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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처음 출시된 GM의 전기차 볼트(Volt)가 판촉을 위해 전시되고 있다.
 캐나다에서 처음 출시된 GM의 전기차 볼트(Volt)가 판촉을 위해 전시되고 있다.
ⓒ 이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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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한국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해내고 수조 속 횟감용 물고기들이 폐사하는 등 낯선 이미지들을 접해야 했다.

'낙하산이 전깃줄에 걸려서 정전됐군요.' 이건 어느 트위터에 뜬 문자. 현 정권의 무더기 낙하인사가 낳은 인재라는 기사와 함께였다. 절대로 단순 사고가 아니라 '남침을 위한 김정일의 예행연습'. 이건 선지자적 통찰력을 가진 어느 목사의 주장이었다.

어쨌든 사상 초유의 전국적인 정전사태라고 야단들이었는데 과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반세기 전만해도 전국적인 정전은 예고 없이 잦았다. 그땐 음식을 쌓아 두고 먹을 때가 아니어서 냉장고도 없었다. 거리에 차가 많지 않아 신호등 대신 손으로 교통정리를 했는데 괜찮은 볼거리였다. 발전량은 형편없었지만 전력의 과부하도 걸릴 염려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눈부시게 변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캐나다는 밤거리가 도깨비라도 나올 듯 어두운데 한국에선 모든 게 휘황찬란하게 돌아간다. 게다가 또 낯선 변화는 가정용 전압을 220볼트로 바꾼 것이다. 2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요긴한 가전제품을 하나 사왔다. 군고구마 조리기다. 유명 전기밥솥 제조회사인 쿠쿠(cuckoo)의 제품. 그런데 쓸 수가 없었다. 전압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조리기 값에 버금가는 비싼 변압기를 사다가 여기 사용전압인 110볼트로 내려줘야 했다.

220볼트로 전압을 올려 쓰는 건 단위시간에 전력량을 많이 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수압이 세면 같은 수도관이라도 수돗물의 양이 느는 것과 같다. 유럽은 반세기 전에 가 보니 이미 바뀌어 있었다. 캐나다는 언제까지 버틸까 의문이다. 어쩌면 조만간이 되는 건 아닐까.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있으니 하는 소리다.

GM에서 제작된 전기차 볼트(Volt)는 집에서 플러그를 꽂아 충전해야 한다. 주행거리 약 60Km를 뛰기 위한 충전시간은 10시간. 그런데 전압이 220볼트로 바뀌면 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기차 볼트의 엔진 콤파트멘트. 약 8천 달러로 추정되는 고가의 리튬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전기차 볼트의 엔진 콤파트멘트. 약 8천 달러로 추정되는 고가의 리튬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 이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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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타임스퀘어가 있다면 토론토엔 던다스 스퀘어가 있다. 도심의 쇼핑몰인 이튼센터 건너편이다. 토론토의 가로등들이 모두 가물가물한데 비해 여긴 일대의 조명이 휘황찬란하다. 주위의 고층건물 벽들을 대형 LCD 화면들이 빈틈없이 휘덮고 총천연색 광고물들을 방영한다. 한 켠엔 상설무대가 있어 무료공연이 수시로 벌어진다.

어제(6일) 스퀘어에서 전기차 볼트의 판촉전이 벌어졌다. 무료함을 메우기 위해서 가끔 기웃거리는 곳. 자동차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살피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볼트는 모토트렌드 잡지가 2011년 '올해의 차(Car of the year)로 선정했다. 또 '올해의 녹색 차(Green car)'로도 선정됐다.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으니 당연한 얘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배터리가 완전 방전됐을 경우 가솔린엔진을 돌려야 하고 그땐 CO²를 내뿜을 수밖에 없다. 혐의는 또 있다. 전력을 공급 받아야 하는데 그 전력이 태양광이나 원자력 같은 청정전력이 아니면 원천적으로 공기 오염에 연루될 수밖에 없다.

미래 고객을 끌기 위해 시운전용으로 내 놓은 전기차 볼트(Volt).
 미래 고객을 끌기 위해 시운전용으로 내 놓은 전기차 볼트(V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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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GM은 친환경형을 내세우기 위함인지 한사코 전기차라고 주장한다. 배터리와 가솔린엔진을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Hybrid)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볼트가 순종 전기차임은 가솔린엔진을 돌리는 것은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발전기를 돌리기 위함이지 자동차를 굴리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가솔린 연료탱크를 가득 채웠을 경우 배터리 충전 없이도 500Km를 달릴 수 있다. 그러니까 주말에 좀 먼 거리에 있는 행선지까지 나들이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값이 센 게 볼트의 문제다. 온타리오 주정부에서 리베이트로 8230달러를 보태줘도 기본 가격이 약 3만3000달러(한화로 약 3700만 원)선이다. 전기만 충전해서 60Km 이내 거리를 주로 주행할 경우 가솔린보다 전기료는 5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티끌 모아 고액의 차 값을 상쇄하기란 버거운 일이다.

판촉전을 계기로 온타리오에서도 이번 달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한두 달 후면 인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금년도 미국에서의 생산량이 1만 대라고 하는데 불티 나듯 팔리기엔 가격 경쟁력이 문제일 것 같다.

시운전을 해보겠다는 미래 고객들이 등록하고 있다. 시운전이 끝난 후 마켓 조사를 위한 설문에 응하면 10 달러의 주유권이 주어진다.
 시운전을 해보겠다는 미래 고객들이 등록하고 있다. 시운전이 끝난 후 마켓 조사를 위한 설문에 응하면 10 달러의 주유권이 주어진다.
ⓒ 이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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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고객들에겐 시운전의 기회도 주어졌다. 주행소음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었다. 가솔린엔진처럼 연소와 폭발과정이 없으니 당연한 일. 주행은 마치 물속을 유영하듯 적막했다. 승차감 하나는 그래서 차별된다. 하지만 어쩌다 정전사고라도 날 경우 다음 날 출근은 막연하다. 가솔린 엔진이 비상 대기하는 이유이고 항시 연료 탱크를 가득 채워 두는 게 안전하리라.


태그:#전기차 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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