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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그녀'와 '무영'의 키스신
▲ 뮤지컬 '그날들' 공연 등장인물 '그녀'와 '무영'의 키스신
ⓒ 이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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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 <그날들>에 故 김광석의 감성은 없다. '없다'기보다는 '작품 속에 실핏줄같이 스며들어 감춰져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노래 하나하나의 뜻을 살려 장면을 연결짓지는 않았지만, 작품의 스토리에서 그가 풍기던 감성이 배어난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관객들이 故 김광석 생각을 잊으셨다가 뮤지컬을 다 보고 나서 故 김광석의 오리지널리티가 그리워졌으면 했다. 그렇게 관객들이 故 김광석을 음반이나 콘서트로 되새기도록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낯설지만 음악이 이렇게도 바뀔 수 있고 이런 장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편곡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그날들>은 노래에 담긴 故 김광석의 감성 그대로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故 김광석의 곡들로 많은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 뮤지컬 <그날들>의 시도는 새로웠다.

장유정 연출가는 프레스콜에서 "사실 초강수를 둔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관객들은 콘서트를 보러 오는 게 아니라 뮤지컬을 감상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무조건 김광석의 느낌만을 살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토리에 무게를 두었다는 말이다. '초강수'를 둔 만큼 관객들의 호불호가 분명할 것이다.

등장인물 '정학'이 죽은 '무영'을 회상하는 장면
▲ 뮤지컬 '그날들' 공연 등장인물 '정학'이 죽은 '무영'을 회상하는 장면
ⓒ 이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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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20년 전, 청와대 경호원인 무영과 정학은 한중수교 과정의 비밀을 알게 된 통역사 '그녀'를 지킨다. '그녀'와 무영은 홀연히 함께 사라지고, 정학은 청와대에 남는다. 20년이 지나 대통령의 딸과 경호원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라진 둘을 쫓으며 과거 사라졌던 '그녀'와 무영이 남긴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다. 

故 김광석 감성의 두 가지 큰 이슈는 '그리움', 그리고 '반전감성'이다. 그의 많은 음악이 그리움을 노래한다. 하지만 故 김광석은 슬픔을 흥겹게, 에너지 넘치는 노래를 쓸쓸하게 부르는 특유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 허무가 짙게 밴 '서른 즈음에'에 대해 생전에 그는 "애시당초 허무를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 속의 자질한 재미가 소중하다고 느끼며 재미나게 살아가자는 뜻으로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그날들>은 전체적으로 '그녀'와 친구 무영에 대한 '그리움'으로 채워져 있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그날들'의 가사처럼 사라진 두 인물에 대한 먹먹함이 진득하게 배어있다. 먹먹한 그리움은 슬픔을 흥겹게 부르는 故 김광석의 노래로 입혀진다. '반전감성'이다. 슬픈 이야기는 경쾌한 멜로디로 덧입혀져 아스라하고 묘한 감성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등장인물 '무영'과 '정학'이 장난치는 장면
▲ 뮤지컬 '그날들' 공연 등장인물 '무영'과 '정학'이 장난치는 장면
ⓒ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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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의 '반전감성'은 군데군데에서 발견된다. 故 김광석의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는 사랑했던 여인을 잊지 못하는 친구를 토닥이며 슬픔을 발랄하게 노래한 곡이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과 무영은 동료들과 떨어져 힘든 시기에 장난을 치며 이 곡을 노래한다.

무영은 '나는 벌거벗은 여인의 사진을 보며 그대와 나누지 못했던 사랑 혹은 눈물 없이 돌아서던 그대 모습 아주 쉽게 잊을 수 있어'라 노래하며 진짜 벗은 여인의 사진을 내놓는다. 흘러가는 스토리 속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음악은 장난스럽게 펼쳐보였다 이내 사라진다. 관객들은 이를 맞닥뜨리고 웃음을 터뜨린다.

故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은 이별 후의 그리움을 소재로 한 사랑노래다. 어수룩한 경호원 '대식'은 친구들 때문에 속상하다며 주저앉아 엉엉 우는 고등학생 하나에게 이 노래를 부른다. 사랑 노래를 떼쓰는 고등학생에게 부르는 엉뚱함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이 엉뚱함은 김광석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었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은 이별을 노래하지만 슬픔보다는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을 회상하며 허심탄회하게 웃음을 털어낸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뉴스테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 공연일자 4월 4일~6월 30일, 공연장소 대학로 뮤지컬 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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