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리아연구원은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미국언론의 한반도 관련 보도 태도를 분석하는 글을 5회에 걸쳐 싣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정책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중동문제 등 굵직한 외교문제와 미국 국내 재정문제 그리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행태에 대한 미국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는 미국 여론이 한반도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보도태도를 분석하는 목적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여론의 현주소를 진단하는데 있습니다. 진단이 정확하다면 정부나 민간차원에서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연대와 협력의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말]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미국인들에게 '안보위협'이다. 그래서 지난 1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2016년께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미국 언론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통상적인 훈련으로만 바라본다. 이렇게 두 종류의 미사일에 대한 미국 여론의 대응이 다른 것은 미국 본토에 대한 도달 여부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미국 언론은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위협에 민감하다.

뉴욕 폭격 비디오?



지난 2월 초에 유튜브에는 북한의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올린 동영상 <은하 9호를 타고>가 나돌았다. 한 소년이 꿈 속에서 우주여행을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언론은 이 동영상을 화제로 삼았다. 이 동영상의 뒷부분에는 성조기와 함께 맨해튼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나온다. "아메리카 어디선가 검은 연기도 보입니다"라는 자막에 다음에 "아마 강권과 전횡, 침략전쟁만을 일삼던 악의 소굴이 제가 지른 불에 타는 모양입니다"라는 한글 자막이 이어진다. 미국의 주요 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2월 5일 치 기사를 통해 이 동영상의 내용을 전했다. 동영상도 첨부하고 기사에는 한글 자막을 영어로 번역해 실었다.

이 동영상에 대한 미국 언론의 태도는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불쾌감'이다. 미국 언론은 북한에 의한 위협을 구체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인공위성에 빗대 "북한은 맨해튼 없는 광명 세상을 꿈꾼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젊은 북한 남성이 뉴욕과 같은 대도시를 파괴하는 꿈을 꾸는 황당한 영상이 북한의 핵실험 위협 속에 나왔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뉴욕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잿더미가 된 자극적인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하원 군사위 산하 전략군 소위원회 마이클 터너 위원장은 이 동영상을 '뉴욕 폭격 비디오'라고 칭하며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런 파문 속에서 북한은 또다시 2월 19일에 '미국의 덕이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번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군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연출됐다.

사실 이 동영상 속 불타는 맨해튼은 북한이 맨해튼을 공격해서 생긴 게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미국이 공격받고 있다는 점을 북한이 동영상으로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에게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 북한이 언제든지 맨해튼을 불바다로 만드는 세력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 본토 위협에 대한 불안감

지난 4월 11일 열린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더그 램본 공화당 의원이 "북한이 현재 탄도 미사일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 내 북한 미사일 관련 논란은 급속도로 커졌다. 사진은 지난 3월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있는 모습.
 지난 4월 11일 열린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더그 램본 공화당 의원이 "북한이 현재 탄도 미사일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 내 북한 미사일 관련 논란은 급속도로 커졌다. 사진은 지난 3월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있는 모습.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미국 언론은 어찌 보면 단순한 사건으로 무시해버릴 만한 이 동영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불편한 심사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는 지난 4월 중순에도 열흘 이상 미국 언론을 달궜다.

지난 4월에는 중거리 미사일로 알려진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여부에 많은 나라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작 미국 언론의 관심은 엉뚱한 데로 쏠렸다.

논란은 4월 11일 열린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더그 램본 공화당 의원이 "북한이 현재 탄도 미사일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국방정보국(DIA) 보고서 한 대목을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이 발언을 인용하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16일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 미사일에 얹을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램본 의원이 이 보고서를 공개한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었다. 오바마 정부가 미사일방어(MD) 예산을 감축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논란은 엉뚱하게 확산돼 북한 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미국인들에게 심어주게 됐다.

미국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의회에서 벌어진 북한 미사일 논란을 보도한 4월 11일 치 <워싱턴포스트> 기사에는 1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또한 619개의 페이스북 추천과 174개의 리트윗이 있었다. "북한이 가짜 대량파괴무기를 가지고 있을 경우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있으나, 북한이 정말 대량파괴무기를 가졌다면 그것은 위험한 것"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은 부시 전 대통령이 클린턴의 포용정책을 부정한 결과라는 댓글에 대한 지지가 그다음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망치고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키워 미국을 아마겟돈에 빠지게 했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북한 단거리 미사일에는 관대한 미국 언론

북한은 지난 5월 중순에 3일 연속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비교적 일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2013년 5월 21일). 오히려 '북한의 위협을 부각'시키기 위한 한국정부의 의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은 연간 몇 차례씩 사거리 160킬로미터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한국정부가 필요할 때만 이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이 보유한 수백 기의 단거리 미사일은 서울과 그밖에 한국의 인구밀집지역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겨냥하는 곳이 서울이라는 이야기다.

북한이 미국의 위협에 맞서서 미사일 실험을 한다고 해도 그 사정거리가 미국 본토냐 서울이냐에 따라서 미국 언론의 보도는 현저히 달라졌다. 서울을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보도하거나 한국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한다.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요란스럽게 보도하는 것과는 분명 비교되는 태도다.

북한의 미사일에 미사일 자체보다는 핵폭탄을 공중에서 폭발시켜서 전자기파를 발생시켜서 교통·통신을 비롯한 인프라를 마비시킨다는 전자기파(EMP) 공격을 염려하는 보도도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5월 26일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과 피터 프라이 국가안보테스크포스 사무국장의 공동기고문을 실었다.

이들은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탄두를 소형화시켜서 ICBM에 장착하는 것은 ICBM에 비해 훨씬 쉽다는 데서부터 이들의 염려가 시작된다.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서는 '단 한 개의 핵탄두를 운반하는 단 한 개의 ICBM'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 의회 전자기파위원회(EMPC)와 미 의회 전략태세위원회(SPC)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 본토 상공에서 핵무기 한 개가 폭발하면 엄청난 전자기파가 생성된다. 전자기파(EMP) 공격 한 번으로, 문명사회 및 3억 미국인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송전망과 통신·교통·금융·식품·상하수도 등 송전망에 의존하는 기타 인프라는 와해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자기파(EMP) 공격이 북한이 미국을 마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결론은 북한의 ICBM 시설에 대한 정밀공격과 MD 강화다. 북한의 전자기파 공격을 강조하는 이들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드러난다.

중국에 대한 기대, 점차 낮아지기 시작

미국 언론에서 중국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낮아진 것은 6월 한중정상회담 이후부터다.
 미국 언론에서 중국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낮아진 것은 6월 한중정상회담 이후부터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미국의 일부 언론이 북한 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과 MD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컸다. 대부분의 언론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었다.

<뉴욕타임스>(5월 23일)나 <워싱턴 포스트>(5월 23일)는 최룡해 총참모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이 북한정권의 행동을 변화시킬 것으로 봤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상하이 푸단대 한국학연구소의 차이 지앤 부소장의 말을 인용해 최룡해가 시진핑을 만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미국 언론들이 중국의 역할에 주목했던 것은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반대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찬성했으며, 지난 5월 초에는 중국 국영은행이 북한의 주요 외환거래은행은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끊은 것과 같은 조치 때문이다. 또 중국의 학자들이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명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됐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최룡해의 방중으로 중국의 주도적인 역할로 한반도에 새로온 외교가 펼쳐질 가능성까지 기대했다(5월 23일). 핵실험을 한 북한을 꾸짖기 위한 것이 최룡해의 중국방문을 허락한 것이 중국의 목적이라고 보도한 국내 일부 언론들과 비슷한 논조였다.

하지만, 미국 언론에서 조금씩 변화가 생긴 것은 6월 한중정상회담 이후부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베이징과 서울이 대북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6월 28일). 미국의 국가전략에 밝은 조셉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북한의 외교를 '약자의 위력'(power of weakness)이라고 이름 붙였다.

조셉나이가 중국의 외교는 위력을 가진 북한의 약자외교에 납치되었다는 칼럼을 기고(Project Syndicate·7월 12일)한 뒤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 언론의 과한 기대는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 나아가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에반스 리비어 전 주한미대사의 말을 인용하기까지 했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의 본토에 도달하는 것에 대한 미국 언론의 위기의식은 아직도 여전하다. 다만 그 해결책으로 제시됐던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 북한 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과 MD 강화라는 강경책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보스워스 전주한미대사와 로버트 갈루치 전 동아태 차관보가 10월 27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한 것은 큰 반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화는 강경책이 현실성이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또 다른 하나의 대안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기대치를 낮춘 중국역할론, 강경책, 대화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 언론이 미국 정부에 어떤 주문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맨하탄 폭격, #북한 유튜브, #미국언론, #북한 미사일, #중국역할
댓글2

코리아연구원은 통일외교안보, 경제통상, 사회통합 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아름다운 동행을 권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