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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는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식당노동자의 노동을 가시화하고 식당노동자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아줌마', '이모', '고모' '여기요'가 아닌 이름을 찾고 만드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시민호칭공모제를 통해 선정된 '차림사'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함께 지은 이름으로, 식당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식당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당찬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기자말>

▲ 권해효가 말한다 차림사님~ 우리 같이 차림사라고 불러봐요^^ 권해효가 권해요~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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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태양이 내리쬐는 지난 6월, 오후 3시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들은 '차림사'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식당을 방문했다. 차림사분들께 두 가지 질문을 드렸다.

"손님들이 식당에서 주로 뭐라고 부르세요?"
"차림사라는 명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차림사A (감자탕 전문점 근무, 50대 초반, 주방과 홀써빙 담당)씨.
"주로 아줌마라고 한다. 딱 싫다. 기분 나쁘다. 차림사라고 불러주면 훨씬 좋겠다."

차림사B (부대찌개 전문점 근무, 40대 후반, 주방과 홀써빙 담당)씨.
"나이든 사람들은 아줌마, 젊은 사람들은 이모라고 주로 부른다. 차림사라는 명칭에 대해 알고 있다. TV에서 봤다. 아직 아무도 그렇게 부르진 않지만, 앞으로 그렇게 불러주면 좋겠다. 아줌마보다 훨씬 좋다."

차림사C (고깃집 근무. 50대 중반, 주방 담당)씨.
"아줌마, 이모. 이모는 그래도 괜찮은데, 아줌마는 기분이 좋진 않다. 차림사는 텔레비젼에서 봤다. 그렇게 부르는 게 좋긴 한데 발음이 쉽지 않다. 손님들은 불편할 것 같다. 뜻이 좋다. 음식을 맛있게 차려주는 차림사. 이모나 고모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이~ 나 아줌마는 싫다. 차림사는 격이 있어 보이는 단어다. 뜻도 와 닿는다. 이 계통에서 10년 이상 일할 생각인데, 차림사라고 불리면 괜찮을 것 같다."

차림사D (국수전문점 근무, 40대 중반, 홀써빙 담당)씨.
"아줌마. 이모. 아줌마는 기분 나쁘다. 차림사는 처음이니까 낯설다. 적응되면 괜찮겠지.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보단 기분이 훨씬 덜 나쁘다."

하루 노동시간 평균 11.63시간...시급은 최저임금 못 미쳐

한 보쌈전문점은 활동가들이 방문했을 때, 테이블 옆 방바닥에 차림사분이 방석을 깔고 누워 쉬고 있었다. 휴게시간엔 가게 문을 닫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실제로 작년 전국  차림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평일 하루 노동 시간은 평균 11.63시간, 장시간 노동임에도 시급은 최저임금(2011년 기준 4,320원)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휴게시간을 전혀 갖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64.6%로 나타났다.

이런 차림사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밥 짓는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성 식당노동자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데, 식당노동자를 부르는 호칭이 대부분 여성화 되어있다는 점은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 식당노동 중에서도 여성이 하는 일은 가사노동의 연장으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주변적인 업무로 여겨지고, 결국 '보이지 않는 노동'이 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적인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노동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아줌마' 라는 호칭에 대한 차림사분들의 불쾌감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아줌마, 이모, 고모 등의 호칭이 친근함의 표시일 수도 있지만, 차림사분들이 노동을 하는 '노동자' 임을 가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식당노동자의 새 이름 '차림사'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것일까?
첫째, 여성성이나 모성을 강조하는 호칭보다 양성에 적용될 수 있는 호칭을 정한다.
둘째, 부르기 쉽고, 실제로 사용될 수 있는 호칭이어야 한다.
셋째, 식당노동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넷째, 일반적으로 이미 쓰이는 말보다는 새로운 호칭을 선정한다.
다섯째, 직업명과 호칭으로 함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차림사 UCC 다함께 차림사~~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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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이 차림사의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는 첫걸음!
차림사대중홍보포스터
▲ 차림사님~ 차림사대중홍보포스터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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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보다 처우개선이 더 시급한 거 아니냐, 굳이 기존의 쉬운 호칭을 두고 왜 새로운 호칭을 써야 되나, 등등 여러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언어는 현실을 규정하는 힘이다. 편부모라는 말 대신 한부모라는 명칭을 쓰면서, 실제 한부모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파출부나 식모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가사도우미, 또는 가정관리사라는 직업명을 가지면서, 그 직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바뀌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차림사라고 한번 불러보는 것이 식당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드러내고, 변화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그:#차림사, #식당노동, #한국여성민우회,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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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는 1987년 태어나 세상의 색깔들이 다채롭다는 것, 사람들의 생각들이 다양하다는 것, 그 사실이 만들어내는 두근두근한 가능성을 안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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