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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본부 이성주 위원장
 언론노조 MBC본부 이성주 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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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MBC 로고송은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이었다. 로고송처럼 MBC 이미지는 시청자에게 친숙하고 서민적이었다. 특히 MBC 뉴스는 강자의 편이 아닌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이었다.

그랬던 MBC가 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알던 MBC 뉴스는 사라진 지 오래다. 노조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170여 일의 긴 파업을 벌였지만, 돌아온 것은 해고와 징계 등 상처만 남았다. MBC의 시계는 파업이 시작된 2012년 1월 30일에서 멈춘 것처럼 보인다.

파업 후 1년 6개월이 지나고 사장도 바뀌었으나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심어놓은 인사들은 회사에 남아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이성주 위원장을 만나 현재의 MBC 상황과 2월 말 선임될 MBC 사장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지난해 노조 위원장 취임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은 "지난해는 노조원을 치유하고 보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며 목표를 치유와 정상화로 설정했다. 1년이 흐른 지금 어떨까? 이에 그는 "정상화라는 화두를 향해서 많이 나아가지 못했다"며 "구조의 문제와 구조의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씁쓸해했다.

"법적 다툼 40여 건 싸움도 또 다른 싸움" 

MBC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이 위원장은 "모든 문제를 노동자의 최후 수단인 파업으로 풀 순 없다. 지금 노사 간의 진행되는 법적 다툼이 약 40여 건 되는데 법정을 통한 싸움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비판은 현재 MBC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MBC와 노조 집행부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에서 해고자 문제에 대해 얘기했었고, 다른 언론관을 보이겠다고 했고, 인수위 시절 대통합 위원회가 해고자를 만나기까지 했지만 하나도 안 지켜졌다. 그 때문에 MBC를 포함해서 공영방송은 MB 7년 차일 뿐이라고 본다"며 "MBC 사장 선임이 박근혜 정부 언론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위원장은 "방송 공정성의 회복, 해직자의 복직, 단체협상의 복원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5일 언론노조 MBC 본부 이성주 위원장과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나눈 1문 1답을 정리한 것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이성주 위원장
 언론노조 MBC본부 이성주 위원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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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위원장에 취임하신 지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임기의 절반이 지났는데 지난 1년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진격하는 싸움도 있지만, 대오를 단단히 하고 디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지키는 싸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지난 1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지난 인터뷰에서 지난해를 "노조원을 치유하고 보호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시기"라고 설정하셨는데 얼마나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목표 설정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저희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상화라는 화두를 향해서 많이 나아가지 못했다고 자평해요. 또 그 과정에서 구조의 문제와 구조의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무슨 이야기냐면 지난달 17일과 23일 해고무효와 손배소 등 중요한 두 개의 판결이 있었잖아요. 판결문을 보면 팩트로 인정한 사실들이 있어요. 그것은 김재철 사장 당시 MBC에서 정상적인 보도와 제작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인사 전횡이 빈번했다는 것과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인 의사 개진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것을 판결문에서 말했어요. 이것을 재판부에서는 인사권과 경영권의 남용이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김재철 사장 시절인 2012년 1월에 파업이 시작된 이유였죠. 또, 김종국 사장의 9개월을 회고하면 두 사람이 다르지 않았다고 봅니다. 김재철 사장 당시의 보도와 시사교양의 주요인사들이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요. 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핵심 이슈가 국정원의 선거 개입사건인데 그것을 다루는 데 첨예한 기사를 쓰는 정치부 정당팀 그리고 사회부 법조팀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이며, 그 사람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것으로 구성했어요.

또한 단체협상(아래 단협) 과정에서는 공정보도를 논의하기 위한 공정방송협의회(아래 공방협)를 아예 빼자고 했고, 김 사장은 언론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단협을 체결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어요. 그 이후에도 공방협을 열자고 회사 측에 공문을 보냈지만, 돌아온 답변은 '단협이 없는데 무슨 공방협이냐'고 해서 논의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죠.

결국, 뒤집어보면 법원이 두 가지 판결을 통해 명쾌하게 지적했던 문제들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것을 MBC 내부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MBC만의 문제보다 더 큰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 언론계 내에서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외부에서 보이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 집행부는 170일간의 파업을 했죠. 하지만 모든 문제를 파업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파업은 가장 최후의 수단이죠. 때와 상황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노사 간의 진행되는 법적 다툼이 약 40여 건 정도 돼요.

법정을 통한 싸움도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판결문은 MBC뿐만이 아니라 언론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 공정 방송의 의미, 제작 자율성을 논할 때 자율성의 주체가 누구인지, 회사가 어떤 형태를 보이는 것이 인사권과 경영권 남용인지 등 일반적인 언론계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저는 중요한 기록과 사법부의 법 해석을 받는 것도 소중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그런 비판이 있다면 그 비판은 현재 MBC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MBC와 노조 집행부를 사랑하는 분들이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언제나 비판을 듣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법원 명령따라 복귀했지만 일을 안 주기도"

- 비제작 부서로 발령 난 노조원들이 지난해 3월 말, 법원의 복귀 명령으로 복귀했어요. 그러나 아직도 방송 쪽에서는 복귀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현재 어떤 상태입니까?
"아나운서나 기자들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아나운서부터 말씀드리면 파업이 끝난 후에 법원 명령이 나와서 복귀했지만, 일을 안 주겠다는 기간이 한참 동안 있었어요. 그 기간에 회사를 나가신 분들도 있어요.

일부는 업무를 수행했지만, 자기들이 찍은 몇 명은 여전히 일을 안 주고 있어요. 그들은 일이 없으니까 성적이 나쁘게 나오고, 성적이 나쁘니까 다른 부서로 배치되고 있어요. 한 분은 MD 근무로 가셨고, 한 분은 심의실로 가셨고, 또 한 분은 경인지사에서 영업하세요.

기자도 회사로 돌아오긴 했지만, <뉴스데스크>를 하지 않는 부서로 간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 상황이 그래요. <뉴스데스크>를 아예 안 본다는 분들이 많은 게 가슴이 아프죠. 많이 보시고 비판해 주셔야 하는 데, 기본적으로 보면 화가 나니까 아예 안 보신다고 하세요."

- <국민TV> 김용민 PD는 MBC·KBS에 근무하는 언론인에게 "할 말 하다 해고당하면 <국민TV>로 오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상파 방송에는 특정 정파에 치우친 사람들만 남게 되어 지상파 방송은 더욱 악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물론 대안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PD가 그런 말씀을 하신 것도 이해가 돼요. 그러나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에서 이걸 다 포기하고 다른 데로 간다는 것은 공영방송을 버리겠다는 말밖에 안 되거든요. 제가 답답한 부분은 저희가 하고 있는 싸움이 너무 힘들고, 전략도 안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근데 그렇다고 저희가 싸움을 포기하고 다른 데로 가는 것이 제대로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 2014년 되었지만, MBC의 시계는 2012년 1월에 멈춘 느낌입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고자 복직 문제입니다. 지난달 해고 무효 확인소송에서 법원이 노조 손을 들어줬어요. 하지만 사측은 바로 항소하고 <뉴스데스크>를 통해 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일간지에 광고까지 게재했는데...
"상식 이하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광고에 3억 원이나 썼어요. 지금 지역에서는 임금 체납도 벌어지잖아요. 그런데도 3억 원을 쓰는 것은 명백한 배임이라고 봅니다. 더 중요한 게 뭐냐면 그 판결이 나온 후 언론사로서 자사 뉴스를 통해 비난하고 그것도 판결문을 잘 안 읽어 본듯하더라고요. 그것도 모자라 일간지에 마치 사법부를 겁박하는 듯한 광고를 내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해고 언론인은 당연히 복직되어야겠죠. 이번 판결 전에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결의문을 만들었잖아요. 또, UN인권위원회 보고서가 3월에 나온다던데 해고된 상황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으로 알아요. 국격을 떨어뜨리는 상황이에요. 근데 마치 해직자를 복직시키지 않는 것이 자기 공인 것처럼 광고하고 재판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워요."

- 김종국 사장이 취임한 지 9개월이 되었습니다. 취임 당시 '김재철 시즌2'로 규정하셨는데, 그 기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망가져서 더 이상 망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시즌2'라고 규정했으나 그 말 하면서도 그렇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말이 딱 맞았어요. 이제, 시청자들도 MBC를 안 봐요. 돌이켜 보면 지난 시간 동안 사장이 무슨 일을 했느냐 하고 생각해 봤어요. MBC가 방송사이기도 하지만, 언론사이거든요. 언론사로서 MBC가 죽었다는 평가를 받는 거죠.

<뉴스데스크>를 보면 항상 3위를 못 벗어나요. 잘 나가는 드라마와 같이 붙어 있어도 7~8% 밖에 안 나와요. 더군다나 주말 경우는 4%까지 기록했어요. 파업 때를 제외하고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수치예요. 저희는 문제가 뭔지 정확히 알고, 계속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서 얘기하는 것이 '뉴스에 뉴스가 없다. 그리고 뉴스 하는 것도 너무나 편파적이다. 뉴스의 신뢰도나 영향력이 생길 수 없다'라고 하는데 그것을 안 고쳐요. 그러면 김종국 사장은 사장 자격과 의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사 사장이라면 MBC <뉴스데스크>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 건 말도 안 되죠."

- 김종국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입니다. 2월 말 사장 선임이 있을 예정인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저는 전망을 안 할 생각이에요. 섣부른 전망을 했다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대신 말씀 드리는 것은 사장이 뽑히는 과정에 대해서 아주 세밀하게 보고 기록해서 알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왜냐하면 전파는 공공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국민의 방송사이기에 MBC 사장을 어떻게 선임하느냐의 문제는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국격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 JTBC 뉴스가 호평을 받는데 앵커인 손석희 사장이 MBC 출신이잖아요. MBC 출신 언론인이 다른 방송으로 가서 호평을 받는 것을 MBC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어떨 것 같아요? (웃음) 생각하시는 것과 맞을 거예요. 앞서 아나운서들이 나간 것도 말했지만,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MBC가 키운 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공영방송은 MB 7년 차일 뿐이라고 봐요"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입니다. 1년 동안 불통 논란이 끊이질 않았어요. 그 기간에 기자회견도 한 번밖에 안 했죠. 이 부분은 박 대통령이 언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
"박근혜 정부 언론 정책은 이미 증명됐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난 대선에서 해고자 문제에 대해 얘기했었고, 다른 언론관을 보이겠다고 했거든요. 인수위 시절 대통합 위원회가 해고자를 만나기까지 했지만, 하나도 안 지켜졌죠. 물론 다른 큰 공약도 다 져버렸기 때문에 이 문제 또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MBC를 포함해서 공영방송은 MB 7년 차일 뿐이라고 봐요. 그것을 끊어 내고 되돌리는 역할을 안 했기 때문이에요. 앞서 MBC 사장 선임이 시험대라고 했는데... 여기서 만약, 같은 부류나 더 흉악한 분이 온다면 그런 흐름이 이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주시하고 있어요."

- 앞으로 1년이란 시간이 남았는데 남은 기간 각오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희가 올해 시작하면서 화두를 '3복'으로 잡았어요. 뭐냐하면 방송 공정성의 회복, 해직자의 복직, 단협의 복원이에요. 하나하나가 너무 당연한 거예요. 방송 공정성은 공중파가 당연히 담보해야 할 가치입니다.

저희 조합원이 2천 명이거든요. 그러나 단협이 없어진 지가 1년이 넘어요. 이런 규모의 회사에서 단협이 없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너무나 당연한 데 지금이 비상식적이기 때문에 이걸 목표로 내놓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도 저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고 반드시 올해 안에 세 가지를 다 이뤄내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성주, #MBC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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