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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점령' 선언문(Manifesto)을 보면, 그들의 문제의식을 잘 알 수 있다. 이 선언문에는 자본주의 국가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생각된다. 지구상에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거의 사라지고 자본주의가 승리했다고 자화자찬했던 때가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구호나 선언문이 나오게 되다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이 99%의 저항운동이 전 세계로 빠르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을까?

'월스트리트 점령'에서 나온 문제의식의 골자는 우선 제어 받지 않는 기업들의 탐욕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는 거대 기업에게 불공정한 이익을 줌으로써 자본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낮은 계층에게는 부채의 형태로, 낮은 임금의 형태로, 비정규직 형태로, 그 밖의 수많은 방식으로, 경제적 노예생활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99%의 저항운동은 이와 같은 억압의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의지가 바탕에 깔려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문제의식은, 하는 일이 무엇이든, 직위나 인종이나 교육이나 가리지 않고 하나의 목표 앞에 자연발생적으로 모이고 뭉치고 있다는 데 특색이 있다. 이런 운동을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자본주의 자체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의식을 강하게 느끼게 만든다.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식은 그들의 슬로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나는 99%이다"라는 말이 지닌 강력한 메시지, 누가 이 말의 의미를 더 부연해서 설명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이미 뼈저리게 공감하고 느끼는 구호가 되었다. 그 파급력은 놀라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본주의를 하는 모든 나라에서 그 울림이 널리 퍼지고 있다. 자본주의 선진국이요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라고 하는 미국에서, 이런 구호는 이미 상징이 아니라 실제의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포브스 잡지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미국의 400대 부자가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불평등 비율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에 따르면, 미국의 불평등은 헤이티와 캄보디아 사이의 어디쯤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게 자본주의 선진국 미국의 현실이라니? 부시 대통령과 그 정권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포브스에 등장할 수 있는 억만장자들이 자기 재임기간 내에 몇 명 더 늘었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자랑하며 호언장담하던 일이 상기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과 서로 연이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겠지만, 미국 국가의 재정적자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령'의 저항자들은 민주공화국 안에 살고 있는 전체 국민의 문제이므로 자신들이 벌이는 운동이 결코 정치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좌파니 우파니 하는 문제도 아니고, 자유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 하는 문제도 아니라고 한다. 단 하나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국가가 돈을 다루는 방법에서 지금 당장 변화를 추구하라고 강압하고 있다. 지금 당장 일어나 변화하라! 그리고 개혁하라! 이런 주문이 그들의 운동에 강하게 깔려있다.

그런데 1%에 대한 99%의 저항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미국 내의 불평등에 관련된 문제이기만 하다면,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번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2011년 10월 15일 로마, 런던, 토론토, 파리, 마드리드, 타이완, 서울, 홍콩,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 동시에 이 운동이 일어났다. 기업들의 탐욕과 불평등의 문제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경제적인 문제가 결국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령'의 요구는 단순하면서도 모두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는 특색이 있다. 기업들은 주주의 이익이 되는 것 외에 그 어떤 목표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 이런 상황에 민주 공화국은 이런 기업들에 어떤 형태로든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국민의 자유를 잠식하는 형태로 다가오며, 절대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기업은 그 야욕을 더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적인 기업 파산의 증가, 결국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충당하는 악순환, 급상승하는 은행이익을 야기하는 약탈적인 대출, 실제의 상업 활동을 통해서 얻는 이익보다 이자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커 결국 가진 자는 더 벌고 없는 자는 더 착취를 당하는 구조, 미디어의 통폐합으로 인해서 단일한 기업에 의해 제어되는 뉴스, 그들의 광고, 스폰서들을 규제할 수 없을 뿐더러 정부는 오히려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불공정한 세금 문제도 있다. 이 저항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상위 1%는 하위 99%보다 형편없이 세금을 덜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진 자나 없는 자나 동일한 비율로 세금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탈루의 달인들도 1% 가운데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세금 피난처 가운데 하나인 델라웨어를 시작으로 모든 세금 은신처를 끝장내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고 의지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구조를 그대로 놔두면 미국은 국민의 의한, 국민을 위한 공화국이 아니고 일종의 과두정치, 전제적 군주제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경제적 불평등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결국 1%의 가진 자가 돈의 힘으로 모든 국가적 사회적 이익을 낙찰 받는 형태로 변해, 민주공화국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나 국가는 왜 필요한가? 불평등구조를 개혁하고 완화시켜 공화국내의 모든 국민들이 인간답게 살게 하는 데 그 사명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권력은 오히려 그들 1% 가진 자의 편에 서서 온갖 사회적 이익을 배당하는 들러리를 서고 있지 않은가? 저항자들은 이런 구조를 바꿀 수 있을 때까지 이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태그:#미국, #1%,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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