리고 가서 "아빠 수영한다" 라고 하고 물에 들어갔을때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물에 뛰어들어 허우적거리다 하마터면 익사할 뻔한 적도 있었다. 둘만의 비밀은 날마다 날마다 만들어졌다.
 
아내는 딸에게 섭섭하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지금껏 출근할 때 한번도 딸애가 운 적도 없고 심지어 붙잡고 떼를 쓴 적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울 때도 "엄마 엄마~~"하고 우는 것이 아니라 "아빠, 아빠~~"라며 운다고 했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우리 애가 울때 "아빠 아빠~~~"한다는 것을.
 
그 해 가을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일을 하게 되었다. 전국에 출장을 다녔다. 일주일에 한번, 일이 바쁠 때는 열흘에 한번 정도 집에 올 수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미어지는 가슴으로 우는 딸애와 헤어졌고 눈물을 훔치곤 했다.
 
그런 딸의 졸업식을 보고 있노라니 울컥하였다. 옆에서 "우나?"하면서 아내가 놀린다.
 
"아이다. 눈꼽 뗀다."
 
졸업식은 숱하게 봐 왔던 대로 식순에 의해 진행되었다. 유일한 총각 선생님(딸애의 담임)의 피아노 연주와 졸업생 전체의 리코더 연주는 색달랐다. 남자 선생님이 귀한 요즘 6학년 담임이 남자 선생님이라고 했을 때 나는 기뻤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과 야구를 함께 보러가기도 하고 주말에 학생들과 등산을 하기도 했다. 영화를 같이 보러가기도 했다.
 

 '영화"라...... . "아빠랑 000영화 같이 보러 가자 아빠 꼭 너랑 같이 보고 싶다" "어 담임선생님이랑 보러 가기로 했는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 이번주말 담임쌤이랑 등산가기로 했는데 엄마한테 얘기했는데"  
 


오늘에서야 담임선생님을 뵈었다. 인사를 드렸고 담임과 딸애의 사진을 찍어주고 딸의 선물로 담임선생님의 짦막한 영상편지를 부탁했다.

 


"언제나 밝고 씩씩하게 지금처럼 생활하기를 바란다"
밝고 씩씩한 담임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이제는 가까이 가면  손으로 밀치는 아빠 딸아 앞으로도 밝고 씩씩하게 생활하자.

덧붙이는 글 | 초등학교에서 남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나기란 어렵다. 젊은 남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난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어렵다. 주말까지 학생과 함께하려는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서 큰 행운이다. 밝고 씩씩한 좋은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태그:#졸업식 , #아빠, #졸업식,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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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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