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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여행
▲ 비 오는날 비오는 날의 여행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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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톡...!!!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도심을 본다. 하루걸러 오는 비, 지긋지긋하다 못해 이내 적응해
버렸다. 지난 8월 20일, 비오는 아침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주말의 아침이라 그런 걸까?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인해 고개를 내저으며 움직였던 어제와는 다르게 한적한 지하철에
오른다.

휴우, 비오는 날이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쳐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이렇게 나갈 일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마음에는 어제 약속을 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성격 탓일까?
비오는 날 홀로 집에 있으면, 나는 끝도 없는 나락에 빠져버린다.
비가 오면 괜히 울고 싶고,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방안에 앉아
훌쩍거리는 날들이 많다. 만일 어제 약속이 아니었다면...
오늘도 나는 집에서 훌쩍였겠지?

"수, 뭐해?"
"응? 나 그냥 있어."
"그럼, 여행 갈래?"
"어디로?"
"담양, 마침 차편이 있어..."
"좋아."
수의 이런 성격이 나는 좋다. '거절하지 않을까?' 잠시 망설였던 순간을 언제나 무의미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언제나 거침없다.

"안녕."
"안녕."
오랜만에 만났지만, 안부는 묻지 않는다. 지금 만난 이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이므로 우리는 인사 후 별다른 말이 없다. 그저 몸을 버스에 맡긴 채, 담양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고 보니 약 반년 전, 순창 강천산 여행 때도 그랬다. 갑작스러운 약속, 그리고 수와
함께한 여행, 비, 모든 상황이 비슷비슷하다. 그때 수는 강천산의 상징인 현수교 구름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때론 답답하게 건너는 나를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주었다. 그 때의 기억 때문일까? 왠지 수와 함께하는 여행은 항상 마음이 편하다. 마치, 오래된 벗과 여행하는 것처럼....!!

순창 강천산 풍경
▲ 순창 강천산 풍경 순창 강천산 풍경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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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강천산 풍경
▲ 순창 강천산 풍경 순창 강천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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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강천산 풍경
▲ 순창 강천산 풍경 순창 강천산 풍경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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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 도착하면, 비가 그쳐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하늘은 외면해버렸다. 추적추적,
오히려 비는 더 많이 내린다.

"우산가지고 왔어?"
"응, 어제 챙겨놨지."
"비오는 데...걸을 수 있겠어?"
"응, 신경 쓰지 마."
역시나 수는 거침없고 쾌활하다. 그렇게 우리는 우산에 의지한 채 카메라를 메고 담양
죽림원의 대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북적, 북적!!
비오는 날 아침의 지하철의 한산함 때문일까? 죽림원의 북적거림에 몸에서 절로 거부감이
일어난다. 그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수의 양해를 구하며 구석으로 구석으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죽림원의 사각지대를 찾는다. 그러다 발견한 선비의 길, 바로 이곳이다.

"1박 2일이다." "영화촬영지다." 사람들이 붐비는 죽림원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장소, 끝이 보이지 않는 대나무 숲길 사이로 걷는 사람은 나와 수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 길을 찾기까지 흙길을 쉼 없이 걸었다. 매번 여행에서 수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해진다.

목 넘어 나올 것 같던 미안하단 말을 뒤로한 채, 조용히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수는 수대로 나는 나대로 둘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담는다. 비로 인한 우울한 마음은 빗물을 잔득 머금은 대나무의 싱그러움에 인해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빗물을 한없이
머금은 죽림원은 온 천지가 초록빛 세상이다.

가을장마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담양여행을 다녀온 지 이틀 만에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톡 톡 톡, 빗소리를 뒤로 한 채 노트북을 켜고 담양사진을 뒤적거린다. 그러기를 잠시, 노트북을 뒤로 하고 물끄러미 창밖을 본다. 그리고 어느새 기분이 축 쳐지고 우울해진다. 수가 생각난다. 수에게 문자와 담양사진을 보낸다.

"수, 비가 오네, 나 우울해져."
"그래? 그럼, 우리 여행갈까?"
"응, 우리 또 여행가자."

담양 죽녹원 풍경
▲ 담양 죽녹원 풍경 담양 죽녹원 풍경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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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죽녹원 풍경
▲ 담양 죽녹원 풍경 담양 죽녹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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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죽녹원 풍경
▲ 담양 죽녹원 풍경 담양 죽녹원 풍경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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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담양 죽녹원
담양의 대표 여행지로 1박 2일과 각종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수많은 대나무로 가득한 숲길을 걷는 맛이 절로 나는 곳이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태그:#순창여행, #비오는날, #담양여행, #담양죽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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