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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일상생활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밀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해진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능동적으로 실현해가는 지방자치단체의 혁신성공 사례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그 두 번째로 전남 신안군의 도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신안군과 한예종은 '섬&아트 프로젝트'의 한 꼭지로 김환기 화백의 고향인 안좌도에서 미술 분야의 '사시사색 안좌도'라는 주제로 새로운 예술창작 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신안군의 7개 섬과 한예종은 6개원이 만나 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벌여 예술 섬으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프로젝트 기획안 중 하나임)
 신안군과 한예종은 '섬&아트 프로젝트'의 한 꼭지로 김환기 화백의 고향인 안좌도에서 미술 분야의 '사시사색 안좌도'라는 주제로 새로운 예술창작 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신안군의 7개 섬과 한예종은 6개원이 만나 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벌여 예술 섬으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프로젝트 기획안 중 하나임)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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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예술 섬'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 가가와현(香川縣) 다카마쓰(高松) 지역 수천개 섬 중 하나인 나오시마(直島).

한 해 50여만명에 이르는 방문객이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오시마의 사례는 자연 환경과 문화예술의 결합, 주민참여를 통한 섬의 재생, 섬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나오시마의 성공은 인근 섬 데시마와 이누지마 예술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신안군의 도전... 한예종과 함께 하는 '섬&아트 프로젝트'

한국에서도 섬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추진 중이다. 대개의 경우 '관광산업 개발'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조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여되는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과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남 신안군(군수 박우량)의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프로젝트 추진 방식과 분야 등 여러 면에서 성격이 다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나오시마' 같은 섬을 꿈꾸고 있는 것.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박종원·이하 한예종)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섬&아트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신안군은 생활·문화-예술 간 소통, '지중 미술관'과 '집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자연환경을 그대로 활용한 사례, 주민이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 단기적인 대규모 '개발'이 아닌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인 '재생'에 성공한 나오시마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섬&아트 프로젝트'는 한예종 공연전시센터(예술감독인 김덕수 전통예술원 연희과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애초 한예종은 섬 지역 다른 지자체들에 예술을 통한 나눔과 공유를 실천하기 위한 '케이-아트 셰어링(K-Art sharing)' 사업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던 중 신안군에 아트 셰어링 사업이 제안됐고 여러 차례의 협의를 통해서 아트 셰어링 차원을 뛰어 넘는 '섬&아트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예술활동의 사회 환원을 고민하던 한예종의 아트 셰어링 사업과 자연환경과 문화자원 등을 활용한 섬 재생을 고심하고 있던 신안군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토목 개발' 대신 문화예술 통한 재생 선택

지난 1월 있었던 아트 캠프. '연극으로 노는 음악이야기'를 주제로 암태중학교에서 열린 캠프에서 암태중 재학생들이 음악을 배우고 있다.
 지난 1월 있었던 아트 캠프. '연극으로 노는 음악이야기'를 주제로 암태중학교에서 열린 캠프에서 암태중 재학생들이 음악을 배우고 있다.
ⓒ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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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공연전시센터 김은주 주무관은 "한 문화단체가 소규모 지역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사례는 있다"며 "그러나 일회적인 프로그램이나 단순한 예술 공연이 아니라 (지자체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한 프로젝트는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현재 '섬&아트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계획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 다만 현재는 최소 10년 이상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과 9월 신안군과 한예종은 MOU체결과 프로젝트 선포식을 통해, 신안군의 청정자연과 생태환경을 한예종의 예술 콘텐츠들에 접목, 인적교류,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위한 사회공헌활동, 해양문화 발전을 위한 협력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예종의 음악·연극·무용·영상·미술·전통예술 등 모든 장르의 인력이 참여한다. 박종원 한예종 총장은 지난해 사업선포식에서 "예술대학과 지자체가 서로의 가능성을 가지고 시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국민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융복합 분야의 개척을 알리는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안군과 한예종 '섬&아트 프로젝트' 전담팀은 올 1년 동안 섬 주민들과 예술의 소통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만들고 즐기는 공연-Around Art', '1004섬에서 천사를 만나다-천사들을 위한 아트캠프', '섬 이야기(섬 문화원형 스토리텔링)' 등 예술교육사업과 공연 등 다양한 주제의 소규모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예술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압해·암태·팔금·안좌·비금·도초·자은도에서 '이야기가 있는 섬', '바다위의 오선보', '사시사색' 등을 주제로 연극·음악·미술·전통분야 등 6개 분야 예술·문화활동을 집중적으로 벌이며 섬 문화 원형개발 등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한국형 해양생태 문화예술의 모형'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천사의 섬', 예술로 물들인다

지난해 업무협약과 선포식 이후 첫 사업으로 진행된 아트 캠프. 신안군은 아트 캠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아트 캠프에 참여한 안좌초등 오케스트라 '사나래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작은 음악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업무협약과 선포식 이후 첫 사업으로 진행된 아트 캠프. 신안군은 아트 캠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아트 캠프에 참여한 안좌초등 오케스트라 '사나래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작은 음악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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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암태도·안좌도·팔금도에서는 작은 잔치가 벌여졌다. '섬&아트 프로젝트'의 첫 사업인 '천사섬의 천사들을 위한 아트캠프' 때문이다.

'천사섬 천사들'을 위한 아트 캠프는 ▲연극으로 노는 음악이야기(암태중) ▲카메라와 스토리텔링으로 만나는 우리동네 이야기(팔금중) ▲영화놀이터-꿈나무 필름캠프(안좌중) ▲길 따라 전설따라 전설탐험대(암태초) ▲오감을 깨우는 상상놀이터(팔금초) ▲금관 악기로 만드는 새로운 앙상블(안좌초) 등 주제로 진행됐다.

2009년 결성된 안좌초증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사나래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 36명은 한예종 음악원 재학생들에게 일대일로 5일 동안 악기 연주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들 학생들은 작은 음악회를 열고 한예종의 금관오중주와 함께 멋진 앙상블을 선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악단을 지도하고 있는 송화영 안좌초 교사는 "학생들은 1주일에 1회 정도 연습을 하는데 섬이다보니 실력을 쌓는데 한계가 있고 전문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는 것도 어렵다"며 "전문 연주자의 교육도 받고 공연도 보면서 아이들의 실력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섬&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은 물론 섬 주민들의 문화적 소외를 해소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문화 예술의 섬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트 캠프를 통해 팔금초등학교 도서관은 아이들의 작품이 가득한 갤러리로 변했다. '오감을 깨우는 상상 놀이터'에 함께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전시했다. 노형도 팔금초등학교 교무부장은 "접해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고 예술적 감수성을 많이 얻게 됐다"며 "기회가 된다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안군과 한예종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의 문화예술 감수성을 키우는 동시에, 신안군 공무원들의 문화적 마인드를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연극·미술·전통예술 등 6개 장르를 아우르는 한예종의 강연과 공연이 그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예술 섬 만들 것"

신안군은 '천사의 섬'을 '예술의 섬'으로 만들어가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공무원들의 문화적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7월말까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한예종의 문화 강좌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신안군 공무원들이 한예종을 방문해 공연 시설 등을 둘로 보고 있는 모습이다.
 신안군은 '천사의 섬'을 '예술의 섬'으로 만들어가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공무원들의 문화적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7월말까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한예종의 문화 강좌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신안군 공무원들이 한예종을 방문해 공연 시설 등을 둘로 보고 있는 모습이다.
ⓒ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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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프로젝트 전담팀 문화예술반 이재근씨는 "섬을 어떻게 관광자원화 할지, 고민이 많았고 단순히 관광단지 개발이 아니라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 예술이 숨 쉬는 섬을 만들어 갈 것이다"며 "섬 주민들이 예술과 친숙해지고 직접 창작활동에도 참여하게 되면 유무형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신안군은 예술인들이 장기간 기거하면서 주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창작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안좌도 폐교를 리모델링 중이다. 이 공간이 마련되면 신안군과 한예종은 본격적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프로젝트의 성공 관건이 주민참여와 주도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안군 프로젝트 전담팀 총괄반장을 맡고 있는 김명렬 기획홍보실 계장은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신안의 많은 섬들이 간직하고 있는 전통과 문화·역사가 예술과 어우러지는 사업들이 성과를 낸다면 장기적으로 나오시마 같은 예술 섬을 꿈꿀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를 위해 나오시마를 직접 방문해 성공 사례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예종 공연전시센터 김은주 주무관은 "이 프로젝트는 현재로서는 10년 동안 추진하게 될 것이다"며 "단기적으로는 주민과 함께 공연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향후에는 그 성과를 토대로 주민과 섬 아이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과거 자연환경의 파괴를 통한 개발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처럼 여겨졌던 때도 있다"며 "이 프로젝트가 천혜의 자연, 문화자원을 활용한 예술 섬을 만들고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섬&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나오시마'를 꿈꾸는 신안군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다.


태그:#섬&아트 프로젝트, #신안군 섬 프로젝트, #한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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