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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그만뒀습니다' 출간한 오원근 변호사.
 '검사 그만뒀습니다' 출간한 오원근 변호사.
ⓒ 육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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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결정적 계기가 되어 검사를 그만뒀던 오원근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소속, 44세)가 최근 그의 책 '검사 그만뒀습니다'(문학동네)를 출간했다.

오 변호사는 지난 7일 인터뷰에서 "평소 그동안 검사생활하며 느꼈던 것, 자연과 귀농에 대한 생각, 불교 수행하며 깨닫게 된 것들을 언젠가는 정리해서 책으로 담고 싶었다"며 책을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운호중-세광고-청주대 법학과를 졸업한 오 변호사는 10년 5개월 동안 검사생활을 하며 검찰 내부 조직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기대주였다. 검사 마지막 시절,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에 몸  담고 있었던 그는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난 검사였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그의 인생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평소 흠모하던 대통령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검찰에서 모욕주기 수사를 받다가 운명을 달리한 모습을 보며 더 이상 검찰 조직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안정적인(?) 검사를 사직하는 용단을 내렸다. 검사직을 내려 놓으니 자유도 생겼다. 그는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소통과 민주주의를 계승한 국민참여당에 입당해 당비를 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단한 혁명가였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위선과 불합리한 권위를 떨어내려 한 혁명가였습니다. 또한 그분은 생각과 행동, 삶 자체가 자연스러움이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놔 두는 것입니다. 현 정부처럼 일방적인 정권은 민심과 소통도 안 되고 답답함만 안겨줍니다."  

오 변호사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할 때,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것 같더니 그는 이내 손수건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훔쳤다.

문득 전직 검사로서 곽노현 교육감과 한명숙 전 총리의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사건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상 추상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피상적으로 느끼기에는 정치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검사들 가운데는 정치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시키기 위해 사건을 끄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의보다는 공명심이 많은 검사들도 더러 있습니다."

내 평생 소원은 '완전 귀농'과 '불교 수행'

'검사 그만뒀습니다' 책 표지.
 '검사 그만뒀습니다' 책 표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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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변호사는 검사를 그만 둔 이후, 이전부터 귀농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윤구병 전 충북대 철학과 교수가 설립한 변산공동체에 가서 3주간 농사를 지었다. 또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100일간 출가하여 행자생활도 했다. 그의 평생소원은 '완전 귀농'과 '불교 수행'이다.

주말과 매일 출근하기 전 새벽 한 시간 정도 장인땅 40~50평 텃밭을 손수 가꾸고 있다. 완전 귀농을 위해 흙집도 지을 예정이고,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장소도 알아보며 준비도 하고 있다.

다만 그의 두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 조금씩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그의 부인도 도시 문명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농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부창부수다.

귀농을 위해 검소하고 단출한 삶도 지향하고 있다. 23평의 작은 아파트에 살며 기계음이 싫어 청소기도 돌리고 있지 않다고 한다.

오 변호사는 농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흙을 밝고 만질 때의 촉감이 너무 좋다.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며 "도시 속에서 억지로 살아가는 것은 뒤틀린 삶이다. 진정한 생명이 누려야 할 삶은 흙속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매일 새벽 5시, 아내와 함께 108배 예불과 경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불교대학을 다니며 매주 화요일마다 정토회 법륜 스님의 강의를 들으며 마음 살피는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는 퇴직 후 100일 출가 해 사흘 동안 무릎팍이 깨지고 살갗이 벗겨져나가는 고통을 감수하며 만 배를 이뤄내기도 했다. 이 때 얻은 깨달음은 '만 배는 단지 만 배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생에 대한 성찰과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은 현재진행형으로 나를 내려놓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불교 수행으로 돌아보며 계속해서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그가 '완전 귀농'과 '불교 수행'을 꿈꾼다고 세상과 '완전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부터 충북자치참여연대와 시민재단에서 법률자문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오 변호사는 "농사 하고 수행하면서도 관심 갖고 있는 환경 문제나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관련된 일에 대해서 앞으로도 내 자신의 할 일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 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검사, 그만뒀습니다 - 국민참여재판 1호 검사 오원근의 버릴수록 행복한 삶

오원근 지음, 문학동네(2011)


태그:#오원근 변호사, #법무법인, #청주로, #충청리뷰,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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