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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

참 아름다운 노래, <가을 편지> 중 한 대목입니다. 가을과 어울리는 노래 물론 참 많습니다만, 이 노래만큼 가을의 정서를 잘 담은 곡도 흔치 않은 것 같아요. 노래를 듣다보면, 어떤 아쉬움, 쓸쓸함, 그리고 첫사랑, 짝사랑, 초등학교 시절 짝꿍 그리고 선생님···.

그리고, 아련하게 떠오르는 얼굴들은, 지금 만날 수 없는, 주로 그런 얼굴들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을이 오면, 문득 보고 싶어지는 건, 왜 일까요. 노래 가사 그대로,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줬으면 하는 편지. 그런 편지 한 통 정도는 가슴에 품고 살아가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두 통의 가을 편지를 소개합니다


오늘, '그럴 뻔한' 편지 두 통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낸 사이들도 아닙니다. 딱 2박 3일을 함께 보냈을 뿐입니다. 1년 전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초등학교 졸업반 남학생, 또 한 사람은 졸업여행 인솔을 맡은 '일일교사'였지요.

좀 남다른 졸업여행이기는 했습니다. 졸업여행도 함께 갈 있어야 친구가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졸업여행이 당연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답니다. 학생 숫자가 적다보니 혼자 6학년인 아이들, 그렇게 전국에 있는 '나홀로 6학년'이 함께 모여 가는 여행이었거든요.

'더불어 졸업여행'이라고 합니다. 올해도 지난 달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20개 학교에서, 스무 명의 '나홀로 6학년'들이 함께 모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네 번째 여행이었지요. 놀이공원, 수족관도 가고, <오마이뉴스>도 견학하고,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캠프파이어도 하고, 그랬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따라다니다가, 특별한 사연을 알게 된 거예요. 한 어머니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석하셨더군요. 그러니까 작년에는 오빠가, 올해는 여동생이 참석한 것이지요. 그 오빠가 오늘 '사연'의 주인공 중 한 명입니다. 어엿하게 중학교 1학년이 된 서종원 학생이랍니다.

늦기 전에...그대가 누구라도 되기 전에

2010년 제3회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했던 서종원 학생(가장 오른쪽)
 2010년 제3회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했던 서종원 학생(가장 오른쪽)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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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졸업여행을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했습니다. 어머니를 통해 전화를 걸었지요. 그랬더니, 역시 가을인가요?(^^), '더불어 졸업여행 동기'들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인솔했던 이소연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쌤이 주신 편지"가 참 고마웠다는 말을 하면서요.

그래서 그랬죠. 그 마음 그대로 한 번 편지를 써 보라고 말입니다. 종원 학생, '한 번에 오케이'해 주더군요. '문제'는 이소연씨, 현재 개인 사정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머무르고 있거든요. 서로 바빠 몇 일 까먹긴 했습니다만, 역시 '쌤', 종원이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며 역시 편지를 보내줬습니다.

두 사람 편지를 보며 흐뭇했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마음이 참 따뜻해지더라고요. 함께 돌려보자고 소개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혹시 알아요. 이를 계기로 끊어질 것으로만 여겼던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또 그로 인해 서로의 인생이 풍성해질지요.

아, 두 사람 편지를 보여드리는 이유, 또 하나 있습니다. 지금 말입니다. 나중에도 보고 싶은 얼굴이 떠오른다면, 더 늦기 전에 가을 편지 한 통을 띄우면 어떨까요. 노래 가사처럼, 그대가 누구라도 되기 전에 말입니다. 지금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이동원님의 <가을 편지>가 흘러나오고 있답니다.

종원이의 편지 "나? 키도, 생각도, 모두 자랐어"

서종원 학생이 <오마이뉴스> 사무실 팩스로 보낸 편지
 서종원 학생이 <오마이뉴스> 사무실 팩스로 보낸 편지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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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졸업여행 5조 멤버들에게

안녕? 모두 잘 지내고 있지?

올해 내 동생이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하니, 작년 생각이 나서 편지를 써. 어른스럽고 차분했던 소영이와 하얀이.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놀아서, 너희들과는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쉬워.

나랑 제일 친했던 성수. 같이 장기 자랑도 하고, 잠도 잤는데, 졸업여행이 끝난 뒤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하지 않았고, 내 휴대폰이 바뀌면서 네 전화번호를 잃어 소식이 끊겨 미안해.

아 참, 난 잘 지내고 있어. 너희와 친해진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도 많이 만들었고, 키도, 생각도, 모두 자랐어. 가끔씩 졸업여행 때가 기억나기도 해. 같이 축구도 하고 놀기도 했던 그 때가.

그리고 5조 리더인 이소연 쌤! 쌤이 주신 편지,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저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멀리 가 계시다던데 건강에 유의하시고, 돌아오시면 연락 한 번 주세요.

모두, 언젠가 다시 만날 그때를 기약하며 …
모두 안녕.

2011년 10월 23일

종원 씀

'소연쌤'의 편지 "마음이 멋있는 종원이, 여전하지?"

2010년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서종원 학생(가운데)이 당시 인솔교사 이소연씨 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0년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서종원 학생(가운데)이 당시 인솔교사 이소연씨 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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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더불어 졸업여행'에 함께 했던 종원이와 친구들에게

종원아 잘 지내니?

벌써 우리가 함께 했었던 시간이 1년 정도 지난 것 같구나. 1년의 시간 동안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었겠고, 그만큼 많은 변화들이 있었을 거라 예상되는구나.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더욱 심화된 공부는 많은 새로움과 고민을 안겨주겠지만 그만큼 더욱 성숙하는 계기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해 짧은 2박 3일의 여행이었지만, 준비하는 스텝과 5조 담임으로서 너희들을 만나면서 참 즐거웠던 한 때였다고 회상된다. 특히 종원이는 참 말도 잘하고 뭐든 먼저 자원하는, 마음이 멋있는 아이였지. 그건 여전하리라는 것을 편지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 5조 뿐만이 아니라 2010년에 참가했던 친구들은 참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아. 우리의 첫 만남에서부터 모든 일정 내내 즐거웠던 이유는 적극적인 너희들 덕분이지 않나 싶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빠짐없이 장기자랑을 미리 준비해 온 친구들과, 당일이라도 친구들과 모여 연습하던 모습. 아! 참 마음이 뿌듯하더라. 오카리나를 멋지게 소화해낸 팀, 플룻을 예쁜 소리로 불고, 잘 나가는 트로트를 구성지게 불러내던 재미있는 시간이었지.

"학교 건물은 없어지지만, 사회 일원으로 자기 몫 다한다면"

지난 10월 제4회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동생 서진아 양(서종원 군 동생)과 지종주 어머니
 지난 10월 제4회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동생 서진아 양(서종원 군 동생)과 지종주 어머니
ⓒ 민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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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해들은 바로는 이번 해에 종원이 동생이 또 참가했다는 소식이 들리더구나.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도 그런 소식을 들으니 너무 반가웠어. 그 이쁜 동생과 어머님의 얼굴을 기사를 통해 볼 수 있었단다. 참! 진아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종원이가 동생 얘기도 많이 했었던 거 같아.

안타까운 건 물야초등학교 개단분교장이 폐교가 된다는 소식이었다. 나도 시골에서도 살아봤고, 서울에서도 살아봤지만, 내 모교가 폐교된 적은 없었던지라 직접적으로 와 닿진 않지만, 그 마음을 가늠할 수는 있을 거 같아.

안 그래도 작년에 어머니께서 걱정하셨던 일이었던 거 같아 많이 안타깝네. 학교 건물은 없어지지만, 종원이나 진아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기 몫을 다할 때 학교의 명성은 높아질 거라 생각된다.

너도 알다시피 지금 나는 한국이 아닌 호주라는 곳에 있단다. 한국과는 전혀 반대의 계절이지. 썸머 타임이 시작된 이후로 시차도 2시간 차이가 나고. 그런 곳에서 종원이 얘기를 들으니 너무 반갑더라. 다른 아이들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작년에 어머니께서 봉화에 놀러오라고 하셨는데 기억하실 지 모르겠네 ^^ 한국 들어가면 종원이도 보러 봉화에 가볼까?(ㅎㅎ) 더 멋진 종원이가 되어 있을 거 같다. 성장할수록 생각과 마음이 멋진 사람이 되렴.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한 거니까.

근데 종원이는 외모도 멋지고 마음도 멋진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ㅎㅎ

2011. 10. 31

호주에서 소연 쌤

'쪼-오기' 이소연 '쌤' 이야기에 밑줄 쫙-
2011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친구들에게

지난 10월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방문한 더불어 졸업식 참가 학생들이 교육전문기업 비상교육이 제공한 책들을 선물로 받고 있다
 지난 10월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방문한 더불어 졸업식 참가 학생들이 교육전문기업 비상교육이 제공한 책들을 선물로 받고 있다
ⓒ 민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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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들!

여행 첫 날, 덕수궁에서부터 놀이공원까지, 너희들 뒤 졸졸 따라다니던 아저씨야. 그 날 밤, 숙소 앞 계단에 앉아 진아 인터뷰하고 있는데, 누가 그랬더라? "폼 난다(^^)"며 나도 하고 싶다던 친구가 있었는데? 미안해. 둘째 날, 바쁜 일이 있어, 그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미안.

어때, 모두 잘 돌아갔지? 생각해 보니 이 말도 너무 늦었다. 여행이 끝난 지 어느새 열흘 정도 지났구나. 음...또 미안. 너희들에게 어떤 여행으로 기억될지 궁금하다. 괜찮았어? 보고 싶은 친구들은 없고? 언제 다시 한 번 뭉치자고 약속하진 않았고? 그랬을 것 같은데?

너희들이 세 번째거든. 더불어 졸업여행 취재 말이야. 매번 나중에 꼭 만나자고 하는 것 같더라고. 또 맞춰볼까? 두 번째 밤, <오마이스쿨>에서의 마지막 밤, 늦도록 <오마이스쿨>에서 '미치도록' 놀았을 걸? 또 버스에서 하나 둘 헤어질 때, 많이 섭섭했지? 혹시 울먹이는 친구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말인데, 인연이란 말 있잖아, 이번 너희들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해. 얼마나 귀한 만남이었니? 세상에서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 생각보다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러니 다만 1년에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는 너희만의 '동창회'를 만들면 아저씨는 참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말야. 너희는 잘 모르겠지만, '쪼-오기' 위 이소연 '쌤', 편지 중에 참 좋은 말이 있더라. "사회 일원으로서 자기 몫을 다할 때 학교 명성은 높아질 거"란 말.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비록 지금은 아주 작은 학교가 됐지만,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

너희가 좋은 사람으로 살면 살수록, 너희 모교 또한 가슴속에 영원히 '명문'으로 살아 있게 될 거야. 확실해. 어떻게 아냐고? 아저씨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 보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많이 아껴주더라고. 못 믿겠으면 선생님께 여쭤 봐. 아마 그렇다고 하실 걸?

그러니까 여행 끝났다고 연락 끊지 말고, 서로 좋은 사람 되도록 격려도 해주고, 이번 여행의 즐거움을 계속 누릴 수 있었으면 해. 혹시 모르겠다. 위 종원이 형처럼, 너희 중 누구와 또 내년에 연락하게 될지 말야. 그 때까지 우리 잘 지내자.

끝으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
좋은 책도 많이 읽자 ^^

안녕∼



태그:#더불어 졸업여행, #오마이뉴스, #나홀로 6학년, #폐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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