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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후보의 하루는 어떨까. 아예 며칠씩 잠을 안자며 강행군 한다는 소문도 있고, 시간에 쫓겨 식사를 거의 거르다시피 하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도 있다. 사실일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안양 동안을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이정국 후보를 지난 3일 동행 취재했다. 

많은 후보 중, 이정국 후보를 동행 취재한 것은 그가 '삼수생'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도전이라 가장 열심히 선거운동을 할 것으로 보였다. 이 후보는 지난 17,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심재철 후보에게 연이어 패했다. 삼수생의 치열한 하루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 겨울을 능가하는 추위... 후보 부인들 '기싸움'

이정국 후보 부인 오선주씨.
 이정국 후보 부인 오선주씨.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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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15분. 이 후보의 집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이 후보 부인(오선주)이 "진짜 오셨네요?"라며 반갑게 맞는다. '삼수생'의 치열함은 아침 식사에서도 느껴졌다.   

이 후보 부인 오선주씨가 약병 여러 개를 쟁반에 받치고 나왔다. 후보자 아침식사란다. 약병에 들어 있는 것은 건강 보조 식품이었다. 이 후보는 매일 아침밥 대신 건강 보조 식품을 먹고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오씨는 "밥을 먹으면 유세 도중 자꾸 화장실 가고 싶어져서 싫대요.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고..."라는 답했다.

애초 계획은 후보자 동행 취재였지만, 급히 일정을 바꿔 오전에 부인 오선주씨를, 오후에 이 후보를 동행 취재하기로 했다. 오전 10시부터 방송 토론이 있어 후보자 오전 일정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부인 오선주씨 아침 일정은 평촌역 유세. 유세라고 해봐야 명함 나눠주며 후보자 이름 정도 알리는 게 전부다. 하지만 오씨는 "직장인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중요한 일정"이라고 했다.

평촌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20분. 이문수 시의원이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바람이 거세 몸으로 느껴지는 추위가 한겨울 같았다. 오선주씨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역 밖에서 출근하는 시민에게 허리굽혀 인사한 뒤 명함을 배포했다. 사람 발길이 뜸한 틈에 "어떤 각오로 나왔느냐"고 말었다.

오선주씨.
 오선주씨.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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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17, 18대) 애들이 어리고, 아픈 애(둘째, 난치병)까지 있어서 맘껏 도와주지 못했어요. 이번엔 맘껏 도와주고 싶어서 나왔어요. 선거운동 하며 그동안 남편 참 힘들었겠구나 하고 느껴요. 결과요? 마음을 비웠어요. 세 번째잖아요. 된다 안 된다를 떠나서 최선을 다 하자는 마음이지요."

부인 오선주씨는 '삼수생'을 강조했다. "삼수생 이정국입니다" 와 "야권단일 후보 삼수생 이정국입니다"라며 명함을 나누어 주었다. 간혹 명함을 외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잘 받아 주었다.

오전 7시께, 경쟁자인 심재철 후보 부인이 운동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오선주씨 얼굴에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 후보 부인은 역사 정문 앞에 나란히 서서 시민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운동원들은 그 뒤에서 후보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말로만 듣던 '후보 배우자 기싸움'이 벌어 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두 후보 부인은 추위 속에서 9시까지 꼼짝 않고 유세를 했다. "독하다 독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이 후보 부인 오선주씨는 평촌역 유세를 마치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후, 오전 11시 40분까지 주민자치센터(총 9곳)를 돌며 공무원과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방송 토론 마치고 나와서... 코피 주르륵

경로당에서 큰절을 하는 이정국씨.
 경로당에서 큰절을 하는 이정국씨.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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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20분, 토론회를 방금 마치고 나온 이 후보와 범계역 부근 식당으로 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 후보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뭐야 이게 쑥스럽게"라며 이 후보는 빠르게 휴지로 코를 막았다. "어제 공부 열심히 했나 봐요?"라고 묻자 "토론회 준비하느라 잠을 좀 덜 잤더니... 하하하"라며 웃었다. 

오후 1시, 안양시 범계역 부근 경로당으로 급히 오라는 연락이 왔다. 급하게 달려가니 할아버지, 할머니 약 10여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큰절을 한 뒤 이 후보 역시 부인처럼 '삼수생'을 강조했다. 

"저는 삼수생입니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입니다. 대학 갈 때도 재수하더니 정치도 삼수하고 있습니다. 10년 준비했습니다. 일 할 기회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르신들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한 노인이 얘기를 듣고 "당 보다는 인품을 봐야지"하며 손을 덥석 잡자 이 후보 얼굴에 살짝 울컥하는 표정이 흘렀다. 노인정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어떤 각오로 시작했느냐?"고 물으니 부인과 비슷한 대답을 했다.

"다 내려놨어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죠. 다만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는 각오는 했어요. "

오후 2시 30분께, 만안구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이종걸 후보와 함께 한국노총 소속 환경미화원 간부들을 만났다. 이어 오후 3시 30분께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향했다. 상대 후보(새누리 심재철)를 '허위사실유포혐의'로 고발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안양지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 후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누굴 고발 해 본 적이 없는데,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하네요"라며 몇 번이나 혀를 찼다. 박용진 도의원, 송현주 시의원이 안양지청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이 후보와 함께 고발장을 접수했다. 

저녁 식사는 차 안에서 빵으로 해결

이정국-이종걸 후보가 한국노총 간부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국-이종걸 후보가 한국노총 간부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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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15분, 후보 얼굴을 보고싶어 하는 주민들이 모여 있다는 연락을 받고 안양시 호계동 모처로 이동했다. 어르신 몇 명이 조그만 사무실에서 이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후보는 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멘트는 역시 "세 번째입니다"였다.

오후 4시 45분, 범계역 부근 선경아파트 앞에서 행인들에게 명함을 나누어 주며 지지를 호소하고, 곧바로 호계동 현대아파트 상가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이 후보는 "도저히 안 되겠어요"라고 하더니 약국에 들러 감기약을 샀다.

호계3동 현대아파트 상가 부동산에서 지지자로 보이는 한 여성을 만나 커피를 한 잔 얻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여성에게 이 후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몰랐어요, 삼수생이라고 말해서 세 번째인 줄 알았어요. 고생 많이 하셨는데 이번엔 돼야죠. 부동산 경기 너무 안 좋아요. 가게 세 못 내는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바꾸자는 분위기 있어요"라고 말했다.

17시간 넘게 선거운동... 잠은 하루 세 시간

이정국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국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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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파트 앞에서 7시까지 집중 유세를 했다. 운동원들 율동과 후보의 연설이 펼쳐졌다. 이 지역 민주통합당 시·도의원들도 합세해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를 마치고 곧바로 인덕원으로 향했다. 호남 향우회 역대 회장단 모임이 인덕원 부근에서 열렸다. 

회장단에게 격려 박수를 받고 호계동 '여자 수산'으로 향했다. 여자수산으로 가는 차 안에서 수행원들과 빵을 한 쪽씩 나누어 먹었다. 그 빵이 저녁 식사인 듯했다. '여자 수산'에 낯익은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민단체 대표 출신 송현주 시의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가 이 후보를 반겨줬다. 

오후 9시부터는 호계동 주변 식당과 술집을 돌면서 조용한 유세를 했다. 방극채 시의원과 송순택 도의원이 오후 10시까지 이 후보와 함께 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 이 후보 휴대폰이 울렸다. 누군가 만나자는 전화 같았다. 이 후보는 오후 10시 20분께, 집 앞에서 다시 차를 돌렸다.

이날 오후 이 후보는 약 10가지 일정을 소화했고 상가 약 90곳을 방문했다. 선거운동 시간은 총 17시간이 넘는다. 잠은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잔다고 한다. '삼수생 부부'의 하루는 초인적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민선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삼수생, #이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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