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학번 대학 새내기들. 왼쪽부터 정기쁨(20), 이진희(20), 최유미(20), 조혜진(20)
 12학번 대학 새내기들. 왼쪽부터 정기쁨(20), 이진희(20), 최유미(20), 조혜진(20)
ⓒ 김은희

관련사진보기


지난 11일, 전주 전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12학번 신입생' 4명을 만났다. 이진희(20), 정기쁨(20), 조혜진(20), 최유미(20)씨가 그들. 이 4명은 약 한 달 뒤인 4월 11일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다.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국회의원을 뽑게 될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첫 투표를 기다리는 4명 모두 '설렘'에 들떠 있었다. 이들은 "이제 정치가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며 "자신의 의견이 잘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지만 기존 정당들을 두고선 "오십보백보로 별 기대가 없다"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2012년 유독 거세진 '청년 정치인' 바람을 두고서도 기대와 우려가 섞였다. "청년비례대표 선출의 의미가 크다"면서도 진정성과 현실성을 두고는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반값등록금과 최저임금, 거주권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함께 정치인들에게 '진심'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남긴 4명의 새내기 유권자들.

다음은 이들과 나눈 간담회 일문일답 전문이다.

"정치와 좀 더 가까워진 기분... 기존 정당에 별 기대 없어"

- 이번 4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나요?
이진희 : "투표하는 날, 총선날이요. 2010년 6월 2일 선거 때만 해도 쉬는 날이었는데 이제 투표권이 생겼어요."

- 그렇다면 4월 11일이 '생애 첫 투표'가 될 텐데, 소감이 어때요.
정기쁨 : "떨려요. 아침에 일어나서 투표소에 간다고 생각하니 더 떨리는 것 같아요. 처음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거니까요. 제가 투표권이 없을 때 선거날에는 마음 한편에 괜히 불편한 느낌이 있었어요. 선거 현장이나 투표율 중계를 보면서 '정치는 나와는 별개의 문제인가? 내가 해야 할 일은 없나?' 이런 느낌이 드는 거죠. 근데 이번 해에는 투표를 통해 정치 참여도 할 수 있으니까 정치가 좀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유미 : "저도 설레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제 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의견이 잘 반영되면 좋겠어요."

-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할 건지 생각해 봤나요.
정기쁨 : "사실 정당 보다는 인물을 집중적으로 볼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살아온 삶, 그리고 그 사람의 공약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변화를 미치는지, 과연 실현 가능성은 있는 건지 판단할 거예요."

조혜진 : "저는 무조건 인물만을 보진 않아요. 어쩔 수 없이 정당도 보게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정당이 각각 추구하는 이념이라든지, 주요가치들이 다르니까 정책에 대한 의견도 각 정당마다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가령, 후보가 아무리 복지를 외친다고 해도 그 정당이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면 당선이 된다고 해도 정책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니까요."

- 기존의 정당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진희 : "기존 정당들이 '개혁'을 시도했잖아요.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과거 한나라당의 이미지는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고,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바뀌면서 당대표도 지도부도 바뀌었지만 큰 변화도 없을 뿐더러 별 감흥이 없어요."

정기쁨 : "기존 정당들에 대해서는 별 기대가 없어요. 워낙 굳어진 이미지가 있기도 하고, 또 그런 이미지가 쉽게 깨지는 것 같지도 않아서요. 새로운 이미지가 상상되지도, 기대되지도 않아요. 개혁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다 똑같다는 느낌이에요. 정당들도 정치인들도 모두 오십보백보, 도토리 키 재기라고 생각해요."

조혜진 : "사람은 그대로고, 이름만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진짜로 변했구나'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보여주기식 정치라 해야 하나. 차라리 아예 당을 해체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면 더 개혁성이 돋보였을 것 같아요."

"청년비례대표 선출에 기대" - "제대로 된 목소리 낼 수 있을지"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홈페이지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홈페이지
ⓒ 화면 캡쳐

관련사진보기



- 정당들은 개혁에 이어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락스타', '위대한 진출' 같은 이름을 걸고 청년비례대표를 선출했잖아요. 어때요?
최유미 : "저는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우리의 심정을 제일 잘 알고, 공감대 형성이 잘 되잖아요. 사실 청년들이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이미 한 번씩 거론됐던 얘기들이 많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청년비례대표 선출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평가해요."

정기쁨 : "하지만 저는 걱정돼요. 과연 정치 경력이 많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요. 혹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결국은 이도 저도 안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진희 :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더불어 약간의 경계심도 들어요.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치인이 되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학생들의 시선을 받기 위한 정당들의 쇼는 아닐까? 청년들이 역으로 이용당하는 건 아닌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아마도 이 경계심은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아요. 청년비례대표가 국회에 입성하고 나서도 초심을 잃지 않도록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야죠."

- 선거철인 요즘, 다시 반값등록금이나 대학생 주거문제에 대한 공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조혜진 : "반값등록금 논의가 선거철이 되니까 비로소 활발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조금은 늦게 모아진 점도 있겠죠. 하지만 동시에 이런 모습은 평소에 정치인들이 대학생을 위한 정책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솔직히 반값등록금은 이미 4년 전부터 논의됐어야 할 문제잖아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 자신있게 외쳤던 공약이잖아요. 학생들은 그 말을 믿고 많은 표를 던졌을 텐데, 이제 와서 '그게 말이 되느냐, 어렵다'라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최유미 : "맞아요.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도 크지만, 대통령이 속한 새누리당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데 지난 4년간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많이 실망했어요. 또 최근 새누리당에서도 반값등록금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참 뻔뻔하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당선되기 위한 공약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이진희 : "저는 대학생을 위한 주거정책이 좀 현실화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저소득층 대학생에 한해서 2인 1실 아파트도 있다는데, 사실 턱없이 부족해요. 어떤 학생들은 자취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혹은 집을 구하지 못해서 방학 때 학교 동아리방이나 과방에서 사는 이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지금 기숙사에 살고 있지만, 언제 제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반값등록금, 대통령과 여당 무책임... '진짜 정치' 보여달라"

함께 이야기 나누며 웃고 있는 학생들. 이들은 첫 투표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함께 이야기 나누며 웃고 있는 학생들. 이들은 첫 투표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 김은희

관련사진보기


- 이외에 특별히 바라는 정책이 있다면?
정기쁨 : "대학생들 아르바이트에 대한 정책이요. 진짜 돈도 돈이지만, 학생이라고 더 무시하는 것 같아요. 최저시급도 지켜주지 않으면서요. 사실 법으로는 '최저시급을 지켜야 한다,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계약서를 쓰거나 최저시급을 지키는 곳은 거의 없어요."

최유미 : "그렇지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등록금, 기숙사 비용이나 자취 비용, 생활비, 책값 등 소비할 곳은 너무 많은데 부모님께 마냥 기대기엔 너무 죄송해서요. 결국은 저한테 최소한의 예의도 지켜주지 않는 곳들로 다시 또 돌아가 일하게 되죠."

이진희 :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저는 대학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학 오면 대학로에서 연극도 보고, 뮤지컬도 볼 줄 알았는데 역시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더라고요. 특히 저는 지방에 살다보니까, 서울 보다 공연이나 연극을 접하기에 어려움이 많아요. 지방에서 공연을 본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고요. 학생들이 한 달에 4~5번쯤은 연극도, 공연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혜진 : "학생들을 위한 '진짜', '진심'을 원해요. 쇼가 아니라,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정치를 보여주세요. 진실을 말하고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한다면 더 이상 학생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지도, 냉소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을 거예요. 정치인에게서도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어요. 진짜 정치를 보여주세요."

이진희 : "선거 때만 반짝 나와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척, 이해하는 척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학생들도 바보가 아니고, 그런 '척'은 결국에 다 보이거든요. 대학생을 위해 내걸었던 공약을 꼭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요. 정치인들만을 위한 정치말고, 진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보여주세요."

최유미 : "저는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유롭게 도전하고 모험할 수 있는 그런 사회요. 한 번쯤 실패하더라도, 넘어지더라도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게요. 지금의 우리 대학생들은 실패가 너무 무섭고, 넘어지면 다시 못 일어날까봐 항상 두려워요. 그래서 하고 싶었던 도전도, 모험도 자꾸만 피하게 되고 '안정'만을 추구하게 되요. 학생들이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게 조금이나마 노력해주시면 미미하더라도 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기쁨 : "제가 투표하고 나서, '아 내가 정말 투표하길 잘했구나. 내가 투표함으로써 내 삶이 이렇게 변했구나' 이런 걸 느껴보고 싶어요. 사실 동전 뒤집듯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뀔 수 없다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같이 인터뷰하고 얘기를 나눴던 학생들은 총선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또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눌 때에도 종종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고 한다. 이 학생들은 작은 참여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치인에 대한 비관적인 의견 역시 거의 일맥상통했다. 이들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선거는 그저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진정성 있는 정치를 펼치고, 진심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정치인을 기대한다는 4명의 유권자들. '생애 첫 투표'를 앞둔 대학생들의 이런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김은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총선, #신입생, #정치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