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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신년 맞이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는 파격적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유명인이 토크쇼에 출연한 선례는 있지만, '대권주자'라고 불리는 정치인이 직접 예능에 나선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

이 때문에 2일 밤 방송된 '힐링'은 이전부터 큰 관심을 샀다. 더욱이 진보성향으로 대표되는 방송인 김제동이 MC를 맡고 있어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할지도 기대를 모으는 장면이었다. 예상대로 두 사람은 미묘한 심리전을 오고 갔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제작진도 반겨하는 듯 했다.

방송 초반 이경규는 예의 울컥하는 말투대로 박 위원장에 "싫어하는 사람 나가라고 해라"고 말했고, 김제동은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제작진은 김제동을 화면에 잡으며 '시선집중'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김제동은 "가장 나가기 편한 자리에 앉아있다"고 웃음을 이어갔다.

또 박 위원장은 김제동이 고소당한 것에서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투표 독려한 인증사진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 나도 그러고 다닌다. 지역구 구민들에게 꼭 투표하라고 알린다"고 밝혔고, 김제동은 "깊숙하게 한 마디 했다. '나도 그러고 다녔다'라고 했다"며 넘어갔다.

이들의 심리전은 '수첩공주' 때부터 더욱 강하게 촉발됐다. 박 위원장이 "나는 수첩이 없으면 안 된다"고 수첩을 공개하자 김제동은 "우리가 읽은 만한 것 없냐"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딱 거절해 김제동을 머쓱케 했다.

또 이들은 유머 공방전도 벌였다. 박 위원장이 코끼리와 냉장고로 다소 썰렁한 유머를 공개, MC들은 씁쓸한 표정을 짓자, 김제동은 코끼리와 기린, 냉장고를 이용해 비슷한 유머를 보였고, MC들은 '조금 낫다'며 웃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이거 차별하는 게 아니냐"며 반박했고, 김제동은 "이런 게 디테일이다"라고 반격했다.

다투는 느낌만 준 것은 아니었다. 박 위원장은 김제동을 좋아한다며 사랑과 관련된 김제동 특유의 어록을 외웠다. 김제동은 밝게 웃으며 "수첩에 좀 적으실래요?"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제작진은 박 위원장에 어려운 난관을 만들었다. 제작진이 준비한 스피드 퀴즈 내용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각 MC들과 질문과 답을 하는 '스피드 퀴즈'에서 박 위원장의 첫 번째로 설명해야 하는 내용은, 오는 12월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로 예상되고 있는 안철수 교수였다. 박 위원장은 안 교수를 "젊은 층에 인기있는 교수"라고 설명했다.

김제동은 틈을 놓치지 않고 안 교수가 인기있는 이유를 물었고, 박 위원장은 "소통과 공감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후 박 위원장은 '토끼춤' 오히에 '나꼼수', 'FTA', '청년백수', '촛불집회' 등 꼬내 불편한 정치적 질문을 설명하기도 하고 답하기도 했다.

이후 대화에서는 정치적인 대화들이 더욱 많아졌다. 마치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토크가 이어졌다. 김제동은 이경규의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가 뭐냐"의 질문에 "자신의 주장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나의 주장과 다른 사람이 주장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그런 생각을 갖지 않기 위해 정치를 더 잘해야 된다"고 답했다. 김제동은 "'쟤 말하는 거 보니까 나랑 견해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죠?"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고 박 위원장은 "아니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라고 짧게 답했다.

또 김제동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깊은 것을 아냐"고 질문을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그런 걸 해소하기 위해 비대위도 출범했다"고 답했다. 기존 예능 같지 않던 대화가 이어지자 한혜진은 "호떡 언제 먹냐"며 웃음으로 분위기를 바꿔 갔다.

김제동의 공격적인 질문은 미묘하게 거셌고 계속됐다. 김제동은 "정치에 입문한건 1997년이지만, 진짜 정치인으로 등극한건 2004년 당대표를 맡고 부터였다. 6년여 만에 당대표는 일반 회사로 치면 고속승진이다. 그렇지 않냐"고 집요하게 물어댔다. 박 위원장은 "고속승진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엄청난 책임이고 짐이었다. 그때는 꼭 문제가 커져있던 상태라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김제동은 박 위원장이 이경규와 자신 중 보좌관으로 선택한다면 누구를 선택하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경규가 "성향보다는 성품이 우선"이라는 답을 내놓자 "성향으로 보면 내가 아닐 수 있다"고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름을 은근히 내비쳤다. 이때 이경규는 "저는 성품이 안 좋고, 김제동은 성향이 아니다"고 뼈있는 한마디를했다.

이때 또 김제동은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가 없는데…라고 말하자 박 위원장은 당황스러운 듯 "제가 젊은 층에 인기가 없나요?"라고 되물으며 약간의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박근혜라는 유명 정치인이 출연한 '힐링'은 역시 기존 예능과 달랐다. 집권여당이 비판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 비대위 위원장의 출연과 그에 대한 방송인들의 솔직대담한 질문은 신선했다. 여기에 신비한 이미지가 강한 박 위원장의 새로운 모습도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김제동이나 이경규의 똑바른 질문에 더 명료하게 답하지 않고 술렁 넘어간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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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힐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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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전혜연입니다. 공용아이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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