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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밑에 자리잡고 있는 예쁜 정선역, 2일, 7일 정선 장날이면 서울에서 기차가 장보러 온다.
 산밑에 자리잡고 있는 예쁜 정선역, 2일, 7일 정선 장날이면 서울에서 기차가 장보러 온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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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작은 도시라도 외래어 간판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깊은 산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모텔일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아라리 고장 정선에서도 외래어 간판이 간혹 보입니다. 이 고장만이라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외래어는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것을 지키는 것도 국제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원도 하면 정선 아리랑, 정선 아리랑 하면 강원도를 떠올릴 정도로 이제 정선 아리랑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강원도 아리랑, 김영림의 정선 아리랑은 지금도 국민들의 애창곡이 되어 있습니다. 정선 아리랑이 2012년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록되었으니 원형을 잘 보존하는 것도 우리 후손들의 몫이겠지요.

지난 7월 1일 한여름이 아닌데도 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강릉에서 일을 보고 아라리 고장 정선을 둘러 보기로 했습니다. 정선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자 버스는 잘 정비된 도로를 따라 삽당령을 넘고 여량면을 지납니다. 예전 같으면 몇 시간을 넘던 고갯길을 단숨에 넘자 세상이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말 간판으로 바꾸었으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일 것 같은 예쁜 레스토랑
 우리말 간판으로 바꾸었으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일 것 같은 예쁜 레스토랑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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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들어가는 정선읍내의 모습, 뒤에는 높은 산이 보인다.
 시장으로 들어가는 정선읍내의 모습, 뒤에는 높은 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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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옥수수밭에는 바람에 너풀거리는 옥수수 수염이 정답습니다. 감자밭도 눈에 띕니다. 비탈밭은 우리 조상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한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조상들이 산비탈에 화전밭을 만들고 돌을 걷어내고 힘들게 농사 지었을 일을 생각하면 당시 이들의 팍팍했던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정선읍은 한낮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선은 앞 뒤 옆 모두 산으로 콕 막혀 있어 더위가 유독 심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정선 읍 앞쪽에 조양강이 흐르고 있어 바람이 불면 시원함을 전해 주고 있을 뿐입니다.  정선역은 작고 예쁘게 생긴 역입니다. 2일 7일 정선 장날만 서울 기차가 들오고 그 외에 날에는 민둥산역에서 기차를 바꿔타야 한다고 합니다. 

점심 때를 조금 지난 시간이어서 배가 출출해 역 앞에 작은 음식점에 들르니 노부부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건물이어서 장사가 될까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이 꽤 여러명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콧등치기'를 시켜놓고 예정에 없는 인터뷰 요청했더니 할아버지 사장님은 손사래부터 칩니다. 방송국에서 와도 모두 인터뷰를 거절했답니다.

'콧등치기'는 어떤 음식일까, 시간이 좀 걸려서 콧등치기 음식을 들고 나타난 사장님 손에는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나는 국수 그릇이 들려 있었습니다. 기자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자 그 분은 콧등치기라는 음식은 뜨거운 매밀국수라는 것입니다.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도 곁들였습니다. 

약초 장사를 한다는 분이 식사를 하다 말고 이 지방분들이 장사를 하기 위해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십니다. 처음에는 자기도 궁금해서 몇 번 찾았으나 이제는 별로라고 말합니다. 아무튼 땀을 흘리며 콩등치기 국수 한 그릇 하고 나니 더위가 저만치 물러 가 있는 듯합니다. 이열치열이라는 문구가 생각이 납니다.

온갖 약재와 산채로 가득한 시장의 모습, 장날이 아니어서 한가해 보인다,
 온갖 약재와 산채로 가득한 시장의 모습, 장날이 아니어서 한가해 보인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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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리랑 축제를 알리는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대한민국 아리랑 축제를 알리는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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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값을 치르고 나오려는데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할머니께서 기자의 뒷통수에 대고 보고 이야기한 것만 쓰면 된다며 잘 가시라고 인사합니다. 인터뷰 한 것도 없지만 웃어주고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햇살이 따갑습니다. 단골 손님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듯 이들 부부는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정선 장터를 구경하기 위해 역에서 올라오는데 몇 군데 외래어 간판들이 크게 보입니다. 레스토랑이나 호프집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몇 군데 더 보입니다. 어쩐지 아라리 고장과는 잘 조화가 되지 읺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왕이면 아라리 고장에서는 우리말 간판으로 고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장날이 아니어서 그런지 장터는 텅 비어 있습니다. 간혹 서울에서 오셨다는 몇 분들이 산나물이며 약초를 사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직도 산나물을 머리에 이고 오는 할머니들이 계시냐고 했더니 이제는 트럭으로 운반을 한다고 합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할머니께서 장날이면 여기에 사람이 가득 찬다며 이왕 오셨으니 하룻밤 묵고 장구경까지 하고 가라며 권합니다.

장날에는 장터 안에 있는 이벤트 공연장에서 여러가지 공연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정선 아리랑공연을 비롯해 10월 19일까지 인형극 정선 아리랑이 공연되며 10월 2일에서 5일까지는 2013 대한민국 아리랑 대 축제인 정선 아리랑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매년 열리는 행사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멋을 배우고 고유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버스로 민둥산역에 도착하니 민둥산이 코앞에 보입니다. 첩첩산중 정선읍이 세계의 도시로 태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태그:#정선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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