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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머리와 손가락으로 완성되지만 출판은 다리품을 파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특정 분야의 원고가 마련되었다면 교보나 영풍 등의 대형서점을 가보도록 하십시오. 그곳에서는 자신이 마련한 원고와 방향이 같은 출판물이 전시되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글을 인세출판하려는 사람이라면 시장의 규모와 방향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사실 그것만 해도 상당한 도움이 되며, 반드시 인세출판을 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작가라고 여긴다면 그런 수고쯤은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조언 드릴 것은 순수문학이나 그에 비근한 분야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집이나 수필집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인세출판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순수문학의 경우에는 자비출판으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다만 경험과 실적이 풍부한 출판사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본인을 시인이나 수필가로 소개하면서도 작품집도 없다면 참으로 민망하지 않겠습니까? 자비출판을 이용하여 작가로 거듭나는 것도 대단히 바람직한 일입니다.

인세출판의 경우 특징적이고 눈에 띄는 것이 선호되기 마련입니다. 소설의 경우 요즘 사극(史劇)이 대세인 점을 감안하며 역사소설 방향으로 눈을 돌리던가, 또는 전문지식이 결합된 퓨전 등의 분야를 노크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 흔하지 않기는 하지만 주변의 문인(文人) 가운데 만년필에 대한 글을 쓰시던 분히 좋은 조건으로 계약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본인이 만년필 마니아로서 꾸준히 수집하는 과정에서 각종 만년필의 사진과 특징, 구입했을 때의 에피소드 같은 것을 연재하였는데 제가 읽기에도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일상에서라도 차별화되는 테마를 채굴하고 제련하면 얼마든지 인세출판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게 바로 작가의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각설하고, 시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해당 출판사들의 전화번호와 메일을 적습니다. 이때 출판사들의 시각이나 편집방향도 파악이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초동의 작업이 끝날 무렵 도움이 될 만한 지인을 불러 커피나 소주를 '섭취'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귀가한 다음 출판사에 전화를 넣어봅니다. 제 경험으로는 대략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가 좋은 것 같더군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경우 편집부와 통화하지 않고 그냥 원고만 보내면 검토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검토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검토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편집진과 통화하여 자신의 원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교수나 교사 등의 직업을 가졌거나 판매에 유리한 조건을 보유했다면 반드시 어필할 것이며, 특히 원고가 어린이들의 학습에 관련되거나 하였다면 그 또한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원고를 메일로 보낼 차례입니다. 원고의 전량을 보내도 좋고 가장 자신 있는 부위만 추출해서 보내도 괜찮습니다. 일단 원고를 보낸 다음에는 다시 전화를 걸어 '원고를 보냈으니 잘 검토해주실 것'을 정중하게 부탁드릴 것을 권유드립니다. 에티켓을 빙자하여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일깨우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을 테니까요.

여러 군데의 출판사에 원고를 넣은 다음에는 기다림의 미학을 즐길 시간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단 3일 만에 연락이 온 경험도 있지만, 알고 있던 출판사에서도 무려 1년이나 지난 다음 까맣게 잊고 있을 때 계약하자는 전화가 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도록 하십시오.

행여나 '내가 보낸 원고가 검토가 되었느냐'는 전화 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건을 구입할 마음이 없는 고객에게 '왜 내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출판사에서 접촉해오고 계약에 이르게 되었다면 정말 축하드릴 일입니다. 계약에 대해 주의하실 점은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태그:#작가,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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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출판을 목표로 하는 재야사학자 겸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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