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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제18대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차 TV토론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차 TV토론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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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2차 대선 TV토론이 지난 10일 열렸다. 비록 갑자기 규정이 바뀌어 '환경' 주제가 빠지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박근혜 후보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견해는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경제, 복지는 대선 후보 간 정책 비교가 가장 절실한 분야다. 모든 후보가 약속이나 한것처럼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시대정신으로 거론하며 자신만이 적임자라고 주장해 왔던 바, 박근혜 후보의 주장대로 이번 토론을 통해 누구의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물론 4대강 사업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진행되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선관위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규칙들만 허용하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말 잘 하고 핵심 잘 찌르는 이정희 후보가 모두 발언이나 마무리 발언을 통해 한 번쯤 언급하길 기대했다. 역시 이정희 후보는 마무리 발언 등을 통해 깨알 같이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번 토론에서 환경 문제가 빠졌다. 4대강 사업 깊게 돌아봐야 하고 박 후보든, 누구든 간에 집권 하면 완전히 조사하고 철저하게 파헤쳐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야하는 일이다. 중요한 현안 다뤄지지 않아 안타깝다. 더 좋은 토론 만들기를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 2차 TV 토론이 국민들에게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는 역시 화끈했던 1차 TV토론 때문이었다. '잃을 게 없는 이정희, 읽을 게 없는 박근혜, 낄 데가 없는 문재인', '내 거친 생각과(이정희), 불안한 눈빛과(박근혜), 그걸 지켜보는 너(문재인)'와 같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해내고, TV토론 직후 계속 검색어 창에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 6억' 등을 걸게 만들지 않았던가.

2차 TV토론에서의 관심은 '박근혜 후보는 어떻게 이정희 후보의 공격을 막아 낼 것인가?  문재인 후보가 1차 TV토론 때와는 달리 두 여성 후보 사이에서 과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이정희 후보는 또 어떤 소재로 박근혜 후보를 공격할까?'에 모아졌다.

선방한 박근혜, 그러나...

2차 토론 초반, 1차 토론과 비교해 보건대 박근혜 후보는 분명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토론에 앞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정희 후보의 최저임금을 아느냐는 비아냥 섞인 공격에 "스무고개 하듯이 상대가 모르면 골탕먹여야 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대선 토론은 아니라 생각한다"며 강력하게 맞대응함으로써 1차 토론과 같이 마냥 당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뒤이어 언급된 '전두환 6억' 등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말머리를 잘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정희 후보가 또 똑같은 트집을 잡는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비록 반(反)박근혜 진영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이번 토론도 역시 수준 이하라고 폄훼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버벅거리던 1차 토론 때와 발리 훨씬 안정된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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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근혜 후보에게 있어서 경제는 결코 불리한 주제가 아니다. 혹자들은 박근혜 후보의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그 취약성을 이야기 하지만, 부패와 유신이 등장했던 정치 분야와 사학법이 등장할 교육 분야와 비교한다면, 박근혜 후보에게 경제 분야는 어쩌면 유리할 수도 있는 토론 주제였다.  결국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을 하다 보면 원론적으로 '성장 vs 분배'라는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장 패러다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보수세력은 이를 색깔론과 버무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는 정치와 달리 국민들에게 그 진입장벽이 높다. 술만 마시면 너도 나도 정치 전문가가 되지만 경제전문가는 되기 어렵듯이, 일반 국민들에게 경제는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이다. 그러니 경제정책을 들으며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후보가 통계 수치를 들이대거나 어려운 용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게 되면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이와 같은 경제 분야의 특징은 박근혜 후보가 경제 분야를 이야기 함에 있어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심지어 그녀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역설했는데, 그와 같은 모순적인 이야기가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헤게모니가 아직도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재벌'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이야기한 문재인, '재벌 해체'를 이야기한 이정희 후보와 달리, '재벌'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했던 박근혜 후보. 그녀가 '대기업'의 순기능만을 강조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운운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지형이 왜곡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간 때문이야' 패러디가 쏟아진 이유

그러나 이와 같은 박근혜 후보의 논리는 토론 중반, 노동과 복지 분야를 언급하게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노동과 복지라 함은 앞서 말한 경제 철학이 정책으로 실현되어 각 경제주체들에게 체감으로 다가서는 분야인데, 박근혜 후보의 경제정책과 노동, 복지는 그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상당하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1차 토론 당시 그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던 문재인의 날카로운 공세가 빛났는데, 그는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바꾸지 않은 채 비정규직을 줄이고 복지 혜택을 늘이겠다는 정책의 비합리성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참여정부 5년의 국정경험을 선보이며 개인적인 네거티브 대신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젠틀함의 이미지는 그대로 가지고 가되, 이정희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에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의 제안으로 중도층 표심을 자극한 셈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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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재인 후보의 뜻하지 않은 공격에 당황해서일까. 이후 박근혜 후보의 문답은 허점이 많았다. 자신도 분명 비정규직을 줄이겠다고 했으면서도 비정규직을 50% 줄이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루면서도 사내하도급은 현실적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복지에 필요한 예산은 세금을 통해 걷을 생각이 없다면서도 복지는 점차적으로 늘리겠다는 박근혜 후보. 그것은 필자가 보기에는 결국 박 후보의 경제정책이 경제민주화와는 상관없음을 자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들렸다. 토론 도중 튀어나온 지하경제 '활성화'는 물론 '양성화'의 잘못된 발언이었지만, 이는 그만큼 박근혜 후보가 당황했음을 혹은 그에 대한 지식이 낮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혔다.

결국 이와 같은 모순은 토론 후반 후보 간 자유토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의료보험 정책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는데, 문재인 후보는 오히려 박근혜 후보의 4대중증질환의 기준이 무엇이냐며, 왜 심장질환은 들어가는데 간질환은 들어가지 않느냐며, 박근혜 후보의 기준으로는 500만원 이상을 의료비로 쓰는 환자들의 15% 밖에 그 혜택을 받을 수 없음을 지적했고, 이에 대해 대해 박근혜 후보는 어떨결에 85%가 배제될 수밖에 없음을 자인해버리는 셈이 되고 말았다. 물론 박 후보는 이후 점차적으로 혜택을 늘려가겠다고 첨언했지만 그 재원 마련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것은 사족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다음날 '간 때문이야'라는 패러디가 봇물을 이룰 수밖에.

박근혜 후보의 결국 토론 마무리 발언에도 4대중증질환 관련 발언을 해 악영향을 끼쳤다. 그는 마무리 발언 기회에 그 전에 못다 한 이야기를 첨언함으로써,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인정했다.  1차와 2차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보여주었듯이, 토론의 마무리 발언이란 어쨌든 그 모든 것을 종합하고 엑기스만 뽑아내어 국민들에게 콕콕 집어주어야 하는 소중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비한 것이다.

이제 대선이 일주일 남았다. 그리고 대선 TV토론은 한 번 남아있다. 예상컨대 세번째 토론도 박근혜 후보에게 쉽지는 않은 주제로 보인다. 사회와 교육. 그것만으로도 국민들은 할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부디 박근혜 후보가 이와 관련하여 좀 더 세심하게 준비하기를 바란다. 토론을 본 뒤 한 명의 국민이라도 어느 후보가 집중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찍겠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슬픈 일은 없지 않겠는가.


태그:#대선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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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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