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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오키나와 다카야 홍보의 날' 강정마을의 홍보 부스
 '제5차 오키나와 다카야 홍보의 날' 강정마을의 홍보 부스
ⓒ 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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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上野 公園, Ueno Park)에서 진행된 '제5차 오키나와 다카야 홍보의 날' 행사에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이번 행사는 '오키나와에 미군 헬기 착륙장은 필요 없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었으며, 특히 오키나와 다카야와 같은 처지에 놓인 제주 강정마을의 부스를 초대해 주어 뜻깊은 행사를 함께하였다.

순수하기만 했던 오키나와 다카야 주민들

5년 만에 찾아간 일본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의 외면 된 시선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나도 강정마을에 있기 전에는 오키나와 미 해군기지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사람이었다. 이에 많은 반성과 생각을 하고 일본땅을 밟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내려서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하늘이 도와주셨을까? 행사 시간이 다 되니 비가 뚝 그치고, 얼굴과 등에 땀으로 얼룩질 정도로 햇볕이 쨍쨍하다. 지하철을 타고 우에노 공원에 가니, 공연 준비를 한 스태프와 다카야에서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주민이 나에게 와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お会いできてうれしいです!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들과의 첫 만남은 반가움의 악수와 멀리서 와서 고맙다는 인사로 시작되었다. 인사에 대한 예의는 한국과 일본이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이들은 악수할 때도 진심을 담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海軍基地 絶対反対(해군기지 절대 반대)' 현수막을 부스에 내걸었다. 옆에는 다카야의 자연환경에 대해서 홍보하고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부스에는 홍보 사진과 함께 다카야의 자연을 담은 사진과 직접 그린 그림을 담은 엽서를 판매하고 있었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먹을거리를 판매하였고, 각종 책과 티셔츠 등 기념품을 판매하기도 하였는데, 한쪽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부스에 앉으신 팔순의 노인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바로 다카야에서 거주하시는 주민인데, 다카야에서 나오는 소식지와 함께 여러 투쟁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현수막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 미군 헬기가 조종 미숙으로 인한 사고 등 여러 가지에 대해서 걸려 있었다. 이 분은 "작년 초 강정마을에도 방문했다"며 "한국 강정마을도 다카야의 투쟁과 너무 비슷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투쟁을 문화로 승화시켰던 오키나와 다카야 주민들

작년 강정마을에도 방문 하였다고 말씀하신 오키나와 다카야의 주민,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마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작년 강정마을에도 방문 하였다고 말씀하신 오키나와 다카야의 주민,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마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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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시작되고, 행사장 메인 무대에서 사회를 맡은 한 다카야 주민이 힘차고 능숙하게 각 홍보 부스를 소개한다. 몇 차례가 지났을까, 한국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왔다고 하니 모두 우렁찬 박수 소리와 함성으로 환호를 해 준다. 한국에서 온 이유 하나만으로 박수를 받기는 처음인데,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면 이런 게 바로 국적을 뛰어넘은 연대의 힘인 듯하다. 국적과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다.

첫 공연은 그룹 '고토부키'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다카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한 이들은 수시로 공연하여 수익금을 다카야에 기부하고 있었다. 또, 이들은 한국에서 온 우리에게 어눌한 어투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며 노래 선물을 해 주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민요 '아리랑'이다. 비록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제외한 가사는 일본어였지만, 이국땅에서 그것도 일본인이 부른 아리랑은 내 마음의 심금을 울릴 정도로 감동이었다.

첫번째 그룹 '고토부키'의 공연이 끝나고, 다카야에 관한 토크가 시작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키나와 도지사가 주민과 대화도 하지 않고, 항의 서한조차도 받지 않는 등 귀를 닫아버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마을 공동체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버린 상태다.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연좌시위를 하는 주민은 경찰이 연행하여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받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또, 일본 언론들에서조차도 데스크에 걸러 기사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싸움이 세상에 알려지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제주 해군기지 때문에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싸워오고 있는 강정마을과 너무 똑같은 상황으로 보여 진다. 우근민 도지사가 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는 부분들, 공사를 방해하면 경찰에게 연행되어 재판을 받는 부분, 마을 공동체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쪼개지고 있는 일, 공사장에 펜스를 만들어 주민이 통행하지 못하게 하는 일 등 모든 게 같은 상황이었다. 다카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카야 주민들의 요청으로 무대에 올라 한국의 제주 해군기지에 관한 자연풍경과 주민들이 현재 놓인 처지에 대해서 다카야와 너무 똑같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강정과 다카야는 하나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후 다카야 밴드 공연으로 행사가 무르익어갔다. 모두가 흥겨워하면서 손잡고, 춤추는 모습은 진정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느 누가 그랬던가? 음악 하나면 국적도 필요 없고 모두가 하나가 된다는…. 그 모습을 도쿄 한복판에서 보았다.

오키나와 다카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 다카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 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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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나에게 짧은 만남이 아쉬웠다면서 울먹이는 사람도 있었고, 반가웠다고 포옹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다음에 꼭 방문하겠다는 말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그 순수한 눈빛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네던 다카야의 주민이 떠올랐다. 비록 머나먼 일본 땅에 사는 사람들이지만, 강정마을처럼 앞으로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지 못하고 이방인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그 슬픔 하나로 서로 공감하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생각이 된다.

내가 오키나와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그들을 만나고 반갑게 악수했던 것처럼 언젠가는 그런 날이 또 오리라 생각한다.

▲ 오키나와 다카야의 주민들로 구성된 밴드가 오키나와에 관하여 만든 노래로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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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오키나와, #다카야, #헬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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